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논란’ 오티즈 명전행, KBO리그는? [김윤일의 역주행]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2.01.27 00:10
수정 2022.01.26 21:55

데이빗 오티즈, 약물 논란에도 첫 해 명예의 전당행

KBO리그에서는 MVP 출신 김재환 기부 등 선행

'빅파피' 데이빗 오티스가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입성을 확정했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는 26일(한국시간) 2022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를 발표하며 오티스가 투표인단 394표 중 307표(77.9%)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오티스는 명예의 전당 입성 조건인 75% 이상의 득표율을 간신히 넘기면서 명예를 얻게 됐다.


성적만 놓고 보면 명예의 전당에 어울리는 선수가 바로 오티스다. 오티스는 2016년 은퇴할 때까지 개인 통산 2408경기에 출장, 타율 0.286 541홈런 1768타점의 걸출한 성적을 남겼다.


무엇보다 포스트시즌에서 매우 강한 모습을 선보였는데 보스턴에 3회 우승을 선사했고, 2013년 월드시리즈에서는 타율 0.688 OPS 1.948이라는 압도적 성적으로 MVP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오티스는 베이브 루스, 미키 맨틀, 레지 젝슨에 이어 단 4명뿐인 500홈런+월드시리즈 3회 이상 우승 멤버이기도 하다.


문제는 역시나 약물 의혹이다. 그는 2003년 불법금지약물을 복용한 혐의를 받았고 이로 인해 미국 내에서도 비난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약물 복용 사안이 말 그대로 의혹에 그쳤고 유출된 리포트가 불법 논란에 휘말리면서 오티스를 다른 약물 선수들과 동일선상에 놓아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조성됐다. 또한 보스턴 팬덤의 강력한 지지로 오티스의 명예는 선수 생활 끝날 때까지 유지됐다.


이로 인해 오티스는 명예의 전당 입성이 마지막 기회였던 배리 본즈와 로저 클레멘스는 물론 함께 첫 해 자격이 주어진 알렉스 로드리게스까지 제치며 쿠퍼스 타운으로 향했다.


그가 약물 논란에도 불구하고 팬들과 기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오티스는 약물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혐의를 철저히 부정하는 한편, 적발된 선수들에 대해서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며 ‘내로남불’의 모습을 보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오티스는 야구 선수를 넘어 인간으로서 많은 긍정적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그는 2013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테러 사건이 일어나자 가장 먼저 발 벗고 나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고 팬 서비스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매우 적극적이었다.


또한 고국인 도미니카 공화국에 병원을 설립한 것은 물론 각종 봉사와 기부 활동으로 2011년 로베르토 클레멘테상(도덕적으로 모범을 보인 선수에게 수여하는 상)을 받기도 했다.


KBO리그에도 약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선수들이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두산 김재환이다.


김재환은 프로 초창기 약물 복용이 적발됐고 잠재력을 폭발시킨 뒤 MVP를 수상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여기에 이번 겨울 4년간 115억원의 FA 대박까지 치면서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얻기도 했다.


김재환은 MVP를 받았을 당시 논란을 의식한 듯 “짊어지고 가야할 책임들을 무겁게 갖고 가겠다. 앞으로 남은 인생 좋은 모습만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후 김재환은 자신의 말을 지키듯 이렇다 할 구설 한 번 일으키지 않은 것은 물론, 여러 선행과 기부 활동 등을 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오티스의 명예의 전당 입성을 허락했다. 과연 한국 야구는 김재환이 은퇴할 즈음 어떤 평가를 내릴지 궁금해진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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