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유머로 포장해도 한계…갈수록 선 넘는 KBS 주말드라마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2.02.06 09:31
수정 2022.02.06 09:35

‘신사와 아가씨’ 폭력적인 장면 연이어 논란

극적인 흥미를 위해 억지 갈등을 유발하거나, 전개의 치밀함이 떨어진다는 한계를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가족애라는 보편적인 정서를 어렵지 않게 전달하며 훈훈함을 조성하는 것은 KBS 주말 드라마만의 장점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기본적인 완성도조차 갖추지 못하는 작품들이 늘고 있다. 이마저도 온라인상에서는 유머로 승화하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폭력적인 장면들까지 연달아 등장하면서 선을 넘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KBS2 ‘신사와 아가씨’ 최근 회차에서는 딸을 감금하는 장면이 등장해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딸 박단단(이세희 분)이 14살 연상에 3명의 자녀까지 있는 이영국(지현우 분)과 교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 박수철(이종원 분)이 딸의 방을 자물쇠로 걸어 잠근 것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딸을 끌고 들어와 방에 밀어 넣는 장면과 박단단이 울며 애원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방송 직후 해당 장면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사랑하는 딸을 위한 일이라고 해도, 누군가를 감금하는 것은 엄연히 범죄라는 것이다. 딸을 납치하듯 끌고 와 억지로 방에 밀어 넣는 모습 또한 폭력적이었으며, 무엇보다 ‘신사와 아가씨’는 이러한 설정과 장면들을 아버지의 사랑으로 포장하려 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더욱 큰 문제는 ‘신사와 아가씨’가 앞서도 폭력적인 연출로 지적을 받은 바가 있었다는 것이다. 애나 킴(이일화 분)이 과거 딸을 버리고 도망친 전처였다는 것을 알게 된 박수철이 그를 찾아가 분노하는 장면에서 과도한 폭력이 동반된 것. 박수철은 애나 킴의 뺨을 때리고, 힘으로 밀치는가 하면 목을 조르는 듯한 모습까지 포착됐다. 이후 애나 킴이 피를 흘리는 장면까지 고스란히 포착돼 폭력의 정도를 짐작케 했다. 이 장면 역시도 박수철의 분노를 지나치게 폭력적인 방식으로 표현했다는 비난을 받았었다.


‘신사와 아가씨’는 앞서도 박단단과 이영국의 지지부진한 로맨스와 이 과정에서 뻔하고 짐작 가능한 갈등을 반복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그리고 이는 최근 KBS 주말 드라마가 반복적으로 지적받는 사항이기도 하다.


전작인 ‘오케이 광자매’부터 ‘오 삼광빌라’, ‘하나뿐인 내편’까지. 대다수의 KBS 주말 드라마는 연인, 가족의 사랑을 소재로 삼고 있다. 보편적인 소재를 50부작 내외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억지스럽게 갈등을 유발하고, 또 이를 뻔한 방식으로 봉합하면서 지루함을 유발하기도 한다. 출생의 비밀 또는 기억 상실 등이 단골로 쓰이는 도구들이다.


그럼에도 중, 장년층을 타깃으로 삼는 주말 드라마의 특성상, 어렵지 않고 유쾌하게 이를 전개하면서 결국에는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로 훈훈함을 조성한다는 매력만큼은 장점으로 손꼽혔었다. 이에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고,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어도 이를 문제 삼기보단 주말 드라마의 특성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경우들이 빈번했다. 주말 드라마들의 다소 과장된 연기와 개연성이 떨어져 황당한 장면들이 온라인상에서 각종 밈으로 재생산되는가 하면, 특히 ‘신사와 아가씨’는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가 드라마를 보며 답답함에 몸부림치는 모습으로 화제가 되면서 젊은 시청자들에게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유머로 승화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완성도 부족도 지나치게 반복되면 시청자들의 실망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신사와 아가씨’의 선 넘은 폭력적인 연출까지. 이해의 범주를 벗어나는 논란들까지 이어지며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물론 ‘신사와 아가씨’는 여전히 시청률 30%를 넘나드는 인기 드라마이며, 이 시간대에 방송되는 작품들은 모두 비슷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시청률만 높으면 그만’인 걸까. 최소한의 고민도 담기지 않은 작품들이 이어진다면, 탄탄하게 구축한 고정 시청층이 유지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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