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통신장애가 남긴 교훈 [김은경의 i티타임]
입력 2021.12.03 07:00
수정 2021.12.03 05:11
‘실수’로 발생한 장애, 초연결 시대엔 용납 어려워
기업만 책임?…‘전국민 피해’에 정부도 머리 맞대야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사람이건 기업이건 문제를 저지른 뒤 벌을 받더라도 뒷수습 잘하고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지난 10월 발생한 KT 통신장애 사태는 이런 생각을 바꿔 놨다. 약 1시간 30분 동안 전국 통신망이 멈춘 것을 보면서 ‘초연결 시대’에 일어날 수 있는 참사들을 떠올리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단적인 예로 도로와 네트워크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자율주행 시대에 통신이 멈췄다고 생각하면 당장 아수라장이 된 도로의 모습부터 떠오른다. 통신 장애로 전화도 문자도 먹통이 됐으니 사고 신고를 하고 긴급구조를 요청할 길도 없다.
이번처럼 카드 결제가 막혀 소상공인 피해가 막대하고 주식 거래를 할 수 없어 개인의 금전적인 손해가 발생한 것도 큰 문제다. 하지만 생명의 무게에 비할 건 아니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사회로 갈수록 하루하루 통신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게 분명하다.
유감스럽게도 이번 통신 장애는 작업자의 단순 실수로 인해 벌어졌다. 거대 네트워크망이 전국적으로 깔린 상황에서 전국 곳곳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작업 과정에 개인의 실수가 개입할 여지는 ‘변수(變數)’가 아닌 ‘상수(常數)’에 가깝다. 이 실수가 전국적 통신장애로 이어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시스템적인 안전장치가 있어야 했다.
야간에 승인된 작업이 주간에 진행된 것도 문제다. “밤에 작업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는 황당한 이유다. KT는 실제 작업을 진행한 협력사 탓을 하고 구상권 청구까지 언급했다. 그럴수록 사람의 실수를 막아줄 안전장치조차 마련해두지 않았던 KT의 잘못만 더 크게 다가온다.
통신회사가 통신의 무게를 알고도 이런 식으로 허술하게 작업환경을 관리했을 리가 없다. ‘탈(脫)통신’에 집중하느라 본업을 놓쳤다는 질책을 받아도 할 말이 없어 보인다.
사고 발생 이후 KT는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고 피해를 본 이들을 위해 보상 지원센터를 운영했다. 지난달 말 센터 운영이 끝나면서 사태도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단순히 “전화가 왜 안 돼”라고 말하던 시절처럼 이제 통신 장애는 ‘실수’라는 말로 퉁 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공공재 성격의 통신망으로 기업 규모를 불리고 수익을 내온 만큼 품질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은 이번에 비싼 수업료 내고 제대로 상기했을 것 같다.
단, 전 국민의 안전이 달린 일에 기업 탓만 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이통사가 공공재인 주파수 사용에 조 단위 이용대가를 내는 만큼 정부도 간접 지원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실제 이통사가 사고를 대비해 망을 이원화하고 장애 방지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투자비용이 든다. 정부가 요금 인하 압박과 취약계층 지원으로 이통사 곳간을 줄여놓으면 그만큼 투자를 축소하고 본업 외로도 눈을 돌려야 하지 않느냐는 변명이 나오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정부 역시 통신망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실질적인 지원책과 재발 대책 마련을 함께 고민하고 해답을 내놓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