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M&A 결정 임박…여전히 첩첩산중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2.02.06 06:00
수정 2022.02.07 17:22

공정위 9일 전원회의 열어 양사간 기업결합 논의

조건부 승인받아도 美·日 등 해외 7개국 심사 남아

깐깐한 EU·中 변수…범정부 차원 노력 절실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청사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가 주기돼 있다.(자료사진)ⓒ뉴시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간 기업 결합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이 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그동안 제기돼 온 조건부 승인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인수합병(M&A) 결정이 이뤄진 지 1년 3개월만에 이뤄지는 결정으로 대한항공으로서는 큰 산을 넘는 것이지만 아직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가 남아 있어 안심하기에 이르다는게 업계의 분위기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오는 9일 개최하는 전원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간 기업 결합 관련 안건은 조건부 승인으로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원회의는 조성옥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참여하는 공정위 내 최고 의사결정 절차다.


이미 공정위가 승인 조건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대한항공에 전달했고 대한항공도 이에 대한 의견서를 공정위에 제출하는 등 양측이 사전 교감하는 과정을 거쳐왔던 터다.


공정위는 앞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뿐만 아니라 저비용항공사(LCC) 계열사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총 5개사의 항공사 노선들에 대한 경쟁 제한성을 면밀히 분석해 독점 문제 해소를 위한 시정 조치 방안을 마련해 왔다.


공정위는 분석 대상 노선 중 약 절반 가량이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인천~로스앤젤레스(미국)와 인천~시드니(호주) 등 양사 결합 시 점유율이 100%인 독점 노선도 10개가 나온다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독점 문제 해소를 위한 시정 조치를 승인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에 지난해 12월 양사의 기업결합 조건으로 양사가 보유한 운수권(다른 나라 공항에서 항공사가 운항할 수 있는 권리) 재분배와 슬롯(Slot·항공사가 특정 시간대에 배정받은 항공기 운항 허가권) 일부 반납을 조건으로 내건 심사보고서를 양사에 송부한 상태다.


인수 주체인 대한항공은 보고서를 전달받고 검토한 뒤 지난달 21일 관련 의견을 공정위에 제출했다. 업계에서는 양측이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의견의 간극을 좁혀온 만큼 이번 전원회의에서 조건부 승인이 이뤄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20년 11월 합병 결정이 이뤄진 지 1년 3개월째를 맞는 상황에서 대한항공으로서는 공정위의 승인이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특히 국내 경쟁당국의 결정이 해외 경쟁당국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공정위로서도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결정을 지체하는 것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도 이를 더하고 있다. 결국 제시한 조건들이 어느정도 충족되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아 승인에 방점을 찍는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정위의 승인 결정이 이뤄지면 대한항공으로서는 가장 큰 고비를 넘어서는 것이지만 M&A 최종 성사까지는 아직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가 남아 있다. 미국·유럽연합(EU)·중국·일본 등 필수신고 국가들을 포함, 총 7개국의 경쟁당국으로부터 모두 승인을 얻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


항공업계에서는 합병 기업의 해당국가 경쟁당국의 승인이 이뤄진 건에 대해 해외 경쟁당국이 승인을 불허한 결정이 많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공정위가 승인만 하면 다른 국가들의 경우, 심사 과정이 순탄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유럽연합(EU)에서 해외 기업들간 기업결합에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되고 있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U는 지난해 캐나다 1·3위 항공사인 에어캐나다와 에어트랜샛의 합병을 반대해 자진철회하도록 했고 스페인 1위 항공사 이베리아항공 등을 소유한 지주회사 IAG(International Airlines Group)가 스페인의 3위 항공사 에어유로파 인수에도 퇴짜를 놓는 등 EU 회원국에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올 초에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불허해 양사간 M&A가 결국 무산됐다. 다른 업종이기는 해도 EU가 해외 기업간 결합에 깐깐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은 입증된 셈이다.


물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간 기업 결합은 다른 환경에서 이뤄지는 만큼 EU가 반대할 명분이 약하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EU(영국 제외)내 중복 직항 노선은 파리(프랑스)·로마(이탈리아)·프랑크푸르트(독일)·바르셀로나(스페인) 등 4개 노선뿐이다.


또 한국-유럽 노선은 캐나다-유럽간 대서양 노선과 다르게 전체 노선과 운항편수가 적어 한국 항공사간 기업결합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어 에어캐나다의 사례와는 분명히 다르다. 이와함께 직항 노선을 대체할 수 있는 중국·홍콩·중동 등을 경유하는 노선들도 많아 독과점 가능성도 작다.


아울러 국내 양대 항공사보다 규모가 큰 해외 항공사들이 상호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글로벌 항공 산업의 환경은 조선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점유율이 60%로 올라가 독과점 우려가 있다는 EU의 반대 논리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M&A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양사 유럽 노선 탑승객 중 90%가 한국 국적으로 해외 대형항공사와 경유노선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EU가 반대할 이유가 있을까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EU 외에 중국도 변수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항공자유화지역으로 운수권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결합 승인을 반대할 명분이 낮지만 중국은 이와는 상황이 다르다.


중국 정부가 그동안 자국 항공산업 육성 및 보호를 위해 해외 항공사에 대한 운수권 및 슬롯 배분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온 만큼 인근 국가인 한국에서의 대형 항공사 출범을 경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공정위가 앞서 양사간 결합으로 인해 단일 국가 중에서는 가장 많은 18개의 중국 노선에 대해 경쟁제한성이 발생한다고 판단한 바 있어 이를 걸고 넘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중 인천~장자제, 부산~칭다오 노선은 양사간 결합 후 100% 독점 노선이 되는 것으로 결론냈다.


또 그동안 중국 정부가 해외 기업간 M&A에 깐깐한 입장을 보여 온 만큼 승인을 해주더라도 특정 노선 경쟁제한성 해소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 수 있고 승인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업종은 다르지만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 인수의 경우, 인수 결정(2020년 10월)이 이뤄진지 1년 2개월만인 지난해 12월 말에서야 중국 정부의 승인을 얻을 수 있었다. 심사 대상 8개국 중 나머지 7개국에서 지난해 7월까지 모두 승인이 이뤄지면서 중국 경쟁당국의 더딘 심사 속도는 그대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공정위에서 조건부 승인이 이뤄지더라도 해외 경쟁당국의 판단이 보다 긍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 산업은 대표적인 국가 기간 산업으로 국가 경쟁력의 척도가 된다”며 “심사보고서를 내는 공정위뿐만 아니라 외교부 등 범정부 차원에서 기업결합 성사를 위해 할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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