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히든캐스트(76)] 뮤지컬 배우 ‘최하은’의 또 다른 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2.02.04 14:48
수정 2022.02.04 14:48

'썸씽로튼' 4월10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배우 최하은은 어린 시절부터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워왔고, 긴 시간의 노력 끝에 결국 그 꿈을 이뤄냈다. 2016년 뮤지컬 ‘맘마미아!’ 스윙으로 처음 작품에 참여했던 당시, 공연 2시간 전 갑작스럽게 오른 무대의 희열은 그에게 또 다른 꿈을 꾸게 했다. 이후 해당 작품은 물론 ‘오!캐롤’(2018) ‘삼총사’(2018) ‘광화문연가’(2021) 등에 출연하면서 얻게 된 새로운 꿈은 ‘안무가’였다.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참여하게 된 뮤지컬 ‘썸씽로튼’에서 그는 앙상블과 조안무를 겸하면서 조금씩 새로운 꿈에 가까워지는 중이다. ‘하루에 한 시간은 꼭 연습실에 가자’는 자신과의 약속도 자신의 꿈에 대한, 그리고 그 꿈을 이뤄줄 무대와 관객에 대한 책임감에서부터 비롯됐다.


-현재 출연 중인 ‘섬씽로튼’엔 어떻게 함께하게 됐나요?


‘썸씽로튼’ 두 번째 시즌 오디션 소식을 듣고, 초연 때 너무 즐겁고 행복했던 공연이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멈췄던 날들이 아쉬워서 오디션에 참여하게 됐어요. 열심히 준비했고, 다행히 합격해서 함께 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지난 2020 시즌에 이어 두 번째인데요. 작품에 임하는 태도나 생각에 있어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사실 초연 때는 조금 늦게 합류해서 따라가기 바빴고, 조금 적응하려던 찰나 코로나19로 인해 멈췄던 날들이 많아서 참 아픈 손가락 같은 공연이었어요. 그래서 재연은 더 최선을 다해서 매회 후회하지 않을 공연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썸씽로튼’의 첫인상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첫 음악 연습 때 배웠던 넘버가 ‘메이크 언 오믈릿’(Make an Omelette)이었어요. 가사에 ‘콜레스테롤 땜에 죽을지 몰라’ ‘팬케이크가 망하면 크레페지’라는 가사가 있어요. 사실 이 가사를 보고 ‘대체 이 작품은 뭐지?’라는 물음표가 가득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너무나 즐겁게 노래하고 있답니다(웃음).


-극중 어떤 역할들을 맡고 있는지도 소개해주세요.


르네상스 시대에 영국 시민으로 주로 나오고요. 윌리엄 셰익스피어에게 열광하는 팬, 넘버 ‘위 씨 더 라이트’(We See the light)에서는 수녀, 바텀 형제가 만든 뮤지컬 ‘오믈릿’ 씬에서는 테이블 위에서 기타 치는 수녀 역 등으로 등장합니다.


-‘썸씽로튼’ 앙상블은 퀵체인지가 정말 많은 것 같더라고요. 앙상블로서 작품에 참여하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요?


사실 저는 퀵체인지가 많은 편은 아니에요. 대신에 남자 앙상블들이 정말 바빠요. 저랑 같이 등장하는 배우가 이전 장면을 마치고 소대로 돌아와 퀵체인지를 하고 다시 무대에 나가기까지 얼마나 걸리나 세어본 적이 있거든요. 무대에서 나오자마자 7초 만에 옷을 갈아입고 스탠바이를 하더라고요. 정말 대단하죠? 하하.


-최하은 배우가 느끼는 앙상블 배우의 고충이 있다면?


주·조연, 앙상블 가릴 것 없이 모든 배우들이 최고의 공연을 위해 땀 흘리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건 맞아요. 하지만 원 캐스트인 배우들과 앙상블들은 쉬는 날 없이 주 8회 많게는 9회 공연을 해야 하는데 주말쯤 되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뭉치거나 목이 안 좋거나 체력이 떨어질 때가 있어요. 그래도 모두들 자기관리 꾸준히 하면서 최고의 공연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답니다!


-가장 보람된 순간은?


사실 요즘은 계속 마스크도 써야 하고 웃을 일이 잘 없잖아요. 그런데 ‘썸씽로튼’을 보러 멀리까지 찾아와주시고, 공연 보시면서 즐겁게 웃고 박수를 치며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볼 때면 느끼는 보람은 말 할 것도 없죠.


-작품에 참여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제가 앙상블 겸 조안무를 맡고 있어요. 때문에 런스루와 최종 리허설 때 몇 번은 스윙이 제 자리를 채워주고 조안무로 리허설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조안무로 처음 리허설에 참여하는 날 같이 앙상블로 참여하는 배우들이 제가 틀리기만을 바라는 거 있죠?(웃음) ‘하은아, 제발 한 번만 틀려줘’ ‘하은이가 틀리는지 안 틀리는지 봐야지’라고요. 다들 벼르고 있던 사람들처럼 장난을 치는데 결국 대차게 틀렸습니다. 그때 정말 환하게 웃던 모습이 생각하네요. 하지만 리허설 때 다 틀린 덕분인지 실제 공연에서는 실수 없이 해냈답니다! 하하.


-최하은 배우가 생각하는 ‘썸씽로튼’의 매력은?


‘썸씽로튼’은 정말 행복하고 신나는 공연입니다. 그중에 최고 매력은 앙상블이죠! 칼군무를 위해 정말 연습 많이 했고, 다들 깨알연기가 장난 아니에요. 그리고 중독성 강한 넘버들도 빼놓을 수 없고요. 한 번이라도 공연을 보셨던 분들은 아실 거예요. 일상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머릿속에 ‘웰컴 투 더 르네상스~’ ‘윌~파워!!’ ‘흑사병~’ ‘어 뮤지컬’ 멜로디와 가사들이 둥둥 떠다닐 거예요. 연습 때 제가 그랬거든요(웃음).


-작품에서 가장 애정하는 넘버, 장면이 있다면요?


저는 ‘윌 파워’(Will Power)를 제일 좋아합니다. 셰익스피어 팬으로서 열광적으로 춤추고 몸을 흔들죠. 사실 에너지를 제일 많이 쓰는 장면이라 힘들긴 한데 막상 음악이 시작되면 정말 원 없이 스트레스를 풀고 나온답니다. 스트레스 풀고 싶을 땐 ‘윌 파워’가 최고!


-조안무로도 활약하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책임감도 클 것 같아요.


사실 대극장 작품의 조안무는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했었고, 제 머릿속으로 계획한 것도 많았어요. 그런데 막상 진행하다 보니 생각처럼 잘 안되더라고요. 제가 조안무로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아서 우리 ‘썸씽로튼’ 팀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부족한 만큼 마지막 공연 날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서 다양한 작품들과 함께 해왔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나요?


저는 지금까지 항상 밝고 행복한 작품들만 했었어요. 아무도 죽지 않는, 완벽한 해피엔딩! 그중에서도 ‘맘마미아!’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팀워크도 너무 좋았고, 공연 기간만 1년이었는데 하루하루 너무 즐거웠던 기억뿐이거든요. ‘맘마미아!’ 장면 중에 도나가 딸 소피의 머리를 만져주면서 결혼 준비를 하는 장면이 있어요. 연습실에도 그랬고 공연을 할 때에도 매 회 그 장면만 시작할 때면 매번 울컥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배우들끼리 3막이라고 부르는 커튼콜 또한 기억에 많이 남아요. 보통의 커튼콜은 인사 후 마무리가 되는데 ‘맘마이아!’는 인사하고 8분 동안 앙코르 무대가 이어지거든요. 들어가기 전에는 너무 힘든데 막상 시작되면 또 너무 신나서 에너지를 다 쏟아 붓고 집에 가서 기절하곤 했어요.


-뮤지컬 배우로서의 첫 시작이 ‘맘마미아!’이기도 하죠.


맞아요, ‘맘마미아!’의 스윙으로 데뷔를 했어요. 스윙은 매 회 온스테이지가 아니어서 백스테이지에서 열심히 따라다니면서 준비했었어요. 그리고 저의 데뷔는 앙상블 배우 중 한 분이 위경련으로 응급실을 가게 되면서 공연 2시간 전에 결정됐답니다. 급박했던 상황이었던 만큼 눈 깜짝하니까 공연이 다 끝나있더라고요. 아! 출연진 중 학교 동기가 있었는데 온스테이지를 준비하며 여러 감정이 교차했는데 그 친구를 끌어안고 엉엉 운 기억도 나네요.


-데뷔 당시와 지금, 가장 달라진 점을 꼽자면?


데뷔 때는 다른 사람들 볼 여유도 없고 제 할 일을 챙기기도 벅찼어요. 지금은 최대한 넓게 보려고 노력을 하고, 제 나름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고 생각해요.


-반면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신념이 있다면?


전 항상 공연 시작 전에 기도를 해요. 동료들과 모여서 같이 할 때도 있고, 시간이 안 될 때는 저 혼자서라도 첫 스탠바이 자리에 서서 꼭 기도를 하고 공연에 임해요. 모든 영광 하나님께 돌려 드릴 수 있게 해달라고, 다치지 않게 지켜달라고요. 또 공연을 보러 오시는 관객분들 중에 뮤지컬을 처음 보시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그래서 어떤 날은 열심히, 어떤 날은 대충이 아니라 늘 첫 공연에 임한다는 마음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꿨던 건가요?


저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대구에 있는 죠이 뮤지컬 선교 단체에서 활동했었어요. 선교 단체 활동을 하면서 뮤지컬 배우를 꿈꿨고, 제대로 준비하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입니다. 뮤지컬과가 있는 대학교에 가려고 성악도 잠깐 배웠고요.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워크숍 활동도 했었는데 그때 학교 극장의 무대에 오르면서부터 더욱 꿈을 키워나간 것 같아요.


-긴 시간 꿈꿔온 뮤지컬 배우 생활이지만, 주저앉고 싶은 시간들도 있었을 것 같아요.


데뷔를 하고 그 후로 준비하는 오디션마다 잘 안됐었어요. 보는 오디션마다 떨어지니까 내가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방황하던 시기였죠. 그러다 어린이 뮤지컬에 참여하면서 주말엔 공연을 하고 평일에는 저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레슨도 받고 공부도 많이 했어요. 이때 ‘뭘 하든 하루 한 시간은 꼭 연습실에 가자’라고 결심하고 정말 매일같이 연습실에 나가서 노래 연습하고 춤 연습했던 기억이 나네요.


-앞으로의 계획도 들려주세요.


저의 최종 목표이자 꿈은 안무가입니다. 지금까지 함께 했었던 감독님들을 보며 꿈꿔왔어요. 배우로서 경력을 쌓으며 더 많은 감독님들을 만나고, 더 많이 배우고 갈고닦아서 한국 뮤지컬계를 빛낼 안무가가 되고 싶습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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