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공소장 유출 진상조사 '자책골' 될까…박범계·공수처 '난감'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입력 2021.12.11 06:06
수정 2021.12.12 00:43

한동수, 공소장 유출 이성윤 측근 관여 알고도 '보고 누락' 의혹 확산

박범계 '검찰개혁' 명분 약화 위기…공수처 또 입건 '헛발질' 했나

한동수 "명백한 허위보도로 명예훼손…해당 언론 정정보도 요구"

박범계 "현재까지 큰 문제는 없어"…한동수 조사 요구 여론 일축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진상조사 내용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한 부장은 "사실무근" "명백한 허위보도"라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감찰을 개시한 지 6개월이 넘도록 결론을 내놓지 못하는 배경을 놓고 법조계 안팎으로 의구심은 계속 커지는 분위기다.


앞서 한 언론은 이성윤 고검장 공소장 외부 유출 의혹을 조사하고 있던 대검 감찰부가 이 고검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A검사장 컴퓨터에서 의심 정황을 발견하고도 법무부 보고에 이 내용을 누락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초 대검 감찰부는 '김학의 불법출금' 의혹을 수사하던 수원지검 수사팀이나 당시 여권과 대립각을 세우던 윤석열 검찰총장 측에서 공소장을 유출했다고 보고 조사에 나섰으나, 뜻밖에도 이 고검장 측에서 유출한 정황이 드러나자 보고를 누락시킨 것 아니냐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문제의 의혹 보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그간 추진해온 '검찰개혁'의 명분 약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박 장관은 그동안 윤석열 체제 검찰 등이 피의사실공표 행위로 '여론몰이'를 하고 여권 인사들을 압박했다고 비판하며 피의사실공표 근절을 골자로 한 검찰개혁을 밀어붙여 왔다.


특히 박 장관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 한다'는 각계의 우려를 물리치고 이 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진상조사를 지시한 장본인이다. 또 유출자를 색출한다는 이유로 검사들의 휴대전화 사용 내역 조회에 나서면서 이를 거부하는 일선 검사들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수원지검 수사팀이 정치적 목적으로 공소장을 유출했다고 보고 강제수사를 벌이던 공수처도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앞서 공수처는 수사팀 7명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피의자로 입건하고 최근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공수처가 해당 사건을 입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각계에서는 공소장 유출 행위에 대한 명확한 처벌 규정 조차 없는 상황에서 공수처가 무리한 입건을 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출범 초기부터 정치적 편향, 수사력 미흡 등 논란을 빚어온 공수처가 또다시 '무리수'를 뒀다는 결론이 날 경우 '무용론' 확산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다만 한동수 부장은 보고 누락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한 부장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계정에 해당 보도를 한 언론 기자 이름을 거론하며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형사처벌을 구하는 고소장을 관할 경찰서에 어제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 부장은 이어 "명백한 허위 보도로 제 인권과 명예를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해당 언론의 사과와 정정보도 등 적절한 조치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0일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서 취재진을 만나 한 부장의 '보고 누락 의혹' 논란에 대해 "공소장이 어떻게 유출됐는지가 중요하다"며 "현재까지 크게 문제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부장을 상대로 진상조사를 벌여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실제 조사 개시 가능성은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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