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에 대한 윤석열의 생각 들어보니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입력 2021.10.20 00:45
수정 2021.10.19 23:26

'전문가 등용' 이야기하려다 전두환 옹호 논란

다른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어땠을까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9일 전두환 전 대통령을 일부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정치권에 파장이 일었다. 더불어민주당 쪽에서 '호남 폄훼'라고 강력 규탄하자 윤 전 총장은 "정치를 다 잘했다는 게 아니라 권한 위임 측면에서 배울 점이 있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전두환, 쿠데타·5·18 빼곤 정치 잘했다는 평가도"

윤 전 총장은 이날 국민의힘 부산 해운대갑 당협 사무실을 찾아 "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정치를 잘했다고) 그러느냐? 맡겼기 때문이다. 이분은 군에 있으면서 조직 관리를 해보았기 때문에 맡긴 거다. 그 당시 정치했던 사람들이 그러더라. '국회는 잘 아는 너희가 해라'며 웬만한 거 다 넘겼다고. 당시 3저 현상이 있었지만 그렇게 맡겼기 때문에 잘 돌아간 거다"고 했다.


자신을 향해 '정치와 행정 경험이 부족하다'는 공세가 이어지자 전문가를 등용해 국정을 운영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례를 끌어온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이어 "대통령이 되면 지역과 출신 등을 따지지 않고 최고 인재를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한 뒤 시스템 관리를 하겠다"며 "국정은 해보면 어렵다. 경제 전문가라 해도 경제가 여러 분야 있어서 다 모른다. 최고 고수들, 사심 없는 분들을 내세워야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우리가 존경할 만한 부분 있다…이명박 정부 땐 쿨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외에 역대 대통령에 대한 그간의 윤 전 총장의 평가는 어땠을까. 가장 주목을 끌었던 발언은 역시 윤 전 총장이 직접 관련 사건을 수사 지휘했던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내용이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지난 7월 20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전직 대통령들은) 정말 나라의 어려운 일들을 고독한 상태로 누가 딱 정답을 가르쳐줄 수 없는 상황에서 고민하고 처리해나간 분들이다. 우리가 존경할 만한 부분이 다 있다"며 일반론적인 차원에서 답했다.


이어 공무원 연금 제도 개혁을 거론하며 "박 전 대통령도 그런 차원에서 국가 지도자로서 어려운 결단을 잘 내린 것도 많지 않은가"라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상당히 쿨했다"는 평가를 한 바 있다. 그는 검찰총장 시절이던 지난 2019년 10월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명박 정부 때 검찰의 중립성이 가장 잘 보장됐다'는 취지로 "제가 직급은 달랐지만 하여튼 제 경험으로만 하면 이명박 정부 때 중수부 과장으로, 특수부장으로 3년간 특별수사를 했는데,저 대통령 측근과 형 이런 분들을 구속할 때 별 관여가 없었던 것으로 쿨하게 처리했던 기억이 나고요"라고 답변했다.


노무현엔 각별한 애정 보이기도…"돌아가시고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많이 불러"

윤 전 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각별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19일 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 출연해 자신이 애창곡으로 꼽은'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부르기 전 이 곡이 노 전 대통령과 연관이 있음을 시사했다.


윤 전 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을 정확히 기억하며 "대구에서 부장검사로 있던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며 "그때 내가 이 노래를 많이 불렀다"고 소개했다.


"박근혜·이명박 수사, 정치 보복 아냐"…노무현 수사엔 "어리석은 정치인이면 그렇게 할 것"

대통령 임기가 끝나고 수사로 고초를 겪은 박근혜·이명박·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관련 수사에 대한 의견에 시선이 쏠리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해선 '정치 보복 수사가 아니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18일 부산 MBC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도 "우리가 두 분 전직 대통령에 대한 걸 이 잡듯이 뒤져서 한 건 아니다"고 했다.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해선 "저는 당시 수사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전직 대통령을 그런 방식으로 (수사)한다는 건 정권에 엄청난 부담이 되기 때문에 아주 어리석은 정치인이나 어리석은 대통령이면 그렇게 (수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정치 보복인가 사법 정의인가를 거듭 묻는 질문에 "수사 안 한 사람이 어떻게 얘기하나"라며 즉답을 피했다.


"김영삼, 민주주의 위해 헌신과 희생…박정희에 불만 갖는 국민들도 많았다"

윤 전 총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지난 7월 기념도서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께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수십 년간 몸 바쳐 싸워오신 분이셨다"며 "김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를 위한 헌신과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도 민주주의의 터전에서 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해선 간접적인 방식으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8월 31일 충북 옥천을 찾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의 생가를 방문해 "유신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 방침에는 불만을 갖는 국민들도 굉장히 많았다"며 "박 전 대통령의 통치에는 국민들이 서로 다른 의견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육 여사에 대해서는 당시를 기억하는 어느 국민도 비판하는 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토론에서는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느냐'를 두고 홍준표 의원과 설전을 벌이던 도중 김대중 전 대통령 당시 박지원의 불법 대북송금 사건을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북한에 특사로 갔던 것과 비교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홍 의원이 "2003년 대북 송금 사건 때 박지원씨는 구속했지만, 송금을 지시한 DJ는 통치행위이기 때문에 수사도 지시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 총선 때) 공천에 관여한 것은 통치행위냐? 정치행위냐"고 묻자 "조사 대상이 안 되면 부하가 한 것도 처벌하기 어려운 거 아니겠냐. 박정희 대통령이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북한에 가서 김일성을 만나고 와라 하는데, 적국으로 잠입 탈출한 것을 통치행위니까 처벌을 못하면 이후락도 처벌을 안 받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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