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토요 무리수? 류현진 맞나…7실점 최악투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1.09.12 08:44
수정 2021.09.12 08:49

볼티모어 원정 2.1이닝 2피홈런 7실점 강판

직전 양키스 등판 슬라이더 구사 여파 해석도

뉴욕 양키스를 묶었던 류현진(34)이 만만한 볼티모어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류현진은 12일(한국시각) 미국 볼티모어 오리올파크 앳 캠든야즈서 펼쳐진 ‘2021 메이저리그(MLB)’ 볼티모어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2.1이닝(69구) 8피안타(2피홈런) 7실점 최악투로 실망을 안겼다. 타선의 폭발로 스코어를 뒤집어 패전투수는 면했다.


개인 한 시즌 다승 최다 타이인 14승과 아메리칸리그(AL) 다승 공동 1위도 모두 실패한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4.11로 치솟았다. 직전 등판에서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6이닝 무실점 호투하며 시즌 13승째를 따냈던 류현진은 이날 전혀 다른 투수가 되어 있었다.


1회부터 흔들렸다. 2사 후 2루타를 내준 뒤 앤서니 산탄데르에게 2점 홈런을 얻어맞으며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2회 1사 2,3루 위기에서도 내야 땅볼로 1점을 내준 뒤 오스틴 헤이스에게 2점 홈런을 허용했다. 2이닝 동안 2개의 2점 홈런을 맞은 류현진은 3회를 넘기지 못했다. 선두타자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낸 것을 시작으로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2타점 2루타를 내줬다.


7실점 한 류현진은 ‘천적’으로 불릴 만큼 강했던 동부지구 최하위 볼티모어 앞에서 자신감을 잃은 듯한 모습이었다. 과연 ‘류현진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이 없었다. 지켜보던 벤치도 류현진을 강판했다. 류현진이 토론토 이적 후 2.1이닝만 던지고 물러난 것은 처음이다.


직구, 체인지업, 커터 등 모든 구종이 통하지 않았다. 패스트볼 스피드는 지난 경기에 비해 3~4km나 떨어졌다. 그나마 스피드가 붙은 직구는 가운데로 몰려 장타를 허용했다. 류현진이 6월 이후 기복이 심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날 최악투 배경에는 몬토요 감독의 무리수도 자리한다.


직전 뉴욕 양키스전에서 슬라이더까지 구사한 류현진은 당시 팔이 편안한 상태가 아니었다.


슬라이더를 앞세워 눈부신 호투를 펼치는 ‘후반기 에이스’ 로비 레이를 보며 구사 비중이 작았던 슬라이더까지 던지면서 양키스 타선을 봉쇄했다. 하지만 슬라이더 구사 여파로 80개만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몬토요 감독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보호 차원에서 일찍 불러들였다”고 말했다.


류현진도 호투를 선보인 뒤 모처럼 밝은 모습이었다. 류현진은 “평소에 별로 안 던지던 슬라이더를 많이 던지면서 (팔에) 타이트한 느낌을 받았다”며 “무리하고 싶지 않아 80개에서 멈췄다. 다음 등판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볼티모어전에서 그 여파가 이어졌다. 와일드카드 경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팀을 이끄는 몬토요 감독이 류현진 카드를 아낄 수 있는 시점은 아니지만, 직전 등판에서의 상태를 파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4일 휴식만 부여하고 낮경기에 투입한 것은 현명한 선택으로 보기는 어렵다.


당초 토론토는 류현진을 13일 선발로 내정했지만, 하루 뒤 11일 일정이 12일 더블헤더 2경기로 변경되면서 류현진의 등판 일정은 두 차례 변경 끝에 확정됐다.


몬토요 감독은 “류현진이 더블헤더 1차전 등판을 원했다”고 말했다. 물론 못 던진 류현진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4년 8000만 달러를 받고 입단한 에이스로서 와일드카드 레이스가 한창인 상황에서 등판 시기를 미루기는 어렵다.


조금 더 세심하게 류현진의 입장과 상태를 체크했다면, 토론토나 류현진에게나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것이라는 '확률'을 생각했을 때, 몬토요 감독의 결정은 못내 아쉽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