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기대해도 좋다"…류경수의 자신감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09.06 10:35
수정 2021.09.05 19:36

'인질' 128만 관객

2007년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로 데뷔

그야말로 대세다. 지난해 '이태원 클라쓰'에서 인지도를 확보한 류경수는 카카오 TV 웹드라마 '도시남녀의 사랑법'에 출연한 이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글리치', '정이' 출연 소식을 연이어 알렸다. 그리고 연상호 감독의 '지옥' 공개도 앞두고 있다.


그런 류경수가 '인질'에서 황정민을 위협하는 납치범 중 2인자 염동훈 역을 맡아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인질'은 황정민 외 다른 배우들의 출연 소식이 알려지지 않았던 터라 류경수의 호연이 더 반갑다.


류경수를 포함한 김재범, 이유미, 이호정, 정재원, 이규원 등 신예들의 활약은 깜짝 선물처럼 느껴졌다. 황정민의 연기를 관람하러 갔다가 다른 배우들의 연기에 빠졌다는 관객들의 평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000:1의 확률을 뚫고 '인질'의 염동훈 역을 꿰찬 류경수는 지금을 즐기고 있다.


"많은 분들이 오디션을 본다는 이야길 들었어요. 자기 전에 후회되지 않도록 보여드리고 오자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감사하게도 불려주셔서 기뻤죠. 그런데 촬영할 때 재미있는 일도 많고 커피차를 보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SNS에 올리고 싶었는데 그런 걸 못해서 아쉬웠어요. 지금 재미있게 봐주시는 것 같고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기뻐요."


염경훈은 납치범의 우두머리 최기완(김재범 분)의 말에 복종하면서도 자꾸만 의견이 부딪치자 조직 안에서 균열을 만들어내는 인물이다. 최기완이 길거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다면 염경훈은 짧게 자른 머리와 문신으로 덮인 몸 등이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긴다. 류경수는 염경훈을 '탱탱볼 같은 남자'라고 표현했다.


"염경훈은 어디로 튈지 몰라요. 필감성 감독님이 그런 것들이 많이 발산되길 원하셨어요. 불같고 강렬하지만 극단으로 갔을 땐 차갑게 식어버리는, 그리고 예측되지 않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그래서 현재의 염동훈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고민해 봤어요. 딱히 정답을 내릴 순 없지만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자신 있게 밀어붙이는 그런 과정이었어요."


거칠어 보이는 비주얼은 염동훈의 전사를 고민한 끝에 만들어졌다. 그의 외면을 본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궁금증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한 결과다.


"보여주기 위해 억지로 만들어낸 거친 모습보다는 보편성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염동훈이 손가락 마디 하나가 없어요. 이게 왜 잘렸을까 삶을 상상해보기도 하고, 돈 주고 샀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옷은 어디서 가져왔을까 이런 것 등 외적인 모습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류경수는 유독 황정민과 직접 부딪치는 장면이 많이 때리고 욕하는 장면이 가장 많았다. 류경수는 대선배인 황정민을 때려야 한다는 부담과 실수로 이어지지 않을까의 걱정 등으로 촬영 전날에는 잠 못 이뤘다고 말했다.


"그런 장면이 있을 때마다 재범이 형이 부러웠어요. '왜 내게 이런 숙제와 시련이 왔을까'란 생각이 들었죠. 어떻게 해야 정민이 형이 덜 아플까 저에게 연습도 먼저 해봤어요.(웃음) 허공에도 해보고요. 그런데 선배님이 중요한 건 리얼함이니까 편하게 한 번에 가자고 하셔서 과감하게 할 수 진행했죠."


우러러보던 선배 황정민과 마주 보고 연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인질'의 촬영장은 배울 것들로 가득했다고 한다.


"예전부터 봤던 대선배님과 함께 하면 어떨까 너무 궁금했어요. 옆에서 본 황정민 선배님은 '열정이 많다'의 그 이상이었어요. 몸을 사리지 않고 작품을 위해 노력하시더라고요. 궁금한 것들도 편하게 다 알려주시고요. 지금의 내가 앞으로 해나가야 할 좋은 자양분이 됐단 생각이 들었어요."


황정민으로부터 들은 말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조언을 물었다.


"끝나고 자기 전에 '오늘 돈이 아깝지 않은 연기를 했나'라고 생각해 봤을 때 부끄러우면 열심히 안한 것이고 나쁘지 않았다면 열심히 안 한 거다. 그런 것에 대한 말씀을 해주셨는데 깊이 와닿았어요."


'인질' 개봉 이후 '신인 발견'이라는 타이틀이 붙지만 사실 류경수는 2007년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로 데뷔해 독립영화와 연극, 뮤지컬 등에서 활동해온 14년 차 배우다. 힘든 날도 있었지만 그때의 시간이 있었기에 자신이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고 느끼고 있다.


"어쨌든 나는 연기를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주변에서 지지와 응원이 있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어요."


그는 '인질'을 통해 직업 정신이 더 단단해졌다고 웃었다. 시간과 돈을 투자해 작품을 보는 관객들에게 만족스러운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더 강해졌다. 공개를 앞두고 있는 '지옥', '글리치', '정이' 등 류경수의 연기를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이 대기하고 있다.


"다섯 번 고민할 걸 일곱 번 고민하고, 여덟 번 고민할 걸 열 번 고민하고 더 많이 움직이려고 해요. 티켓값이 아깝지 않은 그런 연기를 보여드릴게요. 다음 나올 작품들에서 자가복제하지 않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기대하셔도 좋아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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