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잘 만든 드라마 한 편, 서점가까지 살린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2.01.21 14:01
수정 2022.01.21 12:51

'그 해 우리는' 대본집, 판매 하루만에 베스트셀러 등극

드라마 대본집·포토에세이 판매량 증가

인기 드라마의 영향력이 서점가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기존엔 예능에서 소개되거나, 드라마의 원작이 되는 작품 등이 인기 도서에 올랐다면, 최근엔 하나의 ‘굿즈’ 형태로 작품의 직접적 파생 콘텐츠인 대본집이나 포토에세이 등 관련 서적으로까지 인기가 이어진 셈이다.


최신 회차인 14회에서 시청률 4.1%(이하 닐슨코리아), 순간 최고 시청률로는 5.8%를 기록한 SBS ‘그 해 우리는’의 대본집으로 이런 현상이 뚜렷히 드러난다. 이 드라마는 2049 타깃 시청률로는 5주 연속 월화드라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그 해 우리는’의 대본집 두 권은 지난 12일 예약 판매를 시작한 지 하루 만에 국내 종합 베스트셀러 1, 2위에 나란히 올라 일주일째 순위를 지키고 있다. 20대(44.2%)가 가장 많은 관심을 보였고 30대(22%), 40대(14.6%), 10대(13.4%) 등 다양한 연령대가 구매했다.


‘그 해 우리는’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인기 드라마의 대본집이나 포토에세이 등의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스24 집계 결과 지난해부터 이달 둘째 주까지 TV드라마 대본집과 포토에세이의 판매량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2년간의 판매량보다 각각 46.3%, 포토에세이는 27%나 높아졌다. 그만큼 드라마 관련 서적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1일 최고 시청률 17.4%를 기록하며 종영한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과 지난해 10월 종영한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최고 시청률 12.7%) 관련 서적들도 불티나게 팔렸다. ‘옷소매 붉은 끝동’ 포토에세이는 지난해 12월 22일 예약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국내 종합 베스트셀러 2위를 차지했고, ‘갯마을 차차차’ 대본집 두 권도 지난해 11월 출간 직후 국내 베스트셀러 1, 2위에 올랐다.


이런 현상이 아주 없던 일은 아니다. 출판사들은 영화나 드라마, 예능의 인기에 편승해 앞 다투어 관련 서적을 쏟아내는 일이 허다하다. 그만큼 미디어를 탄 책들, 혹은 관련 책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미디어셀러’(media seller, 미디어 노출 이후 흥행해 베스트셀러가 된 도서)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5년 출간된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당시 방영된 드라마 ‘남자친구’에서 배우 박보검이 송혜교에 건넨 시로 등장하면서 재차 주목받았다. 드라마 직후 한 달 간 해당 시집의 판매량이 약 60배 가량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도 미디어셀러의 강세는 여전하다. ‘갯마을 차차차’의 남자주인공이 이선호가 드라마 속에서 읽었던 에세이 ‘원든’과 시집 ‘에코의 초상’은 각각 예스24 에세이 분야 11위, 시 분야 3위에 올랐고 판매량은 3.7배, 32.6배 늘었다. 또 올해 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소개된 작가의 저서 역시 방송 출연 직후 판매량이 크게는 수백 배 높아지기도 했다.


다만 출판계에선 “대본집이나 포토에세이 등은 드라마에 대한 추억을 기억하려는 소장품에 가깝다. 주로 드라마 시청자가 소비자가 되는 경우인데,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하면서 ‘굿즈’가 익숙한 젊은 애청자들과 빠르게 발달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이 맞물리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예스24 김유리 에세이·예술 MD는 “최근에는 TV드라마가 다양한 국내외 OTT 플랫폼과의 시너지로 종영 후에도 지속적인 신규 시청층 유입을 이끌어 도서를 포함한 연관 콘텐츠들의 수요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