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막장 아니면 답 없다’던 안방극장에 부는 새 바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08.27 14:20 수정 2021.08.27 13:15

'경찰수업' '슬의생2' 등 착한 드라마 인기

규정 벗어나 다양한 장르 밀도 있게 구성

막장 드라마의 범람 속에서 안방극장에도 반가운 바람이 불고 있다. ‘라켓소년단’을 시작으로 ‘경찰수업’ ‘슬기로운 의사생활2’등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드라마들이 연이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차태현·진영 주연의 드라마 ‘경찰수업’의 등장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경찰수업’은 지난 9일 첫 방송에서 5.2% 시청률로 출발해 꾸준히 상승세를 타자 4회(17일 방송)에서 8%의 벽을 넘어섰다. 최근 방송에서도 8.3%의 시청률을 보이면서 ‘암행어사’ 이후 KBS 미니시리즈가 처음 10%대 시청률을 찍을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른바 ‘착한 드라마’의 성공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최근 드라마 시장의 추세 때문이다. 지난 8일 종영하고 다음 시즌을 앞두고 있는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2’, 큰 화제 속에 마지막 시즌을 방영하고 있는 SBS ‘펜트하우스3’는 3%를 넘어서기 힘든 드라마들 사이에서 10%의 벽을 거뜬히 넘어섰다.


자극적인 소재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 있어서 비판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론 시청자들의 시선을 끄는 덴 성공했다. ‘욕하면서도 볼 수밖에 없다’는 막장드라마의 불문율을 또 다시 증명해낸 셈이다.


‘막장’으로 통하는 두 드라마를 제외하곤, 안방극장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이번 달 종영한 tvN ‘너는 나의 봄’, JTBC ‘알고있지만,’은 각각 2.4%, 1.7% 시청률로 씁쓸한 마지막을 맞았다. ‘월간 집’ 역시 힘겹게 3%의 벽을 넘기며 종영했다.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들도 마찬가지다. MBC ‘이벤트를 확인하세요’ ‘미치지 않고서야’, tvN ‘더 로드: 1의 비극’ 등 미니시리즈들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경찰수업’과 함께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역시 착한 드라마의 성공을 이끌고 있는 작품이다. 첫 방송부터 10%를 넘어섰고, 이후 꾸준히 상승곡선을 보여주고 있다.


‘경찰수업’은 경찰대학교를 배경으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청춘들의 풋풋한 사랑을 담은 캠퍼스 청춘물인 동시에, 경찰대학 밖에서 일어난 불법도박 사이트 수사가 함께 큰 축을 이루면서 미스터리 장르로서도 긴장감 넘치는 전개를 이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극중 유동만(차태현 분)이 툭툭 내뱉는 대사나 광기 가득한 웃음을 보여주는 백희(서예화 분)과 같은 독특한 개성의 캐릭터들이 유쾌한 코믹물을 보는 듯한 느낌도 자아낸다.


‘슬의생2’ 역시 복합적 요소들을 밀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의학드라마라는 장르적 규정에서 벗어나 휴먼, 코믹, 로맨스, 메디컬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완성도 높게 담아냈다. 율제병원의 환자와 가족들의 희로애락을 담고, 평범한 일상을 진정성 있게 그려내며 매회 특별한 감동을 전하면서 따뜻한 위로와 힐링을 전달한다. 뿐만 아니라 20년지보여주는 케미는 코믹함을 담당한다.


결국 “막장이 아니면 안된다”는 말이 통용되는 현 드라마 시장에서 ‘슬의생2’와 ‘경찰수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공통적인 요인은, 복합적 요소들을 얼마나 밀도 있게 담아내느냐다. ‘복합장르’를 표방하고 있는 많은 드라마들은, 수박겉핥기 식의 장르 접근이 아닌 ‘슬의생2’ ‘경찰수업’처럼 작품의 중심을 먼저 세우고 적재적소에 다른 장르의 요소들을 녹여내려는 시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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