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바이 복싱’ 파퀴아오, 대선 링에서 두테르테 KO?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1.09.30 09:27
수정 2021.09.30 09:30

‘8체급 석권’ 복싱 레전드 은퇴 선언...내년 5월 필리핀 대선 도전

두테르테 계 비해 조직력 약하지만 국민적 지지 업고 큰 싸움 나서

필리핀 복싱 영웅 매니 파퀴아오(42)가 은퇴를 선언했다.


파퀴아오는 29일(한국시각) 자신의 SNS에 약 15분 분량의 영상을 통해 “복싱 글러브를 벗는다. 전 세계, 그리고 나를 응원해준 필리핀 국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또 "우리 가족이 절박할 때 너(복싱)는 우리에게 희망을, 가난에서 벗어날 기회를 줬다. 나의 삶을 바꿔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복서로서의 내 시간이 끝났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이제 은퇴를 선언한다. 굳바이 복싱!"이라고 말했다.


게임에서 후퇴하지 않고 끊임없이 전진하는 움직임 때문에 ‘팩맨’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파퀴아오는 현대 복싱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다.


파퀴아오는 세계 권투사에 유일한 ‘8체급 석권’ 위업을 달성한 살아있는 레전드다. 선수 생활 26년 동안 12차례 세계 타이틀을 차지했던 파퀴아오는 통산 62승 8패 2무의 기록을 남겼다. 62승 가운데 39승 KO로 따낸 승리다.


왼손잡이로서 다양한 기교를 바탕으로 훌륭한 정확성까지 갖춘 파퀴아오는 스피드와 민첩성이 돋보인다. 현란한 스텝으로 공격을 피하고 반박자 빠른 스텝에 이은 정확도 높은 펀치는 매우 위협적이다.


놀라운 체력과 풋워크를 기반으로 강력한 펀치를 퍼붓는다. 더블 스트레이트와 변칙적인 잽, 그리고 왼손 훅 카운터와 라이트, 어퍼컷 등 화려한 공격을 자랑한다. 정확도까지 동반된 펀치는 상대 가드를 뚫고 데미지를 안긴다.


때로는 카운터를 맞고 실신 KO패를 당하기도 하지만, 파퀴아오의 인파이팅은 복싱이 선사할 수 있는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 복서다. 가벼운 펀치로 포인트만 따내고 뒤로 빠지는 영악한 무패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와 달리 경기 내내 돌진했다. 비록 심판전원일치 판정패를 당했지만 복싱팬들은 파퀴아오의 공격성에 더 높은 점수를 매겼다.


그에게 환호했던 복싱팬들도 이제는 더 크고 새로운 꿈을 품은 파퀴아오를 보내줄 때가 됐다. 파퀴아오는 내년 5월 필리핀 대선에 도전한다. 파퀴아오는 자신의 국민적 인기를 등에 업고 하원의원, 상원의원을 거쳐 대권 행보에 돌입한다.


파퀴아오는 2009년 정치계 입문해 두 차례 하원의원을 거친 뒤 2016년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마약전쟁과 사형 추진 등을 옹호하면서 지난해 12월에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원 아래 집권여당 PDP라반 대표에 올랐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의 부패 혐의와 정책을 비판하다 대표직을 박탈당했다.


그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변함없다. 파퀴아오는 두테르테에 맞서 독립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파퀴아오의 대선 출마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후계 구상에 큰 걸림돌이다.


‘6년 단임제’로 두테르테 대통령은 재선이 불가능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측근을 대통령 후보로 세우고 자신은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로 출마해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야욕을 품고 있다. 현재로서는 두테르테의 딸 사라 두테르테 다바오 시장의 출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조직력 등에서는 두테르테 측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 또 상원 의원으로서 통과시킨 이렇다 할 법안이 없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나는 평생 어떤 싸움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다”고 말해왔던 파퀴아오가 과연 대선 링에서도 두테르테 계를 KO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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