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몸값 8천억 낮춰 IPO 돌입...카뱅 넘어설까
입력 2021.09.05 06:00
수정 2021.09.03 17:07
시총 최대 11조7300억으로 재도전
20주만 청약해도 똑같이 나눠받아
“카뱅 IPO 성공·MTS 출시 효과”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히는 카카오페이가 공모가를 낮춰 상장 절차를 재개했다. 여기에 국내 최초로 일반 청약자 공모주 물량 100%를 균등 배정하면서 공모주 투자자들의 관심을 키웠다. 앞서 상장한 카카오뱅크와 금융 플랫폼이란 공통점을 지닌 가운데 차별적인 상장 전략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지난달 31일 하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정정 제출했다. 카카오페이는 당초 지난달 상장 예정이었지만 금융감독원이 지난 7월 증권신고서 내용 보완을 요구하면서 상장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이를 반영해 카카오페이는 이번 정정 증권신고서에서 공모가격을 내렸다. 이번 증권신고서에서 제시한 공모가격은 6만~9만원이다. 카카오페이가 지난 7월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제시한 희망 공모가격은 6만3000~9만6000원이었다. 공모금액은 밴드 상단 기준 1조6320억원에서 1조5300억원으로 감소했고 상장 후 최대 시가총액은 12조5152억원에서 11조7330억원으로 8000억원 가량 줄었다.
비교대상 기업도 바뀌었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미국 페이팔과 스퀘어, 브라질 파그세구로 등 외국 금융 플랫폼 기업 3곳을 제시했다. 페이팔의 경우 시가총액 규모가 350조원에 달해 비교 대상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정신고서에는 페이팔과 스퀘어 2곳이 빠졌고 대신 브라질의 핀테크 기업 스톤코와 미국 인공지능(AI) 대출 플랫폼 업스타트홀딩스 2곳이 들어갔다.
스톤코와 업스타트가 포함되면서 주당 평가가액은 13만976원으로 당초 12만2307원 대비 약 7% 높아졌다. 그러나 카카오페이는 할인율을 31~54%로 적용해 기존 할인율(21~48%)보다 높이는 것으로 공모가를 낮췄다.
카카오페이는 오는 29~30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거쳐 최종 공모가를 확정하고 다음달 5~6일 일반 청약을 진행한다. 이어 다음달 14일 코스피에 상장할 예정이다. 상장 주관사는 삼성증권, JP모건, 골드만삭스증권, 대신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도 인수회사로 추가됐다. 일반 투자자 대상 100% 균등 배정 방식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다.
카카오페이 청약 예정자의 경우, 최소 단위인 20주(증거금 90만원)만 청약하면 누구나 똑같은 수의 공모주를 받게 된다. 국내 IPO 사상 최초다. 고액 자산가 유치를 포기하는 대신 국민주 전략을 택한 것이다. 소액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기업에 대한 관심도를 끌어올리는 기회로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페이는 결제·송금 서비스를 기반으로 보험과 대출·투자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다. 누적 가입자 수는 약 3600만 명이고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67조원이다. 앞서 카카오뱅크도 금융 플랫폼이라는 가치를 내세워 상장한 뒤 양호한 주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카카오페이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증권이 하반기 모바일증권거래시스템(MTS) 서비스 출시를 앞둔 것도 주가에 긍정적인 재료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6일 카카오뱅크의 성공적인 IPO를 통해 카카오페이 IPO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면서 “카카오페이의 기업공개 시점은 MTS 출시로 투자플랫폼으로의 성장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라는 측면에서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