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추경 증액 반대했지만…사실상 ‘백기’

박상인 기자 (si2020@dailian.co.kr)
입력 2022.01.18 13:23
수정 2022.01.18 13:47

민주당, 1인당 ‘1000만원’ 지급 언급

60조원 세수오류…신뢰 잃고 추경 빌미

홍 부총리, 대선 이후 편성 여지 남겨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간담회에서 기자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치권의 추가경정예산(추경) 규모 확대 요청에 반대입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정치권과 갈등을 빚을 때마다 강경했던 태도와 예전과 달리 “국회가 정부 입장을 존중해주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국회에 공을 넘기는 태도를 보였다. 결국 사상 최초 1월 추경까지 수용하면서 임기 말까지 ‘홍백기’라는 꼬리표는 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전날(1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출입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는 24일 정부가 제출하는 1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규모가 유지될 필요가 있다”며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이러한 정부 입장이 존중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14조원은 부족하며 추경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여당의 주장에 반대입장을 밝힌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4조원에서 규모를 크게 늘려 25조~30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 연일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14일 정부의 14조원 규모 추경안에 대해 “또 조금만 했다. 자꾸 하는 김에 많이 해야 효과가 나지 찔끔찔끔 소액으로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기재부를 비판했다.


또 전일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방역지원금 지원 대상이 될) 자영업자 320만명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동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원금 규모에 대해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전제하면서 ‘1000만원’을 언급하며 압박했다.


그러나 여당 주장에 겉으로 반대입장을 밝힌 것은 맞지만 이전에 “추경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등 정치권과의 갈등에서 단호한 표현을 사용해 반대했던 것과는 달리 “입장 존중을 기대한다” 정도의 표현으로 에둘러 거절하면서 사실상 백기를 흔든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또 기재부 수장인 홍남기 부총리의 이같은 태도 변화는 기재부가 지난해 60조원에 가까운 세수 오류를 범하면서 정부의 국세 수입 전망이 국민의 신뢰를 잃었고, 정치권에는 추경 빌미를 제공하는 등 자초한 일이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홍남기 부총리는 2018년 12월 취임 이후 주요 사안과 관련해 여당과 각을 세우다 결국 자기 뜻을 굽혀 ‘홍두사미(홍남기와 용두사미의 합성어)’ ‘홍백기(홍남기와 항복을 뜻하는 백기의 합성어)’ 등의 별명을 얻은 바 있다.


결국 올해 607조7000억원 규모 ‘초슈퍼예산’에 이어 1월 추경까지 포함해 총 10번, 규모로는 150조원을 넘어서는 추경을 공식승인하면서 홍 부총리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이같은 오명은 계속 따라다닐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홍 부총리는 추경을 위해 발행한 적자국채를 4월 결산 이후 세계잉여금이 되는 초과 세수로 상환할 것인지에 관한 질문에 “세계잉여금은 다음 연도에 넘길 수도 있고 국채를 갚는 데 쓸 수도 있고, 새로운 추경을 하는 데 쓸 수도 있어 여러 선택이 있으니 그때 가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하며 대선 이후 추경 편성의 여지도 남겼다.

박상인 기자 (si2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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