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영화 뷰] 애거사 크리스티·히가시노 게이고, 스크린 장르가 된 작가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2.02.07 07:54
수정 2022.02.06 18:55

'나일강의 죽음' 9일 개봉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매년 만들어지고 있다. 기존 작품의 탄탄한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가 시각적으로 재해석돼 원작과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히며 원작 팬들과 더불어 일반 관객들을 품을 수 있다.


그중 기승전결이 확실한 이야기와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애거사 크리스티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스크린의 단골손님이다.


'추리의 여왕'으로 불리는 애거사 크리스티 작품은 익스피어 작품, 성경 다음으로 많이 번역 출간된 만큼 영화를 비롯해 뮤지컬, 연극 등으로 수없이 만들어졌다. 1928년 '퀸의 방문' 이후 '패딩턴발 4시 50분', '정부', '거울 살인사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삐뚤어진 집', '검찰 측 증인',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 등 수많은 작품이 영화로 제작됐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은 영국의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가 등장하는 작품과 미스 제인 마플, 그리고 명탐정이 등장하지 않는 일반적인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세 개로 나누어진다. 에르큘 포와로가 주인공인 작품은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과 '나일강의 죽음', 미스 제인 와플은 '깨진 거울', '거울 살인사건' 등이며 일반 추리 작품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검찰 측 증인' 등이다.


올해는 에르큘 포와로가 중심이 돼 살인사건을 펼치는 '나일강의 죽음'이 관객을 찾는다. 이 소설은 1978년 존 길러민 감독 손에 의해 이미 만들어진 바 있는 이 작품은 월트디즈니가 '오리엔트 특급살인'에 이어 두 번째로 내놓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으로 케네스 브래너가 연출 및 주연을 맡았다. 갤 가돗, 레티티아 라이트, 아네트 베닝, 에마 메키, 아미 해머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포진됐다.


신혼부부를 태운 이집트 나일강의 초호화 여객선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탐정 에르큘 포와로가 조사에 착수하지만 연이은 살인 사건으로 탑승객 모두가 충격과 혼란에 휩싸이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나일강의 죽음'은 전 세계에 4대뿐인 65mm 카메라로 담아낸 이집트 나일강의 아름다운 전경을 담아냈다.


애거사 크리스티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가라면 일본과 국내에서 신작을 발표하는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도 2022년 스크린을 두드렸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1985년 '방과 후'로 등단해 31회 애도가와 란포상, 52회 일본 추리소설 협회상 등을 수상하며 일본의 '국민 작가'로 불린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문학계와 대중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인다.


그의 작품은 '비밀', '백야행', '용의자 X의 헌신', '천공의 벌', '방황하는 칼날', '플래티나 데이터' 등이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고, 국내에서도 이요원, 류승범 주연의 '용의자 X의 헌신', 손예진, 고수 주연의 '백야행', 정재영 주연의 '방황하는 칼날' 등이 제작됐다.


올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 30주년 기념 소설 '인어가 잠든 집'을 영화화한 동명의 영화가 국내 관객과 만났다. '인어가 잠든 집'은 어느 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딸 미즈의 의식을 되찾기 위해 엄마 카오루코가 선택한 마지막 희망으로 기적과 같은 날들을 경험하는 휴먼 감동 드라마이다. 캐스팅도 화려하다. 시노하라 료코, 니시지마 히데토시, 사카구치 켄타로, 카와에 이리나 등이 열연했다.


2018년 일본에서 먼저 개봉한 '인어가 잠든 집'은 그 해 일본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으며 시노하라 료코가 호치 영화상 여우주연상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언제나 뛰어난 원작이 뛰어난 영화를 보장하진 않는다. 혹평을 맞은 사례들도 자주 볼 수 있다. 국내에서 만들어진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백야행'과 '방황하는 칼날'은 원작의 방대한 양을 2시간 러닝타임 안에 생략해 혹평을 면치 못했다. '천공의 벌'과 '플레티나 데이터'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아우라를 구현하지 못했다는 뼈아픈 지적을 들었다.


2015년 개봉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도 원작의 명성을 감당해 내지 못하고 추리라는 기본 뼈대 안에서 용의자로 오른 승객들의 사연에 집중해, 범인과 용의자들의 쫄깃한 심리전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작가들의 영화화 소식은, 매번 추리 영화 팬들의 환영을 받는다. 심리전보다는 타격감을 중심으로 한 액션 위주의 범죄 영화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기승전결이 확실하며 관객들의 허를 찌르는 반전 요소 등을 갖춰 작품성으로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안겨줄 요소들을 많이 담고 있기 때문이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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