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일의 역주행] ‘기수 열외?’ 김사니 감독대행, 업적마저 폄훼된다
입력 2021.12.01 08:08
수정 2021.12.01 08:22
나머지 6개 구단 감독들 경기 전 악수 거부 뜻 밝혀
계속된 설화로 선수 시절 대단했던 업적마저 평가절하
갈수록 태산이다. 꼬일 대로 꼬여 버린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야할지 감을 잡지 못하는 형국이다.
주장 조송화, 김사니 코치(현 감독대행)의 무단이탈로부터 비롯된 IBK기업은행 배구단의 내홍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 열흘이 지났으나 아직까지 명쾌한 답을 못 내리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21일 서남원 감독과 윤재섭 단장을 동시에 경질했다. 팀의 내분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어 새로운 감독이 선임될 때까지 김사니 코치를 감독대행에 앉힌다는 결정을 내렸다.
여기서부터 두 번째 문제가 발생한다. 감독에 반기를 들고 팀을 이탈한 코치에 대해 징계는커녕 영전에 해당하는 감독대행 감투를 씌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사니 감독대행은 지휘봉을 잡은 뒤 공식석상에서의 잇따른 부적절한 발언으로 구설에까지 오르고 있다.
김 대행은 지난달 23일 흥국생명전에 앞서 “나도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업적’이 있다. 내가 이럴 수밖에 없었던 선택을 헤아려줬으면 좋겠다”라고 언급했다. 업적을 운운한 발언은 또 다른 설화를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 선배 감독들이 이를 두고 보지 않았다. 배구계 원로인 신치용 감독은 “상식을 지켜야 한다. 나만의 독선을 부리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여자부 나머지 6개팀 감독들은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IBK기업은행전에서 김사니 감독대행과 악수를 거부한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GS칼텍스의 차상현 감독은 IBK기업은행전에 앞서 김사니 대행을 외면하며 먼저 행동에 나섰다.
즉, ‘배구 지도자’ 김사니의 업적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과 다름없다.
김사니 대행은 선수 시절 V리그를 풍미했던 레전드다. 대적할 수 없는 국가대표 세터 자리에 올랐고 잠깐이지만 해외에서도 활약했다. 무엇보다 팀을 우승으로 이끌면서 IBK기업은행의 영구결번 선수로까지 지정됐다. 어마어마한 업적이다.
화려했던 선수 시절을 접고 해설위원을 거친 김사니는 지난해 자신이 전설을 쓴 IBK기업은행의 코치로 임명됐다. 지도자로서의 능력이 어떤지는 기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평가하기 어렵다.
다만 코치의 역할이 감독을 잘 보좌해야 한다는 점을 떠올렸을 때 두 번이나 사령탑이 바뀐 IBK기업은행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선수 시절의 ‘업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며 코치로서의 본분을 다하지 못한 김사니 대행은 타 구단 감독들로부터 사실상 ‘기수열외’를 당한 난처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선수 시절의 어마어마했던 ‘업적’까지 폄훼 당할 위기에 놓여있다.
그리고 굴욕과도 다름없었던 지난 GS칼텍스전에서의 악수 거부는 하루 앞으로 다가온 한국도로공사전에서 재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