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되살아난 정치 풍자·적나라한 현실 반영, OTT가 보여주는 순기능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1.11.14 09:01
수정 2021.11.13 21:12

쿠팡플레이로 되살아난 ‘SNL 코리아’

‘D.P’·‘유 레이즈 미 업’ 적나라한 현실 반영 또는 은유

청춘들을 향한 응원을 유쾌한 섹시 코미디 장르로 풀어낸 ‘유 레이즈 미 업’과 군대 내 부조리를 현실적으로 담아낸 ‘디피’(D.P.)를 비롯해 최근 되살아나기 시작한 정치 풍자 등 OTT의 표현 자율성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어내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최근 쿠팡 플레이를 통해 리부트 된 코미디 프로그램 ‘SNL 코리아’가 시청자들의 관심 속에 종영했다. 앞서 tvN을 통해 방송된 ‘SNL 코리아’가 ‘풍자’와 ‘19금’이라는 핵심 장점을 점차 살리지 못해 외면을 받았다면, 쿠팡 플레이를 통해서는 시리즈 마니아들의 눈높이를 충족할만한 정치 풍자와 19금 개그들이 다시 쏟아졌던 것.


‘위켄드 업데이트’에서는 코로나19 거리두기 지침과 재난지원금, 물가, 화천대유 등 최근 이슈들을 거침없는 발언으로 담아냈다. ‘유튜브 혁순 tv’에서는 파격 여장을 하고 연애에 대한 과감한 조언을 건네며 19금 개그의 묘미를 느끼게 했었다.


웨이브에서는 정치 블랙 코미디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가 출격을 앞두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셀럽 이정은(김성령 분)이 남편인 정치평론가 김성남(백현진 분)의 납치 사건을 맞닥뜨리며 동분서주하는 일주일의 이야기를 담는 드라마로, 윤성호 PD는 “웨이브에서 정치 코미디를 한국에서 할 때가 됐으니 신명 나게 해 보자고 제안을 해주셨고, 이후 제 이야기를 신중하게 검토를 해주셨다”며 “실제 촬영을 할 때는 전권을 주셨고, 창작자에게는 고마운 플랫폼”이라고 말하며 자유로운 풍자를 기대케 했다.


현실에 대한 불만 또는 답답함을 심각하지 않게 풀어내는 풍자와 해학은 잘 담아내면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다만 자칫 반대 진영의 반대에 부딪혀 논란으로 발전하는 경우들도 있다. 다양한 시청층을 아울러야 하는 TV의 특성상 정치, 시사 풍자 코미디는 한동안 볼 수 없었짓만, OTT를 통해 되살아난 유쾌한 풍자가 반가움을 안기고 있다.


또는 사회 내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반영해 자성의 목소리를 끌어낸 작품도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디피)가 그 예다.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준호(정해인 분)와 호열(구교환 분)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탈영병 잡는 과정을 스펙타클하게 담아내기보단 탈영병이 왜 탈영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파헤쳤고, 이에 군대 내 괴롭힘 문제 등 현실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담겼다. 담은 메시지의 과감성은 물론, 리얼함에 방점을 찍은 묘사들로 시청자들의 더욱 깊은 몰입과 큰 분노를 끌어낸 바 있다.


이 외에도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유 레이즈 미 업’은 팍팍한 현실이 괴로운 청춘을 향한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를 재기발랄하게 풀어내 호평을 받았었다. 고개 숙인 30대 용식(윤시윤 분)이 첫사랑 루다(하니 분)를 비뇨기과 주치의로 재회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인생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는 내용을 담은 작품으로, 섹시 발랄 코미디 드라마를 표방했었다.


수년간 공무원 시험에 떨어져 좌절하던 용식이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을 담은 이 드라마는 용식의 발기부전을 통해 좌절한 청춘들의 심경을 유쾌하게 은유하며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했다. 발기부전이라는 민감할 수 있는 소재를 적극 활용하며 한 편의 신선한 청춘물을 탄생시킨 셈이다. 윤시윤은 제작발표회 당시 "웨이브 플랫폼의 모든 장점과 특혜를 받으며 촬영했다. 감사드린다. 다루기 민감한 주제를 재기 발랄하게 도전할 수 있던 건 플랫폼 덕분"이라고 감사를 표했었다.


그동안 OTT는 주제와 소재, 표현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특성을 지나친 폭력과 자극으로 수렴시키며 우려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특성을 잘만 활용하면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장르를 접하게 하고, 또 TV에서 할 수 없는 이야기도 다채롭게 펼쳐낼 수 있다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특히 이것이 앞선 사례들처럼 주제와 목적을 더욱 강화하는 흐름으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OTT의 악영향이 아닌, 순기능을 보여주기 위한 꾸준한 노력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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