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동 누나’는 또 뭔 말인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1.11.06 08:34
수정 2021.11.05 08:34

이재명 후보와 김부선씨의 악연 보도

기사 요건에 맞아 앞으로도 계속될 듯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후보와 중견 탤런트 김부선 씨는 1963년 토끼띠 동갑이라는데, 도대체 무슨 관계인가? 두 사람 공히 만남은 인정하고 있고, 김부선 씨는 1년 이상 불륜관계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3일 <만화의 날>을 맞아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오피스 누나 이야기’라는 제목의 웹툰을 보고 “오피스 누나? 제목이 확 끄는데요”라고 말해, 야당으로부터 ‘저급한 성(性)감수성’의 소유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김부선 씨가 이 기사를 공유하면서 “음란마귀, 옥수동 누나는 잊었어?”라고 비꼬았다. 서울 한강변 옥수동(玉水洞)에 산다는 김부선 씨는 왜 이 후보에게 이토록 꾸준하게 관심을 보이고, 언론은 왜 김부선 씨의 발언과 행동을 중계하듯이 기사로 전할까?


“무엇이 뉴스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가운데는 “기자가 기사로 쓴 사건”이라는 정의도 포함돼 있을 정도로 제각각이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참신성, 근접성, 영향성, 저명성, 유용성, 갈등성, 이야기, 활동성, 심층성, 오락성 등의 10대 조건을 제시한다.


훈련 받은 기자들은 하루에도 수없이 발생하는 사건 사고 가운데 뉴스가치(news values)가 있는 일들을 골라서 기사를 쓸 텐데, 이재명 후보와 탤런트 김부선 씨 사이의 일들은 얼마나 뉴스 가치가 있는 일들일까?


먼저, 참신성(novelty). 통계적으로 자주 발생할 수 없는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는 뉴스가치가 있다고 한다. 여당 대통령 후보와 그와 과거가 있다고 주장하는 여성 탤런트, 일단 진귀한 일이다.


근접성(proximity), 시간적·공간적으로 가까운 데서 일어난 사건을 말하는데, 대부분 당일 일어난 언행이고, 뉴스의 최대 소비처요 전국 인구의 반(半)이 넘는 서울·경기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영향성(impact), 영향을 받는 범위와 강도를 따지는데, 이건 그야말로 핵(核)폭탄 급이다. 혹시나 이재명 후보가 당선이라도 된다면, 청와대에 방을 하나 더 신축할지 세종시에 신축할지, 임시 국무회의라도 열어야 될지도 모른다.


저명성(prominence), 교통사고도 연예인이 낸 사고가 더 뉴스가 되듯이 여당 대통령 후보와 중견 여성 탤런트, 저명성에서는 전혀 꿀리지 않는다.


다음, 유용성(usefulness). 이 두 사람에 관한 뉴스가 건강정보 같이 국민들에게 유용한 소식이 되는가 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할 수 밖에 없겠다. 다만, 신경정신과 의사들에게는 간접적으로 자료로서의 가치는 있어 보인다. 이 후보에 대해 김 씨는 직접 겪어본 결과 “이 후보는 사이코패스가 아닌 소시오패스”라고 말한바 있다(10.25).


갈등성(conflict). 이 두 사람은 법원에서 3억원 민사소송으로 다투고 있고, 현실에서도 일만 있으면 SNS로 연결된다. 갈등 만점의 막장드라마 주인공 같다.


이야기(story). 콩나물 할머니의 기부, 선교사의 희생같이 감동을 주는 사람의 삶은 이야기가 된다. 이 후보의 입지전적인 성공 스토리와 김 씨의 난방비 투쟁 등은 ‘이야기가 되고도 남는다’.


활동성(action), 움직임이 있는 뉴스는 영상시대를 맞아 더욱 뉴스가 된다. 이 후보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김 씨의 언동은 활동성 또한 완벽하다.


심층성(depth), 좀도둑 보다는 고위 관료의 비리가 더 깊숙한 뿌리를 갖고 있다. 이 후보가 일했던 성남시 대장동 개발비리는 단군이래 최대 비리라는 평을 듣고 있고, 이 두 사람의 만남도 2007년, 무려 14년 전에 시작됐다. 하루 밤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는데, 켜켜이 쌓인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젊은 기자들은 잘 모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오락성(entertainment), 이거야말로 오락성 만점, 최고의 흥밋거리로 독자나 시청자들을 즐겁게 한다. 사람들은 정보를 얻기 위해, 심심해서 아니면 사회적 관계유지를 위해 미디어를 소비한다.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인간이 뉴스를 소비하는 3가지 주요 동기를 완벽하게 만족시켜준다.


살펴본 것처럼 민주당 이 후보와 중견 탤런트 김 씨의 이야기는 10가지 뉴스 기준에서 9개 이상이 해당되는, 이론적으로는 거의 완벽한 뉴스감이다.


이재명 후보의 대선 성패에 관계없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들에 관한 뉴스 보도는 이어질 것 같다. 다만 인간 감정의 어두운 본성(Schadenfreude)은 너무 심하게 건들지 말았으면 한다.


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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