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영화 뷰 ] OTT 경계했던 프랑스마저 결국 홀드백 단축…플랫폼 간 파워게임서 한 발 뒤로
입력 2022.02.06 09:13
수정 2022.02.06 09:20
프랑스가 자국 영화 산업의 자부심을 내세우며 극장 위주의 영화 산업을 지키겠다는 뜻을 암묵적으로 비쳐왔지만, OTT의 거센 바람에 결국 한 발 물러난 모양새다. OTT가 전세계적으로 미디어 환경을 바꾸고 있는 가운데, 이 현상에서 가장 뒷자리에 있던 프랑스도 개정 변경에 합류했다.
로슬린 바첼로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지난 1월 24일 프랑스 지역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에 대한 새로운 기간 규칙을 설정했다. 그 동안 프랑스는 법적으로 극장 상영 후 36개월이 지나야만 SVOD(구독형 VOD) 서비스를 허용해왔다. 이번에 새롭게 규정된 법은 36개월의 홀드백 기간을 15개월로 단축했다. 그리고 이 협약의 조건은 OTT가 약 4000만 유로를 투자해 연간 최소 10편의 현지 영화를 제작이다.
이에 넷플릭스는 "이 협정은 미디어 연대기의 현대화를 향한 중요한 첫걸음이다. 이는 협상 과정에 대한 우리의 건설적인 기여와 프랑스 영화 산업에 기여하려는 우리의 약속을 모두 반영한 것"이라고 입장을 발표했다. 여기에 이 협정이 내년에 재검토 될 때는 12개월로 변경되기를 희망한다고도 덧붙였다.
이번 규칙에는 넷플릭스만 서명했다. 협정 서명을 하지 않은 디즈니플러스와 아마존의 홀드백 기간은 17개월로 고정된다.
기존의 홀드백 기간을 지키며 극장 산업의 이익을 최대한 지키고 싶었던 프랑스 배급사들 입장에서는 이번 협정은 아쉬운 결과다. 그 동안 프랑스는 OTT를 향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가장 큰 예로는 2017년 봉준호 감독의 넷플릭스 '옥자'와 칸국제영화제의 줄다리기다.
칸국제영화제는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와 노아 바움백 감독의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를 경쟁 부문에 초청했다. 하지만 프랑스 극장협회에서 스트리밍 서비스 영화를 칸 경쟁 부문에 초청했다는 사실에 반박했다. 넷플릭스 영화가 개봉 영화는 상영 후 36개월이 지나야 스트리밍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프랑스 법과는 어긋난다는 이유다. 이에 칸국제영화제 측은 스트리밍 서비스 기반 영화를 향후 경쟁 부문에 초청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넷플릭스 측은 모든 영화를 칸 국제영화제 출품을 하지 않겠다고 거부했다. 그리고 이 보이콧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10월에도 영화 배급사와 넷플릭스 간의 신경전을 벌어졌다. 넷플릭스가 '파워 오브 도그', '더 핸드 오브 갓', '더 라스트 도터'를 공개 하기 전에 프랑스 독립영화관에서 상영회를 개최한다고 밝혔고, 배급사들은 반대 시위를 진행했다. 개정 전인 36개월 홀드백 기준으로 세 작품 모두 온라인 상영과 극장 상영이 이뤄질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넷플릭스는 프로모션 이벤트일 뿐이라고 강조했지만, 배급사들은, 코로나19로 미개봉작들을 선보이기도 바쁜 시점에 넷플릭스의 이같은 프로모션은 유료 구독자 늘리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미 넷플릭스는 전 세계 영화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할리우드를 비롯해 많은 국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할리우드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무게 중심이 극장에서 OTT로 쏠리자, 홀드백 기간을 90일을 45일로 단축했다. 국내에서도 2017년 '옥자' 개봉 당시, 상영 후 3주 간의 유예기간을 두지 않는 넷플릭스와 극장 동시 상영은 영화 산업의 생태계를 망가뜨린다며 멀티플렉스가 개봉을 거부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OTT 오리지널 영화를 2주 먼저 극장에서 공개하는 제도를 도입해 공생을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 영화 산업의 콧대를 꺾어온 넷플릭스가 프랑스에서는 유독 거센 반발에 부딪쳤지만, 결국 원하는 바에 한걸음 다가간 셈이다.
한 영화 유통 관계자는 "코로나 시대의 대세인 OTT의 홀드백 단축은 어쩔수 없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극장, SVOD 플랫폼 간 파워 게임에서 극장이 힘을 잃어가는 것에 대한 영화인으로서 매우 아쉽지만 변화를 인정 못하고 과거에 얽매여 적응 못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극장이나 플랫폼이나 관객을 가장 최적의 컨디션에서 만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고심하고 영화 발전의 목표를 가지고 상생하는 방안을 강구했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반면 15개월이라는 기간이 다른 국가에 비해 길다는 점을 이유로, 프랑스 내 OTT와 영화 산업의 힘겨루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다른 영화 관계자는 "프랑스 입장에서는 15개월도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서 여전히 보수적이다. 영화 산업의 끄트머리에서 극장을 지킬 수 있을지, 도태될지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