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2] IT·가전 보다 주목받은 현대차 로보틱스…2년 뒤 현실로
입력 2022.01.06 18:00
수정 2022.01.06 17:36
'로보틱스'…가상과 현실의 경계 허무는 매개체이자 신개념 모빌리티
역할에 따라 자동차도, 수납장도, 택배도 가능한 PnD 기술 선봬
기울어진 도로나 요철에서도 균형 유지하는 똑똑한 '모베드'
로봇 댄스로 시선 사로잡은 '스팟'까지…미래 현대차 비전 '정조준'
몸이 불편한 사람이 외출하기 위해 퍼스널(개인용) 모빌리티에 탑승한다. 고객의 의류를 실은 서비스 모빌리티가 호텔 안을 자유롭게 오간다. 배송할 물품을 담은 로지스틱스 모빌리티가 목적지로 빠르게 이동한다.
목적에 따라 유연하게 변경 가능한 로보틱스 시대가 곧 열릴 전망이다. 미국 라스베이가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 참가한 현대차는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를 통해 인류의 '이동의 자유'에 대한 실현 가능성을 보여줬다.
개막일인 5일(현지시간)에 찾아간 현대자동차 전시관은 현대차의 야심작인 PnD·모베드 등 다양한 로보틱스를 보기 위한 국내외 관객과 취재진들로 빼곡했다. 다소 한산했던 다른 전시관들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현대차는 지난 4일(현지시간)부터 1만3225m²(약 372평) 규모의 전용 공간을 마련해 국내외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전시관 컨셉은 ▲퍼스널 모빌리티, 서비스 모빌리티, 로지스틱스 모빌리티, L 등 PnD 모듈을 기반으로 하는 4종의 콘셉트 모델과 ▲DnL 모듈이 적용된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 등 로보틱스 기반의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공개하는 '리얼리티 존(Reality Zone)'으로 구성됐다.
또 관람객들이 개인화 된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 공간에서 함께 소통하는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메타버스 존(Metaverse Zone)'도 함께 운영했다.
먼저 기자를 맞이한 것은 일명 '로봇 개'라 불리는 스팟(Spot)이었다. 지난해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 개발한 스팟은 네 개의 다리로 걷는 서비스 로봇으로 비전 센서와 음향 센서, 온도 감지 센서, 스테레오 카메라 등을 탑재했다.
방탄소년단 (BTS)의 노래 '아이오닉 : 아임 온 잇'이 흘러나오자 세 마리의 스팟은 마치 하나의 개처럼 나란히 줄 지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유연하면서도 균형감 있는 몸놀림으로 공연을 마친 스팟은 자신을 봐 달라는 듯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무대 곳곳을 돌아다니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스팟의 최고 속력은 5.76km/h, 최대 적재 무게는 14kg이며, 충전식 카트리지 배터리를 사용하고 완충 배터리 1회당 평균 90분의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영하 20도의 추위나 영상 45도의 고온에서도 작동이 가능하며 방수와 방진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어서 현대차의 비밀병기 플러그 앤 드라이브 모듈(Plug & Drive Module, 이하 PnD 모듈)이 모습을 드러냈다. PnD 모듈은 'Plug and Drive(플러그 앤 드라이브)'라는 이름처럼 '장착하고 움직인다'는 개념으로 설계됐다.
결합하는 플랫폼(기기)에 따라 크기와 개수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두드러진 특정이다. 이 모듈에 옷장을 탑재하면 의류를 운반하는 '서비스 모빌리티'가, 제품을 담는 통을 장착하면 '로지스틱스 모빌리티'로 탄생한다. 1인이 앉을 수 있는 운전석을 탑재하면 1인 모빌리티인 '퍼스널(개인용) 모빌리티'가 되는 것이다.
무대에는 퍼스널 모빌리티가 등장해 천천히 공간 주변을 이동했다. 좌석 우측에 설치된 스마트 조이스틱으로 움직이는 퍼스널 모빌리티는 5.5인치 휠의 PnD 모듈 네 개를 탑재했으며, 너비 133cm, 길이 125cm, 높이 188.5cm다.
이어서 등장한 L7 역시 운전자가 조이스틱으로 운전하며 무대 위로 등장했다. L7은 4개의 바퀴를 활용해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회전하거나 무대 위를 여유롭게 이동하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현장에서 현대차 전시관을 안내한 현대차 관계자는 "각각의 바퀴가 독립된 모듈이며, 사이에 장착된 프레임을 자유자재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L7 규격은 르노 트위지급으로 한 단계 윗급인 M1은 모닝이다. L7은 초소형 자동차로서 자동차로 활용되거나 장애인 보조용 모빌리티로 다양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전시관을 찾은 현동진 현대차 로보틱스랩 상무는 "L7의 최고 속력은 80kph(시속 80km)다. 큰 PnD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무대 한 켠에는 서비스 모빌리티와 로지스틱스 모빌리티가 관객들을 맞이했다.
이 둘 모빌리티는 5.5인치 PnD 모듈 4개가 탑재된 플랫폼을 기반으로, 너비 130cm, 길이 110cm, 높이 180cm의 크기로 개발됐다. 서랍처럼 수납 공간이 열리고 닫히는 형태로 다양한 제품들을 보관·운반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름에 걸맞게 서비스 모빌리티는 호텔 등에서 고객의 짐을 운반할 때, 로지스틱스 모빌리티는 물류창고 등에서 물건을 나르는 경우에 각각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로보틱스 DnL 모듈이 적용된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 Mobile Eccentric Droid)였다.
이번에 공개된 모베드는 너비 60cm, 길이 67cm, 높이 33cm의 크기에 무게 50kg, 배터리 용량 2kWh(키로와트아워), 최대 속도 30km/h로, 1회 충전 시 약 4시간의 주행이 가능하며, 지면의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12인치 타이어가 적용됐다.
무대 위로 올라온 모베드는 바퀴를 상하좌우로 이동시키거나, 혼자서 빙글빙글 돌면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경사각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모습을 보이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모베드는 DnL 첨단 기술이 응축된 모빌리티로, 기울어진 도로나 요철에서도 바디를 수평으로 유지할 뿐 아니라 휠베이스와 조향각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똑똑한' 모빌리티다.
모베드에 적용된 DnL 모듈은 구동과 조향, 브레이크 시스템을 하나의 구조로 결함한 편심 매커니즘 기반의 일체형 로보틱스 솔루션으로, ‘Drive and Lift(드라이브 앤 리프트)’라는 이름처럼 각 휠의 독립적인 움직임으로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 또 각 휠에 장착된 모터가 바디를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도록 설계돼 차체를 원하는 기울기로 조절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상단에 다양한 목적의 어플리케이션을 장착해 안내나 배송 등 무인모빌리티부터 사람이 탑승 가능한 버전까지 다목적 플랫폼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동진 현대차 로보틱스랩 상무는 "모베드를 폼팩터라고 하는 데, 최대한 납작하고 얇고 콤팩트(작게)하게 만들면 사용자가 그 위에 얹고 싶은 것을 얹는 것"이라며 "유모차, 방송장비, 딜리버리(배송)를 얹는 것 등을 보여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PnD도, 모베드도 마찬가지다. 상용화 목표를 2년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