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고뇌·결단 가슴에"…강정마을 찾은 윤석열, 노무현 떠올리며 '울컥'
입력 2022.02.05 16:08
수정 2022.02.05 17:35
盧 결단 건설된 강정 해군기지 방문
과거 盧 행보 상기하며 울먹인 모습
"많은 반대에도 결단…가슴에 새겨
국민통합, 여기 강정마을부터 시작"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강정 해군기지가 위치한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뇌와 결단을 가슴에 새긴다"고 밝히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윤 후보가 찾은 강정 해군기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07년 6월 주민들과 일부 정치권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 전 대통령이 강력하게 밀어붙여 성사된 건설 사업이다.
노무현 정권에서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해당 기지 건설에 대해 정부 차원의 사과를 결정하며, 반대 과정에서 벌어졌던 소송 및 처벌 취하를 약속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제주도지사를 지냈던 원희룡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과 함께 이 곳을 찾아 항구와 해군기지에 관련된 설명을 청취한 직후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 "저 넓은 바다를 보니 가슴이 벅차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의 갈등으로 지난 십수년 간 지역주민들께서 고통을 겪으셨기 때문이다. 그분들께 먼저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윤 후보는 "2007년 노 전 대통령은 주변의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뇌에 찬 결단을 했다"며 "노 전 대통령은 '제주해군기지는 국가의 필수적 요소다. 무장과 평화가 함께 있는 것은 잘못이 아닌 것'이라고 했다.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자주국방과 평화의 서막을 연 것"이라 강조했다.
연설을 이어가던 윤 후보는 "저는 노 전 대통령의 고뇌와 결단을"이라고 말한 뒤 울컥하며 5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뒤늦게 "가슴에 새긴다"라며 연설을 재개한 윤 후보는 "더 이상 이 곳을 정쟁이 아닌 통합과 평화의 상징으로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윤 후보는 "아시아 최고를 넘어 세계적 크루즈 관광 허브로 만들어 강정마을과 제주도민에게 보답하고 제주 해양관광 클러스터 조성의 핵심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군의 임무수행에도 차질이 없도록 지원하며 세계 최고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할 것"이라 말했다.
또 "자유대한민국의 국민통합은 이제부터, 여기 강정마을부터가 시작"이라며 "대한민국의 평화와 안전은 강력한 힘이 뒷받침 되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 다함께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윤 후보는 연설문 발표 이후 취재진과 만나 울먹였던 배경에 대해 "해군기지가 정말 핵심전략요충지인데, 노 전 대통령의 결단이 없었다면 기지가 건설될 수 있었겠느냐는 그런 생각"이라 설명했다.
이에 더해 "노 전 대통령은 순수한 열정 그리고 원칙 있는 국정운영을 했던 분인데, 본인을 지지하는 정치세력에서 극구 반대하는 것을 '국익'이라는 한 가지 원칙에 입각해 결단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독한 결정이었을까 보니 잠시 제가 노 전 대통령의 입장을 생각하게 됐었다"고 덧붙였다.
윤 후보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지기다. 조상우 강정마을회 회장은 윤 후보를 향해 "노 전 대통령이 자주국방을 목표로 추진을 해왔는데 주민들은 안보를 이유로 반대한 것이 아니고 순박하게 살던 고향을 지키려던 출발이었다"라며 "그 마음을 이해해 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반대 시위 과정에서 기소당한 주민들의 사면처리와 2012년 부터 해당 지역에서 추진 중인 '공동체회복사업'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호소했다.
윤 후보는 이에 "아직 사법절차가 완결이 안 된 분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지금 사면이라는 문제에 대해 이렇게 하겠다 저렇게 하겠다 말씀드릴 수 없는 입장이지만 어쨌든 강정이 우리 평화와 통합의 출발점이라고 말씀드린 것을 잘 생각해달라"고 했다.
한편 이날 윤 후보가 방문한 강정마을에는 제주 지역 지지자 수백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들은 "제주의 선택은 윤석열", "국민이 키운 윤석열"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윤 후보의 이름을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