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GDP 3배 속도로 증가한 가계부채로 채무상환 리스크 급증"
입력 2021.07.08 11:14
수정 2021.07.08 11:14
가계부채 증가세 9.5%...이미 GDP 추월-주요국 중 압도적 1위
금리인상기 진입...취약계층 중심으로 채무상환 리스크 확대
가계부채 총량억제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성급하게 시행할 경우, 내수경기의 심각한 위축을 유발해 경기 회복의 가능성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은 8일 '가계부채 현황분석 및 시사점'이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현재 우리 경제의 가계부채 규모는 1936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100%를 초과한 가운데 그 증가속도는 전년대비 9.5%로 주요국 가운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보고서의 가계부채 현황분석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GDP의 세 배, 민간소비의 다섯 배에 가까운 속도로 증가하며 전반적인 거시건전성을 심각하게 저하시켜 온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의 소득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인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최상위권인 170%를 초과 기록했다.
또 ‘금융자산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나 ‘유동화자산 여력 지수’ 등 금융시장 충격에 대한 대응여력 및 실질적인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최근 5년간 취약계층(1분위)을 중심으로 빠르게 악화됐다는 것이 한경연의 설명이다.
이러한 흐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기간을 경과하며 더욱 강화됐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특히 금리인상기에 접어든 현시점에서 시장의 예상대로 연내에 기준금리의 인상이 이뤄진다면 원리금상환부담 상승으로 인한 가계부채부실화 위험이 현실화될 수 있다.
자칫 취약계층의 채무상환여력을 줄일 수도 있는 무리한 총량규제 정책보다는 해당계층의 상환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는 세심한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가계 부채의 경감 및 증가율 완화를 위해 정부는 7월부터 총량규제 성격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해 나가기로 공표했다.
보고서에서 분석한 동태적·확률적 일반균형(DSGE) 모형의 DSR 효과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DSR 시행으로 가계부채의 증가세 억제에 수반해 총 생산 및 소비 감소 등 경기 위축의 부작용 역시 크게 나타나는 결과를 보였다.
DSGE 모형은 가계·기업·정부·금융기관이 합리적 기대를 통해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가정하에 정책변화를 통해 야기된 경기변동을 분석·예측하는 경제학 모형이다.
이에 정부가 가이드라인 제시와 채무상환능력 평가는 금융시장 자율에 맡기는 선진국형 여신관행 정착돼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경제규모나 소득수준에 비해 주택가격이 높게 형성된 우리 경제의 특성상 상환능력을 감안해 대출상한을 결정하는 DSR의 경우 차입규제에 따른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영향은 소비탄력성이 큰 중·저소득층에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현재 가계부채가 위험수준에 도달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경기회복의 기로에 서 있는 현상황에서 뚜렷한 실효성을 확인할 수 없었던 총량규제 정책을 또 다시 되풀이하기보다는 장기·고정금리 중심으로의 전환 등 가계부채 합리화를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실질적인 상환능력심사는 시장의 자율에 맡기는 선진국형 여신관행 정착이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