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TV서 힘 못 쓰던 로맨스 웹툰…‘유미의 세포들’이 보여준 가능성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1.10.22 08:32
수정 2021.10.22 08:32

총 74개 클립에서 유튜브 누적 조회수 1500만 뷰 이상

커뮤니티·SNS서 세포들 활약 호평

웹툰 드라마화의 봇물 속에서도 로맨스 웹툰은 유독 성공 확률이 낮았다. ‘유미의 세포들’ 역시 우려의 시선 속에서 시작했지만, 걱정을 뒤집고 웹툰 드라마화의 좋은 예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해 흥행작인 ‘이태원 클라쓰’, ‘경이로운 소문’을 비롯해 지난 4월 방송된 ‘나빌레라’, ‘모범택시’, 넷플릭스 시리즈물인 ‘디피’(D.P)에 이르기까지. TV, OTT를 가릴 것 없이 인기 웹툰을 드라마화한 사례들이 쏟아지고 있다. ‘무빙’, ‘술꾼도시여자들’, ‘지옥’, ‘지금 우리학교는’ 등 공개를 기다리고 있는 작품들도 많다.


인기 웹툰의 경우 드라마화 자체만으로 팬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이미 대중들에게 통하는 이야기라는 것이 증명된, 검증된 작품이라는 장점도 있다. 앞선 사례들처럼 영상화가 잘 이뤄질 경우, 기존 팬덤은 물론 새로운 시청자들까지 아우르며 히트작으로 거듭나곤 했다.


그러나 유독 로맨스 웹툰만큼은 성공적인 드라마화가 이뤄지기 힘들었다. 최근 작품인 ‘알고있지만’과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이 2% 대의 시청률을 면치 못했다. ‘간 떨어지는 동거’도 첫 방송은 5.3%로 시작했으나 갈수록 힘이 빠지며 3% 대의 낮은 시청률을 전전했다. 지난 2016년 웹툰계 메가 히트작인 ‘치즈 인 더 트랩’도 드라마화에 실패했다는 평을 받는 등 유독 드라마로 옮기기에 쉽지 않은 장르로 꼽혀 왔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감정을 다룬 만큼 극적인 사건들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기보단, 섬세한 묘사를 통해 공감을 유발하는 작품들이 많았다. 이에 드라마화를 위한 적절한 변주가 있지 않으면 실패로 이어지곤 했던 것이다.


이 가운데 현재 세포들과 함께 먹고, 사랑하고, 성장하는 유미(김고은 분)의 이야기를 담은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이 이 흐름을 뒤집고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9월 17일 첫 회가 공개된 이후 8회까지의 총 74개 클립에서 유튜브 누적 조회수 1500만 뷰 이상을 돌파했으며,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개성 넘치는 세포들의 활약에 대한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걱정 어린 반응들도 있었다. ‘유미의 세포들’의 원작 또한 누적 조회수 34만 뷰에 달하는 인기 웹툰이었지만, 원작 캐릭터들과의 낮은 싱크로율과 세포들이 어떻게 영상화될지에 대한 의문의 시선들이 있었던 것이다.


먼저 주인공 유미 캐릭터의 낮은 싱크로율에 대한 호불호는 김고은의 연기력으로 돌파했다. ‘유미의 세포들’ 역시 평범한 30대 직장인 여성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만큼, 극적인 순간들을 만들어내기 힘든 서사구조였지만 김고은은 그만큼 감정들을 더욱 섬세하게 표현하며 공감도를 높였다. 짝사랑하던 상대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있었단 사실에 실망하면서도 억지로 웃음을 지어야하는 미묘한 순간을 정확하게 표현해내면서 이 장면이 온라인상에서 회자되기도 했었다.


여기에 긴 호흡의 웹툰 속, 유미와 남자친구 구웅(안보현 분), 구웅의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 새이(박지현 분)의 갈등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극적인 흥미를 만들어냈다. 웹툰 속 독자들의 열광 포인트를 캐치해 이를 드라마에 맞는 전개로 영리하게 풀어낸 것이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세포들의 활약을 완성도 있게 구현하며 웹툰 ‘유미의 세포들’의 매력을 고스란히 살린 것이 시청자들의 열광 포인트가 되고 있다. 3D 애니메이션과 전문 성우들의 목소리로 탄생한 세포들은 김고은의 섬세한 감정 연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며 드라마의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


결국 ‘유미의 세포들’은 기존 독자들의 니즈 파악, 완성도 높은 영상화, 드라마 호흡에 맞는 적절한 변주. 삼박자 모두를 갖춰졌기에 흥행하게 된 셈이다. 로맨스 웹툰 드라마화의 성공 사례를 남기게 된 ‘유미의 세포들’이 또 어떤 가능성으로 이어지게 될지도 궁금해진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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