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 아파트 재시공시 손실액 ‘5000억+a’ 가늠 못해
입력 2022.01.21 05:04
수정 2022.01.20 17:24
철거 후 재시공, 완공까지 적어도 3년 이상
입주 지연 기간에 따라 지급 보상금 규모도 커져
향후 사업 수주 악영향, 재정적 부담 상당
광주 화정동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의 외벽이 붕괴하는 사고로 인해 HDC현대산업개발의 손실액은 최소 5000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단순히 공사비만 환산한다 해도 HDC현산의 재정적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연이은 사고로 ‘아이파크’ 브랜드 가치 하락까지 감안한다면 향후 사업 수주에도 악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광주 화정 아이파크의 기본 도급액은 2019년 계약일 기준 2735억1320만원이다. HDC현산의 지난해 3·4분기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잔여 공사비(계약 잔액)는 1205억원으로 현재까지 1530억원 가량이 공사에 들어간 셈이다.
들어간 공사비만 따진다 해도 이미 공사 적자를 면할 수 없는데다, 향후 철거 후 재시공 비용과 보상규모까지 더해진다면 적자는 수 천 억원이 아닌 조 단위가 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현장마다 평균 원가율이 95~98% 정도라고 본다면 2700억원 규모의 공사에서 100억원 내외의 수익인데 지금은 그 수익이 문제가 아니라 공사비는 물론 손실보상까지 해줘야하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손실금액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지난 17일 회장직 사퇴 기자회견에서 “안전점검 결과 문제가 있다면 예비입주자와의 계약 해지는 물론 아파트 완전 철거 후 재시공까지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해당단지를 모두 철거한 뒤 다시 재시공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준공이 얼마 남지 않았던 만큼 철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단지 주변이 공터이거나 하면 한 번에 무너뜨리고 다시 지을 수 있겠지만, 화정 아이파크의 경우 한 번에 철거할 수 없고 고층부 부터 차례차례 층별로 철거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철거기간만 해도 최소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나, 철거 절차까지 고려하면 그 기간조차 가늠이 안 될 정도”라고 덧붙였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는 1단지(101동~104동) 아파트 389가구·오피스텔 50실, 2단지(201동~204동) 아파트 316가구·오피스텔 93실 등 총 847가구 규모로 올해 11월30일 완공 예정이었다. 이번에 사고가 난 곳은 201동으로 39층 옥상 타설작업 중 23~38층 바닥과 외벽 일부 등이 무너져 내렸다.
결국 문제는 공사 기간인데 단순 재시공이 아니라 붕괴된 건물을 철거한 뒤 재시공을 하는 만큼 완공까지 적어도 3년은 더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럴 경우 입주예정자들에게 아파트 지연에 따른 지급 보상금의 규모는 더 커진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1개동이 무너졌지만 주상복합 구조상 아래층은 지하주차장, 상가 등이 다 연결돼 있기 때문에 안전상의 문제로 4개동을 다 철거 후 재시공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되면 입주예정자가 입주를 기다리거나 계약을 취소한다고 해도 보상금은 크게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입주가 늦어지면 입주 지연금이 하루하루 산정돼 한 해에 한 가구 당 7000만원 정도 들어간다. 이를 전체 입주자 대상으로 3년의 기간을 환산한다면 입주 지연금만 수백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만약 계약 취소 시에도 위약금과 현재까지 대출 이자비 등의 금융비를 보상한다면 한 가구 당 7000만원 가까이 된다”고 전망했다.
이에 심각한 유동성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 HDC현산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4900억원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HDC그룹이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했다”면서 “당장 현금자산 보유가 얼마 없는 상황에서 계열사 등을 통해 해결한다 해도 향후 신규 수주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로 인해 재정 상황은 갈수록 힘들어질 수 있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