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美 파운드리 2공장으로 TSMC 추격전 ‘스타트’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1.11.23 06:00
수정 2021.11.22 23:12

20조 투자 이뤄질 최종 부지 지역 발표 임박…테일러시 유력

생산 캐파 확충으로 절대강자 TSMC와의 점유율 격차 좁히기

애플·퀄컴·AMD 등 주요 고객사 확보 관건...신뢰 구축 중요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 2공장 부지 최종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새로운 생산라인 구축으로 파운드리 시장 절대 강자인 타이완 TSMC 추격이 본격화될지 주목되고 있다.


2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조만간 미국에 건설하는 신규 파운드리 공장이 들어설 지역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미국 출장 중인 이재용 부회장의 귀국 시점에 맞춰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수요 증가로 추가 생산라인 증설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 왔다.


이에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공장 증설 투자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번 투자 건은 삼성의 해외 단일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주 정부와의 인센티브 협상 등의 문제로 공장 부지는 최종 확정되지 않아왔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지는 같은 텍사스주 테일러시다. 테일러시는 최근 2억9200만달러(약 3400억원) 규모의 세금 감면 인센티브를 의결하며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테일러시 신규 공장 부지가 기존 오스틴공장에서 40분 가량 떨어져 있는 등 공장간 거리가 가깝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규 파운드리 공장 부지가 최종 확정되면 내년 초쯤 착공에 들어가 오는 2024년경 양산이 가능해져 미국 현지 파운드리 생산라인은 오스틴과 테일러의 투트랙 체제로 가동될 전망이다.


파운드리 캐파(CAPA·생산능력) 증가와 함께 애플·퀄컴·AMD 등 주요 고객사 확보 여부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시장의 절대 강자인 타이완 TSMC와의 본격적인 경쟁에도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 2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4%로 2위지만 1위 TSMC(58%)와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TSMC가 120억달러(약 14조2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하는 파운드리 공장도 오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양사간 경쟁이 더욱 주목되고 있다.


지난 3월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도 200억달러(약 24조원)을 들여 애리조나에 두 개의 공장을 지을 예정이어서 삼성전자로서는 TSMC를 추격하면서 인텔의 추격은 따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주요 고객사 확보를 위해 생산력 확대와 함께 주목되는 것은 초미세공정 기술 확보다. 삼성전자는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에서 기술력 우위를 내세워 고객사를 늘리며 TSMC와의 점유율 격차를 줄여 나간가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에 3나노 공정으로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인데 이는 3나노 양산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잡은 TSMC에 비해 수 개월 빠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5년에는 2나노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수립하는 등 초미세공정에서의 경쟁우위를 대추격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초미세공정 안정화를 통한 수율 확보와 함께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전문) 기업들과의 신뢰 구축도 고객사 확보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관심사다.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팹(Fab·공장)을 보유한 사업자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기술력뿐만 아니라 굳건한 상호 신뢰 구축이 이뤄져야 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팹리스 기업들로부터 파운드리 물량 수주를 위해서는 미세공정과 패키징 등 기술력은 기본으로 여기에 더해 설계 기술에 대한 보안성에 대한 신뢰도 더해져야 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를 통한 반도체 개발과 제조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반도체 칩 설계(시스템LSI사업부)도 함께 해 위탁생산만 전문적으로 하는 TSMC에 비해 사업 수주에 약점으로 작용해 온 건 주지의 사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파운드리는 캐파와 기술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고객사와의 신뢰 구축”이라며 “팹리스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없을 수 없는 만큼 삼성전자로서는 팹리스와의 신뢰 구축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파운드리를 넘어서 비메모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가 투자나 인수합병(M&A) 등이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를 목표로 한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해 총 171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지속적으로 단행할 계획이다. 또 올 초에 향후 3년 안에 유의미한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관련 기업 인수가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 3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만 32조6750억원에 달해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M&A에 나설 여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특히 D램 업황에 따라 전체 실적이 좌지우지되는 의존적인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서라도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산업 부상으로 향후 시스템반도체가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수요가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어서 하루라도 빨리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