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7년째 판매목표 미달하나…車반도체 '발목'
입력 2021.12.08 06:00
수정 2021.12.07 17:24
1~11월 실적, 목표치에 80만대 부족…코로나·車반도체 여파
내년 판매 보수적 목표 유지 전망…고급차·SUV·친환경차 비중은 높일 듯
코로나19와 차량용 반도체 대란 여파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올해 판매목표 달성이 사실상 좌절될 전망이다. 목표치에 미달할 경우 2015년부터 7년 연속 고배를 마시게 된다.
양적 판매는 감소했지만 제네시스·SUV 비중이 지난해 보다 늘어나는 등 수익 증대 효과는 상당 부분 거둔 것으로 보인다.
7일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두 회사의 전세계 판매실적은 현대차 355만2180대, 기아 257만588대로 도합 612만2768대였다.
현대차는 연초 올해 판매 목표를 416대(도매 기준)로 설정했었다. 기아의 판매 목표는 292만2000대였고, 양사의 판매목표 합계는 692만2000대였다.
코로나 확산세가 지속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반도체 수급 차질도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현대차는 연초 설정했던 연간 도매 판매 가이던스를 416만대에서 40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그럼에도 판매 속도는 좀 처럼 나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연말까지 남은 한 달간 약 45만대를 팔아야 올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만, 지난 11개월간 실적을 감안하면 미달할 가능성이 높다.
기아 역시 35만대 이상을 판매해야 292만대를 넘볼 수 있지만 1~11월 실적은 목표치의 88% 수준이어서 장담하기 어렵다.
양사 모두 올해 월 평균 판매량 만큼을 이달에도 판매한다고 가정하면, 연말까지 현대차는 387만5000대, 기아차는 280만4000대의 실적을 올리게 된다. 692만대의 96.5% 수준으로 목표치의 목전에서 고배를 마실 가능성이 있다.
연말 특수와 두 회사의 신차 출시 상황을 감안하면 692만대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전제 조건인 반도체 문제가 아직까지도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만큼 낙관하기가 어렵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미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연간 실적을 달성이 힘들 것이라고 예고했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동남아 지역 코로나 확산세가 9월을 넘어가면서 둔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업체의 라인 정상화까지는 추가적인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4분기 또한 공급 차질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내년까지도 일부 영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우경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조만간 끝날 것이라고 했던 코로나19 악재가 3분기까지 영향을 미쳤고, 반도체 부족 사태에 초반 대응은 잘했지만 출고가 저조했다"고 지난했다. 세계 각국에서 주문이 쌓여 있음에도 불구, 물량이 없어 출고를 못하는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다.
아울러 상황은 앞으로 나아지겠지만 획기적인 물량 확대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반도체 이슈가 여전히 있는 상황이라 생산출고는 비록 3분기보다 개선되겠지만 판매채널에 파이프라인이 워낙 비어있는 관계로 도매 판매가 우리 목표 욕심만큼 채워질 수는 없지 않겠느냐”면서 “대체적으로 4분기는 3분기보단 나아지겠지만 연간 실적은 물량기준으로는 우리 목표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3분기까지 실적에서 나타난 고급차·RV 비중 확대와 판매단가 상승, 인센티브 축소, 원가 구조 개선 등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손익구조 흐름은 계속해서 이어갈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 10월 연간 판매 전망을 400만대로 낮췄지만 자동차 부문 매출액 성장률 목표는 전년 대비 기존 14~15%에서 17~18%로, 영업이익률 목표는 기존 4~5%에서 4.5~5.5%로 상향 조정했다.
기아 역시 탄탄한 수익구조가 정착 단계라고 강조했다. 주 부사장은 "개선된 손익구조는 이미 정착 단계에 이르렀다"면서 "판매에 아쉬움이 있어도 3분기까지 보여준 양호한 매출과 영업이익의 흐름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외부 효과로 양적 목표 달성이 멀어진 대신 수익성 강화 등 내실 성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현대차와 기아는 내년 판매 계획 수립 시 반도체 이슈, 코로나 불확실성, 전기차 등 친환경차 수요 증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처럼 내년 연간 판매목표를 보수적으로 잡는 대신 판매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고급차·SUV·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늘려 판매 질적 개선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