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품격㉑] ‘지구 멸망’에도 ‘권력’ ‘돈’ 쫓는 모습, 영화적 상상력일까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류지윤 기자
입력 2022.02.14 11:11
수정 2022.02.27 14:22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

<편집자 주> 영화에 대한 사소한 잡담입니다. 배우, 연출, 배경에 대해 소소하게 혹은 장황하게 이야기를 펼쳐놓습니다. 오래된 영화일 때도 있고, 지금 막 극장에 걸린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두 개의 영화를, 아니면 한 명의 배우를 이야기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코너에는 기자들의 사적인 감정이 많이 포함됐습니다.


천문학과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 분)와 담당 교수 랜들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는 태양계 내의 궤도를 돌고 있는 혜성이 지구와 직접 충돌하는 궤도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둘은 바로 정부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정부 관계자들은 대통령 올리언(메릴 스트립 분)과 면담을 주선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관심은 곧 있을 선거와 자신의 연임에만 집중돼 있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 문제의 본질적 해결보다는 이 문제를 향해 어떻게 대중의 ‘관심을 끌 것인가’에만 몰두한다. 케이트와 민디는 브리(케이트 블란쳇 분)와 잭(타일러 페리 분)이 진행하는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까지 하지만, 이 방송 역시 혜성 충돌을 가십으로 다룬다. 언론들도 케이트를 향해 자극적 프레임만 만들 뿐, 진실에는 관심이 없다. 올리언 대통령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혜성 폭발을 이용한다. 그러나 선거에서 승리하고 난 후, 세계적 IT기업 배스사의 CEO 피터(마크 라이런스 분)의 ‘혜성이 돈이 된다’는 말을 듣고는 결국 혜성이 지구를 향하도록 놔둔다. 권력자들은 ‘지구 멸망’보다는 자신의 이익이 우선이다. 정보는 넘치지만, 사람들은 무엇이 진실인지에 대해 혼란스러워 한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혼란을 즐기기까지 하는데…. (줄거리)


유명준 : 일단 ‘돈 룩 업’ 감상을 어떻게 하셨는지?


류지윤 : ‘모두 까기’로 역대급 블랙코미디 완성. ^^ SF 영화지만 혜성 빼고 지금의 현실의 모습을 비추면서 웃지만 자꾸 마음이 불편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홍종선 : 재난영화인데 스펙터클 액션으로 풀지 않고, 그것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정치인 기업인 언론을 꼬집는 블랙코미디로 푼 게 좋아요. 그러더니 마지막에는 진짜 재난!!


유명준 : 있을 법한 이야기를 미국식으로 풀어낸 것 좋은데, 보는 이에 따라서는 불편할 수도 있을 수도. 그리고 여러 장면들은 분명 블록버스터인데, 그런 것들은 잘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어요. 혜성이 온다거나 위성을 쏜다거나 하는 장면이 거대했는데, 싹 가려진 느낌.


류지윤 : 혜성이 지구를 멸망시키는 것보다 대책 없이 돌아가는 현실이 더 공포스럽기 때문일까요. ^^


홍종선 : ^^ 애초 SF액션이 아닌데. 그런 장면을 기대하고 보면 실망할 거예요. 게다가 미국식 블랙코미디가 초반 어수선해서 몰입도도 떨어지는 데다 6개월 뒤면 인류가 멸망한다 해도 정권을 연장하려는 대통령 무리들, 화젯거리로 삼는 방송, 돈벼락 맞으려는 사업가 자체가 지상 최대의 재난 아닐까.


유명준 : 맞아요. 게다가 편집도 끊고 가는 게 많아서 스피디한 감은 있지만, 동시에 어수선함도 보여주죠.


류지윤 : 맞아요, 처음 봤을 땐 ‘돈 룩 업’이 혜성이 오는걸 보라는 것 같았는데 두 번째 볼 땐 위에 있는 권력을 보라는 것 같이 느껴졌어요.


유명준 : 오호.


홍종선 : 맞아요, 저 위의 것들이 뭘 하는지 보라는. 정치에 무관심하고 대기업이 뭐하는지에 무관심하고… 그러길 저 윗동네 무리들은 원하지 않을까.


류지윤 : 그러니까 보지 말라고 캠페인하고!


홍종선 : 그렇지. ‘돈 룩 업’이라고 캠페인! 깨어있는 국민은 절대 사양!


류지윤 : 아니 이렇게 대책 없이 일해도 나라가 돌아간다는 게 정말. ^^


유명준 : 사실 사람들이 선거 때만 반짝 사회이슈에 관심 갔다가도 평소에는 ‘그냥 뭐 나만 잘 살면 되니까’라고 생각하니까요. ‘돈 룩 업’이 한국 사회와 연결시켜도 무방한 이유죠. 아파트 무너지고 어쩌고 해도, 아마 선거 시즌 제대로 오면 또 사라질 듯.


홍종선 : 우리가 관심을 놓을 때 권력과 자본은 부패하는 거지. 어느 배우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유명준 : 아무래도 디카프리오. ^^


류지윤 : 저도. ^^


홍종선 : 이유가?


유명준 : 일단 외모가 굉장히 공감이 가요. ^^ 디카프리오가 저보다 3살 위인데, 뭐랄까 같이 늙어가는 느낌? ^^


류지윤 : 저도 외적변신도 그랬고, 디카프리오가 기후 환경 문제에 관심 많잖아요. ^^ 왜 출연했는지 알 것 같았고.


홍종선 : 일부러 살찌운 건가? 책상머리 교수님으로 캐릭터 구축?


류지윤 : 저는 캐릭터를 위해서 일부러 했을 것이라 생각할래요.


홍종선 : ^^ 저는 배우가 살찌는 건 ‘노 상관’인데 자꾸 ‘세계 최고 섹시 과학자’라고 강요를 해서.


유명준 : 저도 일부러 살찌운 듯 싶어요. 만약 곱상한 외모였다면 설득력이 떨어질 것 같고. 디카프리오 연기도 가식적으로 느껴질 듯요. 게다가 긴장하는 모습도 저 외형에 어울리는 연기고요. 긴장했다가 폭발하고, 다시 자기 분을 못 참고. 외도 했다가 가정으로 돌아가는 과정과 저 외모가 어울리죠.


홍종선 : 동의. 살집이 있어야 민디 교수 역에 너무나 어울림. 곱상은 우리 티모시 살라메가 하면 된다. ^^ 디카프리오, 방송 첫 출연 화장실에서 긴장하던 모습, 좋았음.


유명준 : 그렇죠. 그런데 만약 티모시였다면, 보는 이들은 측은함이 생기진 않죠.


홍종선 : 외모 얘기를 하니 저는 여자 앵커가 케이트 블란쳇인 줄 꿈에도 몰랐다는 처음에. 자꾸 눈에 익어 저 이목구비와 목소리가. 앗!


류지윤 : 진짜 쟁쟁해요 여기. ^^ 캐스팅이 아리아나 그란데가 나오고, 크리스 에반스가 카메오. 크리스 에반스가 혜성 충돌 영화 찍고 홍보하러 나온 거 이것도 너무 꺠알 같이 풍자. ^^


홍종선 : 대통령 매릴 스트립. 말도 안 되는 캐스팅.


유명준 : 아리아나 그란데도 사실 카메오죠. 자기 콘서트 하러 나온. ^^


홍종선 : 그러나 그냥 배우에게 톱스타 가수 역할 시킨 것과는 차원이 다른 임팩트. 아담 맥케이 감독이 제작을 많이 해서 네트워크가 좋은가?


유명준 : 그럴 수도 있지만, 내용에 공감하는 이들이 뭉친 느낌도 있고요. 보면 평소 작품들 고르는 눈이 다른 배우들 모인 듯. 디카프리오나 티모시도 그렇고.


홍종선 : 정치에 대해, 재벌에 대해, 언론에 대해 이렇게 유쾌하게 또 ‘돌려 까기’로 한방 먹이는 영화는 드물 듯요.


류지윤 :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까기’ ^^


유명준 : 할리우드가 가장 자본주의적인 사회지만, 동시에 저런 까기를 또 용인하는 것을 보면 대단한 것 같아요. 앞서 외모 이야기하니까. 티모시 vs 25년전 디카프리오. 이건 ‘돈 룩 업’ 보면서 한번쯤 비교해보고 싶었어요. ^^


류지윤 : 하. 전 25년 전 디카프리오. 티모시 팬이어도 이건 어쩔 수 없어요.‘타이타닉’ 보고 너무 잘생겨서 충격 받았어요. 그걸로 처음 디카프리오란 배우 알았어요. ^^


유명준 : 그 당시가 아마 ‘로미오와 줄리엣’. 2년 후가 ‘타이타닉’. 여배우의 외모를 죽이는 남자배우지. ‘돈 룩 업’에서도 사실 티모시가 제니퍼 로렌스보다 더 외모가. ^^


홍종선 : ‘토탈 이클립스’를 봐. 티모시 아직 더 분발해야 한다. ^^ 그때와 평면 비교하면.


유명준 : 어떻게 분발해야 할지. ^^


홍종선 : 일단 티모시도 연기 스펙트럼이 넓고 느낌 좋은 배우인 건 공통인데. 좀 더 망가지고 몸집 키우며 세상의 때를 작품 속에서 묻히는 게 분발. ^^


유명준 : 아 또 눈에 띄는 배우. 마크 라이런스. 시선을 살짝 다른 곳에 두면서 뭔가 어쩔 줄 몰라 하고. 그러면서 보는 사람 긴장시키는 연기. ‘레디플레이원’에서 그랬고, ‘덩케르크’에서도 약간씩 그런 모습이 보이고.


류지윤 : 오 맞아요. 사람과 눈을 잘 못 마주치고.


홍종선 : 배스 기업 CEO. 속을 모르겠다는 느낌의 연기는 최고봉. 조용히 말하지만, ‘내가 다 맞다, 나는 다 예상했다, 이 아무것도 모르는 것들아’ 하는 느낌.


유명준 : 맞아요. 분명 도망치는데도, 도망치는 것 같지 않은. ^^ 뭔가 자기만의 영역이 있고, 다른 이들은 그 영역 안에 못 들어올 것이다라는.


류지윤 : 그렇게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놀랍고. ^^


홍종선 : 교만한 권위를 이번에 아주 인상적으로 연기. 세계 최고 부자의 권위. 대통령도 절대 그를 기다리게 할 수 없는, 정보를 믿다 정보에 ‘폭망’한 자.


류지윤 : 그리고 마지막 정보는 틀렸죠. 민디 혼자 죽을 거라고 했지만. ^^


유명준 : 하지만 그 정보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돈 룩 업’ 다시 보면서 알았지. 그 미래에서 대통령 잡아먹는 조류 같은 괴물 있잖아요. 브론테록. 그 괴물을 마크가 맞춘 이유가 있더라고요. 배스사의 위성을 발사하는 장소에서 대통령이 자신의 미래 죽음에 대해 묻자, 마크가 자기네 알고리즘에 의하면 대통령이 그 괴물 이름을 말하며, ‘브론테록에 의해 물려 죽는다’고 나와. 즉 몇 만 년 후의 일을 배스사 알고리즘이 맞춘거야. ^^


류지윤 : 자신의 죽음도 알고 있었을 것이란 생각도 드네요.


홍종선 : 2만 2000년 후의 일을 예견하는 알고리즘.


유명준 : ^^ 그래서 혹 결국 지구로 온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죠.


류지윤 :그렇게 살아 나왔는데 다들 알몸의 몸뚱아리로 나오는 거 보면서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


유명준 : 2000명 중에 제대로 살아남은 사람도 없어. 비행선 도착할 때 보면 뒤에 폭발하는 것도 보이고.


홍종선 : 그니까. 이곳이 과연 2만 2000년을 기다려 선택한 행성인가 싶은. 나도 지구 같아요, 돌아온 곳이. 돌고 돌아 제자리로.


류지윤 : 저는 다른 행성인 줄 알았는데, 선배들 말 들으니 지구인 것 같기도 하고. ^^


유명준 : 그리고 살아남은 이들 면면을 보면 무슨 오일회사 회장에 뭐 이렇던데. 자신들만 살아남아봐야 사실 쓸모없다는 것도 알려주는 듯요. 조류 하나도 못 당해내는데요. ^^


홍종선 : 내리자마자 다른 인물도 아닌 대통령이 잡아먹히는 게 굉장히 의미심장.


유명준 : 어떻게요?


홍종선 : 그 순간에는 미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하나의 나약한 인간, 다른 인물이 잡아 먹혔다면 영화적으로 그 의미 전달이 잘 안 됐을 듯.


류지윤 : 그런데 또 잡아먹히고 CEO가 그걸로 조류의 이름 맞히는 거 보면, 진짜 포식자는 그 CEO를 의미하는 게 아닌가도. ^^ 너무 덤덤하게 놀라지도 않아요.


홍종선 : 나는 새 세상의 지도자, 정치적 넘버원을 그 베스사 회장이 하겠구나. 그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생각. ^^


유명준 : “만지지 말아요”라는 말이 웃기기도 했지요.


홍종선 : 어떤 면에서?


유명준 : 상황 파악 못하는 모습이요. 모든 정보를 다 가지고 있었던 기업 CEO가 현장에서 정작 이게 뭔 상황인지도 모르는 거잖아요.


홍종선 : 그러네. 마지막까지 까네. 민디의 고독사도 틀린 정보였고. ^^ 나는 영화를 보다가 멸망 직전의 순간 나는 누구에게로 갈 것인가를 생각해 봤어요. 두 사람은 누구에게로 갈 거예요, 혹은 어디로.


류지윤 : 가족일 것 같아요, 엄마 아빠한테. ^^ 어디 뭐 좋은 곳 갈 필요도 없을 것 같아요.


유명준 : 물론 가족이죠.


홍종선 : 그러게 다 같은 생각.


유명준 : 배스 위성 발사실에서 대통령과 회장이 도망친 후, 직원들이 일제히 다 가족들 호명하며 도망가잖아요. 그리고 그 와중에 멍청이 아들도 엄마를 찾고 있고. ^^


홍종선 : 그 엄마라는 사람은 그 탈출하는 순간 대통령도 아니고 그냥 나만 아는 인간. 아들마저 두고 혼자 도망친. ^^ 그리고 엉뚱한 생각인데, ‘우리 롭 모건이 연기한 흑인학자, 티모시, 제니퍼 로렌스가 연기한 케이트는 영화를 위해 가족에게 못 갔네’ 라고 생각함. ^^;;


류지윤 : 제니퍼와 티모시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 쳐도. 롭 모건은. ^^


유명준 : 제니퍼는 사실 버림받았고, 티모시는 거리에 살았으니 가족이 없다고 가정해도 되고. 롭 모건은. 음. ^^


홍종선 : 세 번째 주인공인 거 확인해 주려 감독이 그 마지막 만찬에 초대. ^^


류지윤 : 그런데 진짜 어떻게 아들을 두고 올 수 있죠. 키우던 고양이도 챙겨갈 것 같은데


홍종선 : 권력이라는 게 얼마나 이기적 파워인지를 여실히 보여준 것 같아요. 아들을 잊어 권력과 돈의 맛에 중독되면, 그래서 안 돼. 권력 지키겠다고 혜성 충돌과 인류 멸망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잖아요.


유명준 : 우리나라에서 과거 왕자의 난이 왜 일어났겠습니까. 권력 위해 핏줄도 죽이는.


홍종선 : 그러게. 중독은 다 무섭지만 알콜중독 마약중독은 그 심각성이 겉으로 드러나는데 돈과 권력의 맛에 중독된 것은 잘 보이지 않아서 본인부터 모르고 있다는 것이 가장 무서운 것 같아요.


유명준 : 사실 ‘돈 룩 업’에 나오는 사람들 대다수가 돈의 권력 때문에 혜성 폭발을 반대한 거죠. 거기서 나올 것이라 예상되는 돈과 직업. 제니퍼 로렌스 부모도 그랬고요.


홍종선 : 그렇죠. ‘뭣이 중헌디?’ 라는 ‘곡성’의 대사가 떠오르는 순간.


유명준 : 아리아나 그란데 콘서트가 열릴 때, 사람들이 채팅으로 글을 올리는 데, 웃긴 것이 거기에 ‘나는 외롭다’라며 3.99 달러라는 글이 올라와요. 그 와중에도 돈벌이를 하는 거죠. ^^


류지윤 : 그러네요. 마지막에 대통령 아들도 ‘좋아요 구독!’. ^^ 눌러줄 사람 1도 없는데 에르메스 가방 꽉 안구.. 카메라부터 켜고 보는 SNS 세대까지 신나게 까주셨음. ^^


홍종선 : 민디가 아니라 대통령 아들이 고독사. 지구 최후의 생존자.


유명준 : 그런데 영화 보다가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내일이나 일주일이 아닌, 1년 뒤에 지구가 멸망한다면 사람들은 지금 무얼 할까. 도저히 막을 수 없는 멸망. 전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출근할 것 같아요.


홍종선 : 헐 진짜 그럴까. 난 그냥 놀래.


류지윤 : 할 수 있는 걸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구 멸망보다 인류애 상실하는 사건도 많이 터질 것 같아요. ^^


유명준 : 남은 6개월 동안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보기 위해 6개월은 돈을 번다는. ^^


류지윤 : 슬퍼요.


유명준 : 돈 없으면 놀지도 못해.


홍종선 : 바닷가에 가서 좋아하는 바다 실컷 보고 파도소리 들으며 잠들래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소박한 숙소와 먹거리면 충분할 듯. 어디 좋은 곳, 스위스 이집트 이런 데 안 가도 좋을 듯. 살아오면서 자기가 가장 좋아했던 곳을 알잖아요. 거기면 될 듯.


류지윤 : 저는 그냥 집에서. 민디 박사처럼 있을 것 같아요 고양이 꼭 데리고 가야지.


유명준 : 사실 지구 멸망은 아니더라도, 사람도 마찬가지잖아요. 어차피 죽는다는 것은 결정되어 있고. 그런데 정작 어떻게 혹은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은 안하는 듯요. 그냥 “뭐 사니까 사는거지”라는 생각을 많이들 하는 듯. 선배가 말했듯이, 어쩌면 지금의 삶도 그리 살아야 하는데. 지구는 멸망하지 않아도 우리는 죽는데 말이죠.


홍종선 : 너무나 맞는 말. 지구 멸망이나 내가 반드시 죽을 거라는 명확한 사실이나 뭐가 다른가. 그럼에도 우리는 천년 만년 살 사람들처럼, 죽지 않을 것처럼 오늘을 살죠.


류지윤 : 정신 안 차리면 그냥 생각 없이 살아져요.


홍종선 : 너무 목표를 두고 주변 안 보고 달리는 삶도 위험해, 지윤.


류지윤 : 그런가요? ㅠㅠ 예전엔 목표가 있었던 거 같은데 이제는 그런 게 없어서 좀 불안했는데.


홍종선 : 그 대통령, 그 정보기술 전문 기업 대표가 목표가 없었을까. 어떤 목표인지 점검해 보는 게 중요. 목표가 있느냐 없느냐보다.


유명준 : 대통령은 선거에 이기는 게 목표였고, 기업 대표는 돈을 더 많이 버는 게 목표였죠. 그 앞에 지구 멸망을 막는다는 것은 오히려 보이지 않게 된 거죠.


홍종선 : 멸망을 막을 수 있다는 착각이 재앙이지. 아무 것도 모르는 것보다 모든 걸 안다고 생각하는 착각이 더 위험해요. 마크 트웨인이 이런 비슷한 말을 하심. ^^


유명준 : 배스사 대표처럼요. 자신이 다 안다고 생각하고 오죽하면, 그 기계를 신이라 칭했으니까요.



<영화 ‘돈 룩 업’은...>


홍종선 :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라고 부르고 싶지 않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고 부르고 싶은 그는 연기를 정말 잘한다는 사실을 ‘돈 룩 업’에서 다시금 절감. 열정과 확신, 욕망과 오만을 다 갖춘 ‘너무나 인간적인’ 캐릭터를 실감 나게 연기. 결코 호감형으로 연기하지 않아서 좋다. 캐릭터에 호감을, 배우 자신에게 아름다움을 부여하려 애쓰지 않는 멋짐은 제니퍼 로렌스도 매릴 스트립도 케이트 블란쳇도 마찬가지!


류지윤 : 블랙코미디의 새 바이블. ‘돈 룩 업’의 경고를 그냥 웃어넘길 수가 없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이제는 외면하면 안 되는 현실을 이제 ‘룩 업’. 언제 또 이런 블랙코미디를 만날 수 있을까.


유명준 : 미국식 블랙코미디지만, 그냥 현재 모든 사람들을 향한 이야기. 수만 명이 죽을 수 있는 다른 나라 전쟁조차 내가 가진 주식과 연결시키는 오늘의 세상과 다를 바 없는 이야기. 그리고 이를 제대로 살린 배우들에게 박수를!!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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