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녹취록' 방송 이후…뜻밖의 '팬덤' 현상, 왜?
입력 2022.01.18 15:02
수정 2022.01.18 15:03
김건희 팬카페 회원수, 방송 전 200명에서 16일 오후 기준 1.3만명으로 폭증
"녹취록 듣고 팬 됐습니다"며 응원
거침없는 정치권 논평으로 호감 샀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통화 녹취록이 지난 16일 방송된 가운데, 온라인을 중심으로 김씨를 향한 뜻밖의 '팬덤'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네이버 카페에 개설된 '김건희 여사 팬카페'(건사랑) 회원수는 이날 오후 2시20분 기준으로 1만3110여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19일 개설된 이 카페의 회원수는 지난 15일까지만 해도 회원수가 200여 명에 불과했다. 그러다 지난 16일 MBC에서 김씨의 녹취록을 보도한 이후 폭증했다. 현재 전체 게시글은 6,080개에 달하고, 총 방문자수는 7만6840명을 넘었다.
이 카페는 "김건희 여사를 지지하고 응원하기 위한 카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변함없이 활동할 계획"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카페에 가입한 회원들은 "우리 예비 영부인의 정무 감각은 대단했다", "응원합니다. 긴 시간 마녀사냥에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녹취록 듣고 팬이 되었습니다", "이 열기 그대로 3월 9일까지, 그리고 그 후까지 갑시다", "역풍을 넘어 청와대로 가는 태풍으로!"라는 등의 응원글을 남기고 있다. 1분에 약 열 개의 글이 올라오며 게시글 수와 회원수가 폭증하는 모습이다.
김씨의 녹취록 발언에 오히려 일부 지지자들의 호감을 산 것으로 보인다. "조국의 적은 민주당"이라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김씨는 공개된 통화에서 "조국 수사를 그렇게 크게 펼칠 게 아닌데, 검찰을 너무 많이 공격해서 이렇게 싸움이 된 것"이라며 "빨리 끝내야 된다는데 유튜브·유시민 이런 데서 계속 자기 존재감 높이려고 키웠다. 조국의 적은 민주당"이라고 했다.
또 윤 후보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권이 키워준 거지, 보수가 키워줬겠나"라며 "정치라는 것은 항상 자기 편에 적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강남 모 호텔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쥴리 의혹'에 시달리던 김씨가 거침없이 정치적 견해를 밝히고, 사안을 해석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긍정적으로 재평가됐다고 해석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김씨의 발언을 바탕으로 포스터 등을 만들기도 했다. 김씨의 팬카페인 '건사랑'의 메인 화면에 걸려 있는 해당 포스터는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와 개인 SNS 등을 통해 빠르게 유통되고 있다.
물론 김씨의 일부 발언은 논란의 소지를 제공하기도 했다. '미투' 이슈와 관련해 "미투도 문재인 정권에서 먼저 터뜨리면서 잡자고 했잖아. 미투도 뭐하러 잡자고 하냐고. 사람이 사는 게 너무 삭막하다"라며 "난 안희정이 솔직히 불쌍하더만. 나랑 우리 아저씨(윤석열)는 되게 안희정 편이다"고 한 발언이 그렇다.
그러나 여권에서 '본방 사수'를 외치며 기대한 수준의 폭탄 발언은 없었고, 오히려 윤 후보와 김씨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더 크게 형성된 셈이다.
'미투' 관련 발언에 대해선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던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이번 서울의 소리 녹취록 파동이 안희정 사건의 피해자 김지은님께 끼쳤을 심적 고통에 대해 국민의힘 선대위 여성본부 고문으로서 진심으로 유감을 표명한다"고 사과하는 등 발빠르게 진화에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이같은 '팬덤' 형성 현상에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오는 23일로 예정된 2차 방송이 남은 데다, 여론이 급변할 위험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새로운 지지층이 유입됐다기 보다는 기존 지지층이 결집한 효과가 더 크다고 보고 있다"며 "아직 한 편의 방송이 더 남지 않았으냐.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