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꾼이 본분 다해야"…김정은, 경제 '책임론'서 발 빼나
입력 2022.02.08 12:03
수정 2022.02.08 12:04
"내각이 경제사령탑"
집권 10년 김정은, 미진한 경제 성과
국방 성과로 만회하려 들 가능성
북한이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지난 6일부터 이틀간 평양 만수대 의사당에서 개최했다고 8일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불참했으며, 대외 메시지도 전무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회의에서 △내각의 2021년 사업정형(실태) △2022년 과업 △2021년 국가예산집행 결산 △올해 국가예산 편성 △육아법 및 해외동포권익옹호법 채택 등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개회사와 폐회사를 맡이 회의를 주재했다. 해당 회의에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이 참여했으며 방청 자격으로 △당중앙위원회·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내각·무력·성·중앙기관 일꾼(간부) △시·군 인민위원장 △도급기관 일꾼 등이 함께했다.
북측은 회의를 통해 "내각이 경제사령탑"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지난해 드러난 문제점들을 짚었다.
내각사업 관련 보고자로 나선 김덕훈 내각총리는 "당에서 아무리 정확한 경제정책을 제시하고 믿음과 권한을 부여해줘도 경제 지도일꾼들이 나라의 경제사업을 책임진 주인으로서의 본분을 다하지 못한다면 경제사업과 인민생활에서 그 어떤 진보도 기대할 수 없다는 심각한 교훈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고정범 재정상은 예산 관련 보고에서 "일꾼들이 국가 예산수입 계획을 무조건 수행하겠다는 각오가 부족한 데로부터 일부 단위가 예산수입 계획을 미달했다"며 "일꾼들이 비상방역상황이 장기화되는 데 맞게 경제조직사업을 방법론 있게 진행하지 못해 예산집행에 지장을 주는 현상들도 나타났다"고 밝혔다.
노동당을 이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제8차 당대회를 통해 '정확한 경제정책'을 제시했지만, 현장 간부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부족한 점이 드러났다며 책임을 떠넘긴 셈이다.
지난해 집권 10년을 맞은 김정은 위원장은 정주년(5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인 광명성절(2월16일·김정일 생일)과 태양절(4월15일·김일성 생일)을 기념해 그간의 성과를 과시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특히 경제 부문에 있어선 지난해 당대회를 통해 자력갱생·자급자족 노선을 확립하고 이를 견지해왔지만, 장기화된 대북제재 및 코로나19 여파로 성과 달성이 미미한 상황이다. 어려운 여건을 반영하듯 북한은 올해 예산을 수세적으로 편성하기도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공개한 예산 규모를 보면 지난해에 이어 전반적으로 수세적 예산 편성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김 위원장 집권 이후 통상 3~4% 정도 증가한 예산 편성을 해왔는데 코로나 상황이 이어진 지난해에는 0.9%, 올해는 0.8% 예산 증가율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미진했던 경제 성과를 '내각 책임론'으로 돌리고 국방부문 성과 부각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전날 발표한 '2022년 초 북한 동향과 그 함축성'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김 위원장으로선 경제성장 부진이 계속될 경우, 결국 권력 엘리트와 주민 불만이 자신에게로 향하는 상황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며 "경제적인 면에서 정통성을 높이기 힘들다면 그동안 김 위원장 업적으로 선전돼 온 핵능력을 비롯한 재래군사력 증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자신의 업적 축적을 위해서라도 지속적인 핵능력 증강의 메시지를 대내외에 발신해야 한다"며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중인 2월 16일(김정일 생일)을 전후해 군사퍼레이드(열병식)를 실시할 경우,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선보일 가능성이 있다. 1월에 '최종시험'한 극초음속 활공체(HGV)와 ICBM이 결합된 모델을 등장시킬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북측이 "새로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선보이는 한편, 2월 말~3월 초부터 풍계리 핵실험장 재가동 및 핵실험 징후 등을 노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