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하러 왔는데..’ 해명에 진땀 쏟은 IBK기업은행

인천 삼산체육관 =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입력 2021.11.24 00:01
수정 2021.11.24 09:59

김사니 감독 대행, 경기 전 미디어 질문 답변에 많은 시간 할애

김호진 사무국장도 조송화 임의해지 요청 반려 등 일련의 사태 설명

선수단 내부 불화로 흔들리고 있는 프로배구 여자부 IBK기업은행이 경기를 하기도 앞서 최근 일어난 사태에 대해 해명하는데 진을 뺐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12일 KGC인삼공사전에서 작전 타임 도중 주전 세터 조송화가 서남원 감독에게 질책을 당한 뒤 팀을 이탈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후 김사니 코치도 최근 구단에 쉬겠다는 의사를 전하며 훈련에 참여하지 않았다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복귀했다.


서남원 감독과 세터 조송화는 훈련 방식 등을 놓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구단은 서남원 감독에 대해 팀 내 불화, 성적 부진 등 최근 사태의 책임을 물어 경질을 결정했다. 윤재섭 단장도 동시에 옷을 벗었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느닷없이 팀을 이탈했다 돌아온 김사니 코치는 감독 대행이 됐다. 또한 구단은 무단이탈로 물의를 일으킨 조송화를 임의해지 조치했다가 한국배구연맹으로부터 반려당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구단은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경기를 멈출 수는 없었다. 김사니 코치가 긴급히 대행 자리에 올랐지만 미처 팀을 제대로 수습할 시간도 없이 이틀 만에 경기에 나섰다.


이날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 흥국생명의 맞대결은 총 35개 매체가 취재 신청을 하며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평소 2배 이상에 달하는 취재 열기였다. 정규시즌인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이나 사안이 사안이니 만큼 미디어의 관심이 인천에 쏠렸다. 물론 IBK기업은행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관심이었다.


많은 취재진이 모인 만큼 이날 사전 기자회견은 미디어의 밀집도를 피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장이 아닌 삼산월드체육관 보조구장에서 진행됐다.


어웨이 팀 감독, 홈팀 감독 순으로 진행되는 사전 기자회견도 김사니 대행에게 질문이 쏠릴 것을 감안해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이 먼저 인터뷰에 나섰다.


경기 전 취재진 앞에 선 김사니 대행은 “배구 팬들에게 실망감을 드려 죄송하다. 반성하고 있다”며 먼저 고개를 숙였다.


김 대행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인사공사전을 마치고 서 감독과 조송화가 마찰이 있었다”며 “이후 조송화는 팀을 이탈했고 서남원 감독도 화가 많이 났다. 모든 선수와 스태프가 있는 상황에서 나에게 화를 냈고 ‘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나가라’는 등 모욕적인 말들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구단에 사의을 표했다가 돌아온 이유에 대해서는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 비단 그 일 뿐만이 아니었다”며 “구단에서 계속 요청이 왔다. 그래도 못 하겠다 했지만 선수들이 힘들어하고 동요되고 있다는 얘기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질문을 받던 김사니 대행은 선수들에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선수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줬냐는 질문에 김 대행은 “사실 선수들 얼굴이 밝지는 않았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너무 마음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끝으로 김 대행은 “나도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업적이 있다. 내가 이럴 수밖에 없었던 선택을 헤아려줬으면 좋겠다”며 “나도 회사를 그만두기까지 고민이 있었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았다. 그냥 욱해서 나갔다고 생각은 안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해명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사니 대행이 경기 준비를 위해 인터뷰를 급히 마친 뒤 곁에 있던 김호진 IBK기업은행 배구단 사무국장이 뒤를 이어 미디어 요청으로 인해 질문을 받아야 했다.


김호진 국장은 한국배구연맹에 제출한 조송화의 임의해지 신청이 반려된 부분에 대해 “서면 합의를 받지 못한 부분은 사무국 차원에서 미숙한 부분이었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조송화의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단 결정은 변동사항이 없다는 것을 말씀 드린다”며 “연맹과 구단 차원에서 조송화 선수의 사후 조치라는지 이런 부분들은 심도 있게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여러 가지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다시 한 번 좋은 구단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 사과드린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날 김사니 감독 대행과 김호진 사무국장이 경기 전 일련의 사태에 대해 해명하는 데에만 무려 40여 분의 시간이 흘렀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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