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살해 피의자, 아직도 신상공개 안 돼…왜?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입력 2021.12.11 06:18
수정 2021.12.13 08:38

아동학대살해 최대 무기징역이지만…특정 강력범죄에 포함되지 않아 신상공개서 제외

'사각지대 해소' 개정안 법사위 계류…이주환 의원 "올해 통과 어려워"

전문가 "신상공개 사각지대 개선해야, 형평성에 어긋나…2차 피해 막을 방안도 고민"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잇따르면서 사법부가 국민 엄벌 요구를 반영해 양형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최근 신설된 아동학대 살해죄의 경우 아직 특정 강력범죄에 포함되지 않아 신상공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어 피의자들이 '엄벌 사각지대'에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아동학대 살해죄를 신상공개 범죄에 포함시키는 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조속히 입법 공백을 메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6일 개최한 제113차 회의에서 아동학대 범죄 양형 기준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아동학대 치사 범죄 가중처벌 상한을 징역 10년에서 15년으로 올리고 죄질이 특히 나쁜 경우 최대 징역 22년 6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다.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아동학대 살해죄의 경우 권고 형량 범위를 '징역 20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 이상'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강력범죄자와 달리 아동을 고의로 사망케 한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받는 피의자들은 경찰 수사 단계의 신상공개 대상자가 되지 않는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에 따르면 살인, 인신매매 등 특정강력범죄나 성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에 한해 신상공개가 가능한데, 최근 신설된 아동학대 살해죄는 아직 특정강력범죄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도 국민적 공분을 산 아동학대 피의자에 대한 신상공개 요구가 빗발쳤지만 피의자 한 명도 공개 되지 않았다. 지난 6월 20개월 된 의붓딸을 성폭행하고 학대해 숨지게 한 양모씨의 신상을 공개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 명을 넘었지만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달 서울 강동구에서 20개월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양모의 신상공개 청원도 진행 중이지만, 신상공개 검토 대상자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학대 살해죄를 신상공개 대상 범죄에 포함하는 법안도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월 대표발의한 '특강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소관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의원은 "9일 열리는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 해당 법안이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해 올해는 통과될 가능성이 없다"며 "내년 임시회, 정기회에 처리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엄벌을 요구하는 국민 정서를 반영해 입법 공백을 서둘러 메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곽준호 형사전문변호사는 "특강법은 강력범죄 중에서도 특별히 형량을 높일 필요가 있는 범죄 때문에 도입됐다"며 "아동학대 살해죄의 양형이 강화됐다 하더라도 특정강력범죄에 포함되지 않아 신상공개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은 분명히 개정돼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미국에서는 한국인 판사 부부가 잠시 차에 아이들 두고 장보고 왔다가 아동학대 혐의로 머스크샷이 공개됐다"며 "한국은 가혹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포함해서 피의자 신상공개에 독특할 정도로 신중한 입장인데, 피의자 신상공개 기준을 정한 특강법 제8조 2항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아동학대 범죄가 친족 범죄가 많은 만큼 피해 아동과 그 가족들의 2차 피해를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반 살인 사건과 달리 가족 간에 일어난 범죄이기 때문에 무작정 가해자 신상공개를 하면 오히려 피해 아동의 형제들도 신상이 밝혀지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다른 강력범죄 피의자들도 가족이 2차 피해 우려가 있지만 신상공개 대상이 되는데 아동학대 범죄만 다른 잣대를 두는 건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아동학대 살해죄도 약자를 향한 강력범죄이기 때문에 피해 아동 형제들의 2차 피해를 막을 방법을 고민하면서 가해자 엄벌도 이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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