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의 전쟁③] 좁혀지지 않는 이견…어떤 결론 나도 '원팀 경선'은 삐걱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입력 2021.09.03 00:00 수정 2021.09.03 07:52

허용하느냐 마느냐 두 가지의 문제

어떤 중재안도 모두의 만족 어려워

건전한 비판 평가 힘든 날선 공방도

지도부 입장도 난처…"승복 과정 보여줘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대비 의원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의 대선 경선 버스가 이제 막 시동을 걸었음에도 '역선택 방지 조항' 적용 여부를 둘러싸고 크게 흔들리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중재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떤 결론이 나오든 한 편에서 강도 높은 반발이 나올 것이 자명해 '원팀 경선'의 기조 자체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일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건전한 상호 비판이라 평가하기 힘든 날선 발언이 오갔다. 역선택 허용 입장이 강한 유승민 전 의원이 경선 룰에 대한 재검토 의사를 밝힌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을 향해 "윤석열 캠프로 가시라"고 공세를 가한 것이다.


당 경선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정 위원장에 대해 노골적인 불신을 표한 것이다. 유승민 캠프 이기인 대변인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에서 유 전 의원이 과거에는 역선택에 찬성 입장을 드러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악마의 편집"이라 질타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 측도 유 전 의원의 도발에 "몰상식은 부메랑만 자초할 것"이라며 "왜 정 위원장에 대해 '억지 프레임'을 씌우는가, 경선에 자신이 없어서 그런 것인가"라 즉각 맞받았다.


후보들 간 설전이 격화되고 있지만 문제는 갈등을 타개할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데 있다. 정 위원장이 이날 여론조사 관련 전문가들을 불러 의견을 수렴하는 등 빠른 시간 내에 중재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찬반 입장이 명확하게 갈리는 만큼 각 후보들의 요구를 공평하게 충족할 만한 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정홍원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이 1일 국회에서 열린 경선률 의견 정취 간담회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한 대선 후보 캠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문제는 서로 간에 조금씩 양보해서 절충안을 만들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역선택이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입장과 '역선택을 반드시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 사이에 어떤 중재안이 있을 수 있겠는가"라며 "그래서 원색적 비판을 동반한 감정 싸움으로 비화되는 것"이라 바라봤다.


이러한 상황을 바라보는 당 관계자들은 시선은 걱정 일색이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2007년의 모습이 떠오른다"며 "이명박·박근혜 후보가경선 과정에서 지나친 신경전으로 상호간 깊은 불신을 남겼고, 이는 훗날 우리 당의 고질적인 문제가 됐던 계파갈등의 시발점이 됐다. 이런 전례가 떠오를 정도의 분위기로 가는 것 같아 심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 언급했다.


지도부의 입장도 난처하다. 중립성에 대한 논란을 자초할 수 있기에 특정한 입장을 지지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총대를 대신 메어줄 역할을 할 선관위도 일부 후보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는 탓이다.


이준석 대표가 이날 "선관위를 흔들지 말라"며 정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 이상의 메시지를 내기는 부담이 크다는 평가다.


한 지도부 핵심관계자는 "지도부 구성 인사들은 모두 이 문제에 대해 조금의 불필요한 논쟁도 예방하기 위해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며 "우선 선관위에 전권을 준다는 원칙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라 전했다.


분란을 최소화하고 '원팀 경선'의 정신을 다시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계속해서 제기된다. 정홍원 선관위원장은 이날 각 예비후보들에게 보낸 호소문에서 처음도 나중도 공정이라는 가치를 최고 목표로 삼고 사심 없이 경선을 이끌어 가겠다"며 "후보자님들도 경선이 끝난 뒤 모두가 손에 손잡고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드는 데 각자의 힘을 결집할 수 있는 유쾌한 경선이 되도록 참여와 협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경선룰 자체를 가지고 싸우게 되는 각 캠프의 입장차는 십분 이해되지만, 조금의 아쉬움이 있더라도 승복하는 모습을 보이며 중도·유권자까지 마음을 끌어 안으려고 하는 '과정'을 보여줘야 한다. 결국 이 부분이 결과론적으로 보면 훨씬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 강조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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