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등과 불행의 전형 이준석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1.12.24 08:20
수정 2021.12.23 14:50

새로운 정치 기대 철저히 저버린 권력욕 애어른 정치

당대표 취임 반년 만에 스스로 판 무덤에 묻히며 자멸

첫 이혼이 어렵지 그 다음은 쉬운 법이다.


울산 봉합(縫合)은 미봉(彌縫), 즉 급하게 두루 꿰매 일시적으로 진실을 가린 것이었다. 피차 마음에는 안 들지만 판을 엎고 갈라서기보다는 웃으면서 포옹하고 ‘우리는 처음부터 갈등 같은 건 하나도 없었다’고 거짓말하는 게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살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더 많고, 행동이 더 느리고, 생각이 많은 쪽은 그 거짓말을 더 오래 지킬 수 있다. 그러나 나이가 더 어리고, 자기 성격을 제어하지 못하고, 말과 행동이 빠른 쪽은 그 거짓말이 거짓말이었음을 얼마 못 가 스스로 폭로하고 만다. 나쁜 의미에서의 낭중지추(囊中之錐,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저절로 드러난다)다.


소년등과(少年登科, 소년으로서 과거에 급제함)는 예로부터 중년상처(中年喪妻), 노년빈곤(老年貧困)과 함께 인생의 3대 불행으로 꼽혀 왔다. 너무 일찍 높은 자리에 오르면 그 후의 인생이 오히려 순탄치 않다는 것이다. 안하무인이고 자기 생각이 세상에서 가장 옳은 것이라는 아집을 보이기 쉬워서다.


재승박덕(才勝薄德)이라고도 한다. 국민의힘 당 대표 이준석은 소년급제일불행(少年及第一不幸)과 재승박덕의 전형이다. 시운이 그의 편에 붙어서 36세 0선으로 제1야당의 리더 자리에 올랐다면, 그리고 수십만 명의 당원들과 소속 국회의원들은 물론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소년’인 자신을 대표로 존중하고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과 기대를 보이고 있다면, 매사에 몸 둘 바를 모르고 불철주야 그 기대와 성원에 보답하려고 노력해야만 했다.


애어른 이준석은 이것을 모르고 까불었다. 세대교체에 의한 새 정치를 고대한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취임 이후 지난 6개월 동안 그가 보여준 건 인기에 취하고 그 인기를 더 높이고자 하는, 유치한 언쟁과 땡깡 부리기가 전부였다. 대여 투쟁이라는 건 그의 사전에 없었고, 정권교체라는 시대적 과제, 대의는 그의 안중에 없었다. 자기 정치를 위한 말과 글 장난이 취미이자 업무였다.


날이면 날마다 SNS 질이고 방송에서(특히 친정부 쪽) 부르면 열일을 마다하고 달려간다. 분란을 부추기는 방송은 뉴스가 될 만한 말을 툭툭 잘도 하는 그를 매우 좋아한다. 출연자 섭외에 늘 어려움을 겪는 매체들은 이준석처럼 부르면 지남철 모양으로 끌려오는 유명인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고, 그래서 단골손님으로 부르게 된다.


이준석은 2030 젊은이들의 우상이고 진보적 보수 정치인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상표가 붙어 친정부(대깨문) 언론은 물론 진보 콤플렉스를 가진 우파 매체 기자들로부터 꽤 우호적인 대접을 받아 왔다. 그는 이 잘못된 편애를 국민적(젊은 층의) 인기로 오판하고 경거망동했다.


이번 일이 일어나기 18일 전, 그런 건 또 언제 배웠는지 옛날 유명 정치인들이 그랬듯이 근무지를 이탈, 지방 도시들을 돌며 태업 시위했다. 사람 좋은(무른) 이 당 대통령 후보 윤석열은 친절하게 그 지방으로 내려가 소년을 껴안았다. 그는 의기양양했다.


이때 알 만한 사람들은 소년이 곧 또 그 버릇을 숨기지 못하고 망동을 벌일 것이라고 예견했다. 3주도 못돼 그 예언은 적중했다. 이준석은 이준석이고, 소년은 소년이기 때문이다. 혹자들이 중2병이라고 하니 다른 이들은 ‘중2를 모욕하지 말라. 초딩이다’라고 사춘기 철부지 같은 36세를 아예 초등학생 수준으로 격하시키기도 한다.


이준석은 지난 여름 당시 경선 후보였던 원희룡에게 통화 중에 “저거 곧 정리된다”고 말했다. ‘저거’는 윤석열이었으며 ‘검사 일 외에는 아는 게 별로 없고 토론 실력도 부족한’ 그가 토론회 몇 번 거치기만 하면 도태될 것이라는 오만방자한 예상이었다.


그는 윤석열이 처음부터 싫었고, 그를 경쟁상대로 인식했다. 자기 인기와 영향력을 빼앗아갈 윤석열의 여론조사 지지도가 하루빨리 사그라지길 바래 경선 토론회 횟수를 대폭 늘렸다. 그리하여 윤석열보다는 덜 버거운 홍준표가 역선택 표를 통해서라도 그를 꺾어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윤석열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의 충성 봉사와 함께 이전투구에서 살아나 당 최종 후보로 확정되자 이준석의 악몽은 시작됐다.


그의 태업은 그 악몽을 떨치기 위한 1차 땡깡이었다. 이번 선대위 직책 자퇴는 2차 땡깡인데, 1차 때만큼의 긴장도 없고 걱정도 없다는 게 이준석으로서는 자멸의 자충수였음을 확실히 깨닫게 해준다. 선대위 일개 단장과 싸우는 것도 그렇고, 그것 때문에 상임선대위원장을 그만둬버리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투 스트라이크 아웃이며 ‘이준석 실험’의 실패다.


이준석에겐 윤석열에 의한 정권교체는 전혀 중요한 일이 아니다. 오직 자신의 권력과 인기 유지만 눈에 보이는 우물 안 개구리다. 이래서 사람들은 ‘하버드 나오면 뭐하나? 사람이 되어야지’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의 적은 집권 민주당이나 이 당 대통령 후보 이재명이 아니다. 자기를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는 윤핵관, 그리고 그것을 부추기고 방조한다고 생각하는 윤석열이 그의 진짜 적이다. 당 대표도 내놓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압력에 직면하고 있는 그에겐 이제 쓰리 스트라이크를 당할 기회조차 없어졌다.


이준석은 이렇게 자기 무덤을 깊게 파 그 속에 묻히고 있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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