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없던 김혜경 사과…이재명 국면전환 효과 의문
입력 2022.02.10 00:25
수정 2022.02.10 07:00
이재명 위기상황 국면전환 노림수
사과했지만 구체적 사실관계는 함구
제보자 "진정성 없고, 본질서 벗어나"
'기존 입장 되풀이' 사과 효과 의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9일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본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모두 제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 12일 만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이 후보의 '경합 열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의사결정까지는 시간이 길었지만, 결단 후 행동은 전격적이었다.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취임한 이낙연 전 대표가 이날 오전 "진솔하게 인정하고 겸허하게 사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촉구한 데 이어,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할지 논의 중"이라고 밝힌 뒤 불과 3시간 만에 기자회견이 이뤄졌다.
문제는 국민들을 설득하기에 내용이 부실했다는 점이다. '갑질 의전'을 지시한 배모 사무관과의 관계에 대해 김씨는 "오랜 동안 인연을 맺어온 사람"이라며 "오랜 인연이다 보니 때로는 여러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밝히지 않았다.
단지 "공과 사의 구분을 분명히 해야 했는데 제가 많이 부족했다"며 "모두 제 불찰이고 부족함의 결과"라는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다. '법인카드 유용과 대리처방 등 사실관계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김씨는 "수사와 감사가 진행 중"이라며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고만 답했다.
"박근혜는 '오랜 인연'과 '도움' 때문에 탄핵"
구체적인 내용이 결여됐다는 점에서 정치권 안팎의 비판이 쏟아졌다. 제보자 A씨는 대리인을 통해 전한 입장문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도, 본질을 관통하지도 못한 기자회견"이라며 "'법카 유용을 어디까지 인정하는지' '그 많은 양의 음식은 누가 먹었는지' 기자들을 대신해 되묻고 싶다"고 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장기간 치밀한 계획 하에 지속돼 온 범죄행위에 대한 동문서답식 사과"라고 평가했고, 홍경희 국민의당 선대위 대변인은 "사과의 형식은 있었지만 알맹이는 쏙 빠졌다"며 "김빠진 사이다"에 비유했다.
국면전환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구체적인 이유 없는 포괄적 사과는 지난번 발표한 입장과 다를 게 없다"며 "민주당은 이낙연 체제가 들어서고 김씨의 사과를 계기로 국면전환 효과를 기대하겠지만, 진정성도 없고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과문을 통해 이 후보 부부가 사안의 경중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소장은 "공적 권력을 사유화한 것은 단순히 사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사안의 중대성을 모르고 선거가 끝날 때까지 버텨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과의 오랜 인연과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했던 것 때문에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