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현장] "예술단 중심의 제작 극장으로"…세종문화회관이 꿈꾸는 '변화'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2.02.21 17:03
수정 2022.02.21 17:10

"코로나19 이후 넷플릭스 등 유통 과정에서 새 경쟁자 등장"

"대관 중심의 세종문화회관, 자체 수입 부분도 크게 어려움 겪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이 예술단을 중심으로 하는 제작 극장으로의 변화를 예고했다.


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S씨어터에서 세종문화회관의 새로운 운영 전략 및 정책 과제와 봄 시즌 주요 공연 등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과 서울시국악관현악단 김성국 단장, 서울시무용단 정혜진 단장, 서울시뮤지컬단 김덕희 단장, 서울시합창단 박종원 단장, 서울시오페라단 박혜진 단장, 서울시극단 문삼화 단장이 참석했다.


이날 안 사장은 세종문화회관의 앞으로의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가장 큰 변화는 대관 중심 극장에서 벗어나, 제작 극장으로의 전환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안 사장은 "이런 결정을 하기 전에 나름의 몇 가지 고민이 있었다. 극장은 크게 유통 플랫폼으로의 역할과 창작 팩토리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유통 플랫폼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했다. 기존에는 다른 극장이었다면, 넷플릭스를 비롯한 디지털 유통 플랫폼이 공연 전달 매개자로 강력하게 등장을 했다"면서 "앞으로 공연 콘텐츠 시장, 보급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 변화는 위기이자 다른 측면에서는 기회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변화를 외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안 사장은 "세종문화회관은 처음 출발 할 때부터 대관 중심 극장으로 출발을 했다. 당시로서는 국내 콘텐츠 제작 공급 업체들이 대부분 세종문화회관을 통해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콘텐츠 주 무대가 세종문화회관이기도 했다"면서 "그 후에 예술의 전당을 비롯해 전문 극장들이 등장하면서 세종문화회관은 조금씩 경쟁력을 잃어갔다.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처럼, 인건비 등이 증가하는데 비해 수익적 측면에서는 문제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임대 공간 위주로 운영이 되는 자체 수입 부분이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다 보니까 자립율이 40% 내외를 유지해왔는데, 지금은 22% 수준으로 저하됐다 이것이 운신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예술단 중심의 자체 콘텐츠를 활발하게 선보인다. 안 사장은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세종문화회관은 세상 유래 없는 모델이기도 하다. 예술단이 있고, 극장이 있는데 처음부터 이 단체들이 세종문화회관의 메인 프로그램을 책임질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것이 늘 외부에서 보기엔 불균형한 불안감으로 보인 것 같다"면서 "하지만 전체 인력의 42%는 예술단이 자치한다. 지원 파트 인력까지 포함하면 50%가 넘는다. 예산의 40%가 넘는 부분이 예술단에 분배되고 있다. 그럼에도 예술적 위상은 세종문화회관에서 그리 높지 않았다. 전체 관람객 중 예술단 관객이 차지하는 부분인 크지 않다. 예술단 중심으로의 전환이 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세종문화회관을 둘러싼 환경을 고려했을 때 비제작 극장으로의 유지가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극장 리빌딩도 진행한다. 서울시 비전2030 계획에 맞춰 공연 현장감과 시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복합문화공간 재조성을 진행한다는 것. 안 사장은 "극장 리빌딩은 서울시와의 조율이 필요했다. 협의를 거쳐 24년 혹은 25년부터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세종문화회관이 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돼 있어 건물 전면부는 어느 정도 보존을 해야 한다. 나머지 부분은 대폭 새롭게 재건축을 하는 방식으로 갈 것 같다"고 예고했다.


덧붙여 "대극장은 객석 수를 줄이면서 바꾸는 방향으로 진행을 할 예정이다. 리빌딩 방향도 중요하지만, 광화문 광장 개장에 맞춰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면 세계적으로 관광객이 몰릴 것이고, 광장 이용을 하러 나올 것이라고 본다. 문화적 편의성을 위해 세종문화회관의 역할도 요구되고 있어 새로운 역할에 대한 대비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 방향성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서울세종문화회관은 서울시예술단 제작공연 중심으로 봄 시즌과 겨울 시즌으로 나눠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프로그램 공개와 티켓 오픈 또한 기존 연 단위에서 시즌별로 나누어 오픈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안 사장은 "'2022 세종시즌' 봄 시즌, 가을 시즌, 그 중간에 여름 시즌까지 세 블록으로 나눠 운영할 예정이다. 시즌 프로그램 발표도 나눠서 하게 된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번 봄 시즌에는 서울시예술단 공연 8편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기획 공연이 더해진다. 동시대성을 강화하고, 외부 창작진들과의 협업도 확대해 완성도를 높이고, 관객들과의 활발한 소통을 하겠다는 의지다.


안 사장은 콘텐츠의 방향성에 대해 "동시대 제작 극장으로의 전환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대를 따라잡으려는 시도를 했을 때 관객이 그것을 단 한 번도 외면한 적이 없다. 특히 자체 제작 콘텐츠가 어려운 점은 관객 기대에 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종의 콘텐츠가 어떻게든 이 시대의 요구에 맞는 시대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예민한 서울의 관객들이 있기 때문에 세계인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고 여긴다. 공연 콘텐츠 역시 이러한 수준에 맞출 수 있다면 반응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시대성과 방향성을 과감하게 변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원 단장은 "전환 시점에 역할을 맡게 됐다. 예술단에게도 기회기도 하고, 큰 책임이 주어진 거라고 생각한다.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이 시기 좋은 작품을 선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술단은 작품으로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예술단을 대표하는 레퍼토리 구축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기존에 만들어왔던 작품들도 있지만, 향후 한국적인 소재를 발굴하는 창작극을 만들어야 한다고 여긴다. K-컬처가 주류가 돼가는 이 시점은 한국 뮤지컬에도 기회라고 여긴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한국의 창작 뮤지컬이 주도적으로 중심을 잡고 있는 만큼, 서울은 물론 해외로 나아갈 수 있는 라인업을 갖추겠다"고 뮤지컬단의 계획을 밝혔다.


박혜진 단장은 "오페라단도 변화해야 한다고 여긴다. 서울 시민 누구나 오페라를 한 번쯤 볼 수 있는, 오페라단을 만들어 대중화를 시킬 예정이다. 또 오페라는 재밌다는 인식을 심겠다. 지루하다, 재미없다고 여기는 시민들이 많은데, 그 생각을 깰 생각이다. 좋은 작품으로 수준 높은 콘텐츠를 선보이겠다. 고전에 창의성을 옷을 입히고, 오페라에 대한 통념을 깨겠다. 전형성을 탈피하려 한다. 관객이 무대 앞으로가 아닌, 무대가 관객 곁으로 갈 예정이다. 공연을 손바닥 안으로도 이동시켜보려고 한다. 큰 오페라나, 창작 오페라 등으로 특색 있는 오페라를 선보이셨다면 매해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오페라를 선보이려고 한다. 올해 토픽은 사랑이다. 코로나로 지친 분들에게 사랑을 주제로 한 오페라를 들려드리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사장은 "핵심은 공연 프로그램의 횟수다. 횟수 변화가 이뤄지면 단체 변화는 자동적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늘어나기 위해선 예산이 더 있어야 하고, 단원들의 공연 참여 양도 늘어야 한다. 관객도 있어야 한다. 실질적으로 물리적 공간도 필요하다.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으면, 단체 수준은 자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 좋은 단체는 공연을 많이 하는 단체라고 생각한다. 공연을 많이 하는 단체가 나빠질리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제작 공연을 늘리겠다고 예고하면서, 기존 대관 등을 통해 유지하던 극장 자립률에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안 사장은 대관은 이어나간다고 설명하면서 "세종로 공영주차장 운영권을 서울시에 요청하고 있다. 쉽게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지만, 세종문화회관에 오는 관객의 인상이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주차장 시스템을 바꾸는 게 우리 극장 자체의 수입과 이미지를 바꾸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리적 제약이 있지만 가능한 수익공간화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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