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가계부채①] 가계 빚 1700조..."미래가 없다"
입력 2021.08.22 07:00
수정 2021.08.20 19:00
가계부채 GDP 대비 2배 넘어
상반기 증가액 전년比 71%↑
30대·자영업 부실상환 위기
가계부채가 나날이 폭증해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섰다. 경기 악화는 물론 차주들의 부채 상환 부실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의 조기 테이퍼링, 중국의 경제 경착륙 등 우리 경제에 영향을 끼칠 변수들도 대외적으로 존재하는 상황이다. 빚의 시한폭탄은 지금 이순간에도 째깍거리는 중이다. 이제라도 가계부채 관리에 나설 시점이다. 본지에서는 현 상황을 진단하고 연착륙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하려한다. <편집자주>
'영끌‘ '빚투' 속 대한민국의 부채가 전 세계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3월말 가계부채는 1765조원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기업 부채도 같은기간 1402조2000억원까지 늘어나며 민간신용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16%를 돌파했다. 민간 부채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에도 꺾일줄을 모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중 금리까지 오르며 다중채무자, 자영업자, 하우스푸어 등 취약계층의 이자상환 부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 올들어 78조 증가...상환 능력 ‘빨간불’
가계부채 위험 경고는 오래전부터 시작됐으나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가 대폭 인하되자 가파르게 상승해왔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78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6%가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9년 1~7월 증가폭의 3배를 넘는 수준이다.
폭발적인 가계대출 증가 배경에는 부동산 시장과 대형 공모주 청약 등 주식 시장의 과열이 꼽힌다. 지난달만 놓고 보더라도 주담대는 7조5000억원,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7조7000억원 증가했다. 정부는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 5~6%, 내년에는 4% 안팎으로 관리하겠다고 공언했으나, 가계대출 증가율은 8% 수준으로 최근 10%안팎까지 가속화 중이다. 최근에는 금융당국 규제 풍선효과로 제2금융권까지 대출이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가계부채의 내용도 심각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가계부채 속도는 전 세계 주요국보다 빠르다. 국제 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국내 GDP 대비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103.8%로 43개국 중 7위다. 지난해 말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71%)과 대비해도 35%p증가했다. 미국, 영국 등을 포함한 선진국의 평균 부채비율 81%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가계의 빚 갚는 능력도 나빠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의원이 한은의 ‘2020년 국민계정 잠정 통계 등’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가계소득으로 부채를 감당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인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하 가계부채 비율)’은 2020년 200.7로 최근 10년 평균치(171.2)보다 29.5p, 전년 대비로는 12.5%p 증가했다. 코로나19 등으로 전년대비 소득은 2.3% 증가했으나 부채는 9.2% 늘어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 빚 저당 잡힌 30대, 이자 뛰면 직격탄
최근 가계대출은 30대 이하 청년층이 주도하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금융권의 신규 대출자 중 청년층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3분기 60%에 육박했다. 이들은 주로 주택가격 상승 기대와 주식·가상자산(암호화폐) 등 레버리지 투자 열풍에 편승하기 위해 대출을 받고 있다.
특히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 대출 중 청년층 비중이 크게 늘어, 지난해 말 기준 청년 다중채무자 대출잔액은 130조원에 달했다. 전년말 대비 16.1% 급증한 것이다. 같은기간 청년층의 소득대비 부채비중(LTI) 역시 타 연령층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LTI 증가폭은 30대 이하 23.9%p, 40대 13.3%p, 50대 6.0%p 늘었으며, 반면 60대 이상은 3.2%p 줄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층은 (다른 연령에 비해) 상환 능력이 낮아 자산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 파산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출 후폭풍은 이미 진행중이다.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시장금리는 기대감을 반영해 상승중이다. 지난 18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최고 연 4.13%까지 올랐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방침으로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축소하며 코픽스 상승분 이상으로 주담대 금리가 올랐다는 분석이다. 신용대출도 금리도 오름세다. 주요 7개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1, 2등급 대상)는 7월 기준 2.91%로 2개월간 0.02%p 올랐다.
한은에 따르면 금리가 1%p 오르면 약 12조원 규모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 본격적으로 대출 금리가 오르면 30대는 물론, 은퇴로 수입이 줄거나 없어진 60대 이상 고령층,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상공인들이 큰 피해를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다. 한편 자영업자의 지난 3월 말 대출 수준은 831조8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1조 이상 증가했다. 은행권에서 자영업자 중 취약 차주 비중은 11.0%에 달하며, 정부의 소상공인 대출 등 금융지원 조치로 버티는 상황이다.
▲[위기의 가계부채②]에서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