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환영받고 쓴소리 듣고…원희룡 '자갈치시장' 방문기
입력 2021.09.02 00:14
수정 2021.09.01 22:26
1박 2일 부산 민생행보의 화룡점정
"원희룡 오라버니" 시장이 '들썩'
"아무나 주는 것 아냐" 전복 환대에
"충전 만땅하고 간다"…'엄지 척'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1박 2일 부산 민생행보의 화룡점정(畵龍點睛)으로 'PK 민심 1번지'인 자갈치시장을 방문했다. 자갈치시장 방문은 제주 출향민을 포함한 많은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마주한 시간이었지만 한편으로 원 전 지사에게 숙제도 남긴 일정이었다는 분석이다.
원희룡 전 지사는 1일 오후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을 방문했다. 부전시장 방문, 부산소상공인연합회 간담회에 이어 이틀째 마지막 일정이었지만, 원 전 지사는 노타이·운동화에 와이셔츠 손목을 걷어붙인 활기찬 모습으로 시장 건물로 들어섰다.
자갈치시장에는 제주 출향민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가 낳은 천재'로 알려진 원 전 지사의 방문에 시장 건물은 들썩였다. 출향민들은 통로까지 나와 "아이고, 우리 원희룡 오라버니가 왔느냐" "제주에서 청와대까지 파이팅"을 외치며 반겼다.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가 "아이고 반갑수다, 반갑수다. 우리 원희룡이 이겨라, 이겨라"하며 덩실덩실 춤을 추듯 다가오자, 원 전 지사도 두 팔을 벌려 할머니를 덥썩 끌어안으며 온기를 나눴다.
이외에도 우도(소섬) 출신이라 '소섬할망'이라 불리는 할머니가 "단디 하라. 부탁한다"고 응원을 보내는 모습, "나는 (제주도 구좌읍) 월정(리)이다. 월정"이라며 "보려고 다섯 시간을 기다렸다"고 뛰어나오는 지지자들의 모습이 끝이 없이 반복됐다. 원 전 지사도 "우리 제주도 분들이 다 와계시는구나"라고 혼잣말을 할 정도였다.
자갈치시장 특유의 '전복 환대'를 원희룡 전 지사도 받았다. 한 상인이 "실물이 더 낫수다" 하며 전복회와 성게알(우니)을 마치 아들에게 떠먹여주듯 나무젓가락으로 떠서 입안에 넣어줬다. 새우도 한 마리 튼실한 것을 골라 손수 껍질을 까주면서 "이것 아무나 주는 것 아니다"고 연신 강조하기도 했다.
원 전 지사도 어머니에게 하듯 나무젓가락을 들어 상인의 입 속으로 전복과 성게알을 떠먹여줬다. '전복 환대'에 원 전 지사는 "완전히 충전 만땅하고 간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소장파할 때, 그 때가 억수로 좋았다
몇 년 동안 존재감 없어졌다" 쓴소리도
元 "제주도 있다보니…" 멋쩍은 웃음
"지지율 아쉽지만 충분히 기회 있다"
원희룡 전 지사의 행보에 관심이 많은 시민의 애정어린 쓴소리도 나왔다. 2층 식당에서 회와 새우구이를 안주삼아 소줏잔을 기울이던 50대 중반 김모 씨는 원 전 지사가 인사를 하러 다가오자 "잠깐 앉아보라"며 옆자리의 의자를 당겨뺐다.
원 전 지사가 곁에 앉자 김 씨는 "남경필이랑 같이 소장파할 때, 그 때가 억수로 좋았다. 그 때 팍 치고나갔으면 좋았을텐데 지금은 좀……"이라며 "그 때 억수로 말씀을 잘하셔갖고 그 때 (대통령을) 했으면 좋았을텐데, 몇 년 동안 아예 존재감이 없어지지 않았느냐"고 안타까워 했다.
실제로 3선 의원에 최고위원·사무총장으로 중앙정계에서 맹활약을 하던 원희룡 전 지사는 2012년 총선 불출마를 한데 이어 2014년에 제주도지사 후보로 차출되며 하방(下放)했다. 원 전 지사 본인도 부인하지 못한 채 "제가 제주도에 있느라고…"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서울 명동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전통시장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살피고 있는 원희룡 전 지사는 이날 자갈치시장을 돌면서도 "시장이 저녁 시간에 시끌벅적해야 하는데 너무 조용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층의 한 횟집에서는 때마침 주인이 빨래집게로 찝어놓은 매출전표를 살피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인사차 들렀다가 무심코 매출전표를 집어든 원 전 지사는 안색이 변하면서 "이렇게 팔아서는 안될텐데…"라고 말을 흐렸다. 상인도 씁쓸하게 "잘될 날이 있겠지요"라고 답했다. 또다른 점포에서는 "자갈치 상인들 장사 편하게 할 수 있게 잘 좀 챙겨달라"는 당부도 나왔다.
1~2층 점포와 식당을 꼼꼼히 하나하나 살피면서 인사를 건넨 원희룡 전 지사는 3층 부산어패류처리조합사무실로 들어섰다. 이 자리에서 원 전 지사는 조합 임원들과 간담회를 가지면서 어려움을 경청했다.
김재석 조합장 등 임원들은 "물 끌어다쓰는 것만 연 3억 원"이라며 "해수를 쓰고 있는데 하수로 나간다고 해서 하수 처리 비용을 청구한다. 수조에 들어왔다가 그냥 나가는 것인데 너무 비싸다"고 하소연을 했다.
무심코 살펴본 매출전표에 안색 급변
소상공인 심각한 어려움에 절로 한숨
"'단디 하라'는 말씀 크게 와닿는다
국민 먹고사는 문제 제대로 하겠다"
또 "우리 시장의 경관조명이 상당히 어둡다"며 "세계적으로도 자갈치시장이 유명한 관광명소라 경관조명을 하고 싶어도 시 건물이 됐다보니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원희룡 전 지사는 "온 국민이 사랑하는 자갈치(시장)인데 내가 돕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요즘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이 잘 나오는 곳을 좋아한다. 야간조명을 잘해놓으면 상권이 살아난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불경기인데 부산시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사업을 해야 한다"며 "내가 코로나 상황에서 소상공인 경쟁력을 키우는데 100조 원을 쓰겠다고 한 것 중에는 상권을 활성화해서 유동인구를 늘리기 위한 돈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담회를 마치고나온 원희룡 전 지사는 자갈치시장 앞에서도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1인 피케팅 시위를 이어갔다. 서울 명동에서 시작한 이래 전국 전통시장을 순회하며 이어가는 중이다.
1인 시위를 마친 원 전 지사는 1박 2일 부산 민생행보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권교체를 위해서 단디 하라는 말씀이 가장 크게 와닿았다"며 "현재 진행되는 경선 과정에서 국민들이 편안하게 먹고살 수 있는 문제를 제대로 하라는 주문을 많이 느꼈다"고 답했다.
'몇 년 사이에 존재감이 약해졌다'는 이날 시장에서의 쓴소리와 관련해서는 "(지지율이) 많이 아쉽다"면서도 "지금 오르지 않는 이유가 있을텐데, 토론이 시작되고 검증이 시작되고 국민들의 판단이 시작되면 충분히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