[윤석열 시대] ‘처벌받고도 465차례’ 못 끊는 불법스포츠도박, 원천 차단하자!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2.03.16 10:09 수정 2022.03.16 10:21

불법스포츠도박 근절에 대한 국민적 요구 수준에 도달한 대통령 없어

처벌 받고도 끊지 못하고, 청소년들에게까지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실정

단속만으로는 한계, 매출총량제 완화 통해 합법적 시장 전환 꾀해야

대한민국의 역대 어떤 대통령(정부)도 불법스포츠도박 근절 관련 공약을 내걸면서도 해결에는 국민적 요구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도 몇 차례 내놓았지만 ‘반짝 단속’으로 인한 일시적인 수치 감소 효과만 있었을 뿐, 불법스포츠도박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 운영자는 물론 설계·제작·유통·홍보를 담당한 자와 불법 베팅을 알선하는 자까지 처벌받고,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통해 베팅한 자에게까지 내리는 처벌도 기대만큼의 효과는 일으키지 못했다.


스포츠토토 수탁사업자 스포츠토토코리아는 불법스포츠도박 신고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불법스포츠토토 신고센터 포상금의 1인당 월 지급 한도를 500만원까지 상향하는 파격안을 내놓았지만 한계에 부닥쳤다.


합법 스포츠토토에 비해 접근 방식이 용이하고, 높은 배당률과 구매 금액 제한 없이 베팅이 가능한 불법스포츠도박 시장은 오히려 몸집을 불리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합법사행산업 시장 규모는 총 22.7조원인데 비해 불법도박 시장은 약 82조 규모로 4배 이상이다. 이 중 불법스포츠도박 시장은 약 25%인 20조5000억원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처벌을 받은 뒤에도 끊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에서 4개월 동안 4억원이 훨씬 넘는 판돈을 걸고 도박을 벌여 온 40대가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해당 법원은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은 A씨에게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11월부터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에 가입한 뒤 지난해 3월까지 465회에 걸쳐 모두 4억7500만원 상당의 판돈을 걸고 도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동종 범행으로 한 차례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어 더 큰 충격을 안겼다. 이런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불법스포츠도박은 한 번 빠져들면 빠져나오지 못해 원천 차단이 가능한 정책이 절실하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출신(법학박사)의 부경대학교 해양스포츠학과 김대희 조교수는 “운에만 의존하는 다른 사행산업과는 달리 스포츠베팅은 구단이나 스포츠 선수의 전력 분석 등을 통해 당첨 확률도 높일 수 있어 자신이 노력하면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생각 때문에 반복적으로 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또 “합법적인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에 소비자에 대한 경쟁력이 높다. 불법스포츠도박은 높은 환급률(90% 이상)과 구매의 편의성(모바일), 종목 제한 없이 다양한 곳에 베팅할 수 있고, 총량 규제 및 구매제한도 없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스포츠토토 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도 원인이다. 그동안 불법스포츠도박 근절을 위한 다양한 대책이 논의되어 왔다. 불법스포츠도박 근절을 위한 단속·수사권 및 특별사법경찰 권한 부여, 신고 및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 차단, 불법 도박 이용 계좌 거래정지 절차 간소화, 범부처 차원의 정기적 단속 실시, 범죄수익금 환수 등이 논의되어 왔지만 입법의 한계 등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미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규제중심의 감시와 단속보다는 이제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불법스포츠도박 시장의 수요를 제도권 내로 흡수하기 위한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현재 사행산업 대상 매출총량제의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다. 사행산업별 특수성(산업별 성장추이, 불법도박과의 경쟁 관계 심화 업종 등)을 고려하고, 현 시장상황에 맞게 합리적인 총량 설정을 검토해 불법스포츠도박 시장의 수요를 합법시장으로 유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청소년에게까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불법스포츠도박은 청소년 도박 중독 현상과 맞물려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에 하루 종일 노출되어 있는 청소년들의 환경을 이용해 불법스포츠도박은 SNS 및 웹사이트 배너 광고 등을 통해 침투해 들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암호화폐를 이용해 불법으로 e스포츠 베팅을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도박중독으로 진료 받은 만 10~19세 청소년이 2018년 65명에서 2020년 98명으로 약 50% 증가했다. 도박 종류는 온라인스포츠 도박이 가장 많았다.


청소년은 불법스포츠도박 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스포츠토토 이용도 불법이다.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청소년에게 스포츠토토를 판매하거나 환급금을 지급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불법스포츠도박의 경우는 운영자 뿐만 아니라 참여한 사람에게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조교수는 “(이런 법이 있어도)청소년은 불법스포츠 도박을 게임처럼 즐기고 있고, 중독성도 심해지고 있다. 어려서부터 게임을 즐겨했던 청소년들은 이를 단순한 게임으로 받아들이고 불법이나 범법행위라는 인식조차 없이 접근하고 있다. 실제로 수익을 얻게 되면, 주식이나 가상화폐 같은 투자수단으로 여겨 친구들에게 전파하는 등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서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청소년들은 게임처럼 쉽게 불법스포츠도박에 중독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상시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무분별한 불법스포츠도박 이용을 근절하기 위한 효과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청소년에 대한 불법사행산업 홍보·교육 확대 및 단속과 도박중독 치유와의 연계 강화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5월 출범하는 윤석열정부를 향해서는 아래와 같이 주문했다.


김 조교수는 “100조원대 가까운 불법도박 시장은 이제는 철저한 감시나 강력한 단속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근절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에 와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 등을 고려할 때 이제는 현실적으로 불법도박 이용자를 제도권 내 합법사행사업으로 유도하는 방안 마련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당선인의 체육공약 중 ‘불필요한 규제 완화하여 국민체육진흥기금 확대 조성 및 체육계 배정 확대’가 있다. 불법 스포츠베팅 시장이 합법적 스포츠토토 시장의 4배가 넘는 연간 2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스포츠토토 수익 총량제한 완화를 통해 불법스포츠도박을 합법적 시장으로 전환하는 효과와 함께 체육계 예산 강화를 통해 국민체육 진흥을 도모하고, 불법사행산업 홍보·교육 확대 및 단속과 도박중독 치유와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스포츠토토는 경기의 승부를 예측하는 관람스포츠 산업의 일부로 일반 사행사업과 차이가 있음에 따라 이를 반영한 매출총량제의 합리화가 필요하다. 최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공영화되는 스포츠토토가 수요자 중심으로 다양하고 흥미 있는 상품 개발 및 온라인베팅의 접근성 향상, 건전한 승부예측의 관람스포츠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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