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이냐, 위기냐" 생사기로 내몰린 완성차 3사…과제 '첩첩산중'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1.08.22 06:00
수정 2021.08.22 11:29

'삼성' 떼는 르노삼성, 브랜드 경쟁력 시험대

쌍용차, 자금력 갖춘 새 투자자로 회생 절실

한국GM, 전기차 생산 배정으로 지속가능성↑

판매 부진으로 실적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중견 완성차 3사가 이번에는 구조조정과 지분 매각 이슈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는 새 투자자 유치가, 한국GM은 전기차 생산 배정이 큰 화두다. 21년 만에 홀로서기에 돌입한 르노삼성은 '삼성'을 떼고 경쟁력을 제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 2대 주주인 삼성카드는 최근 이 회사의 지분 전량을 정리하기로 하기로 하고 삼성증권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했다.


삼성카드는 "보유 중인 르노삼성차 지분 19.9%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매각 방식, 대상 및 절차 등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1995년 삼성자동차를 설립하면서 완성차 사업에 진출했지만, 1997년 불어닥친 외환위기를 견뎌내지 못하고 2000년 르노그룹에 자산을 매각했다. 이후 기업 지분 구조는 르노그룹 BV 80.04%, 삼성카드 19.9%, 우리사주조합 0.06%로 정리됐다.


삼성의 르노삼성 지분 매각은 예견된 일이었다. 앞서 양측은 작년 8월 '삼성' 브랜드 사용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2년 유예(2022년 8월 4일 만료)하기로 했다. 당시 르노삼성은 삼성전자·삼성물산과 세전영업이익(EBIT)이 발생하는 해에 매출액의 0.8%를 삼성 측에 지급하는 삼성그룹상표 사용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르노삼성은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매년 수 백억원 지급해오던 브랜드 사용료 지급이 힘들 만큼 상황이 어려워졌다. 삼성 역시 전장사업과 자율주행 등 자동차 관련 사업영역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르노삼성과의 관계 정리가 필요해졌다.


이번 지분 매각을 계기로 르노삼성은 앞으로 '삼성 브랜드' 효과 없이 독자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당분간 르노삼성은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SM6, QM6, XM3 판매에 주력하는 한편 르노 캡처, 마스터, 전기차 조에 등을 수입·판매하는 형태를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수용엔 '태풍의 눈' 엠블럼을 그대로 사용할 예정으로, 삼성 '부재' 효과가 절대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태풍의눈' 엠블럼은 르노삼성 자산으로 부산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에 기존 엠블럼을 계속 사용한다"며 "이것은 삼성그룹 지분이나 브랜드 계약과 별개로 지금까지 회사 정책이고 그대로 유지된다"고 말했다.


다만 지속되는 판매 부진은 풀어야 할 숙제다. 올해 1~7월까지 르노삼성 내수 판매는 3만3798대로 전년 동기 대비 45.1%나 급감했다.


수입 판매 차종을 늘리고 있지만 이들 라인업은 볼륨 측면에서 판매량 제고를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 신규 모델 유치와 함께 르노 브랜드만으로 판매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


불안정한 노사 관계도 고질적인 문제로 손꼽힌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마무리지 짓지 못했다. 노조의 추가 파업 없이, 올해 임협을 포함한 2년치 임단협이 빨리 타결돼야만 르노삼성의 생산·수출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쌍용차는 하루 빨리 새 주인을 찾아 정상화를 도모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번 인수전에는 국내외 투자자 11곳이 몰렸지만, 쌍용차의 지속가능성을 희망적으로 바라볼 만큼 자금력을 갖춘 업체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선 과거 우선협상대상자였던 HAAH오토모티브의 창업주 듀크 헤일 회장이 설립한 카디널 원 모터스와 재계 38위 SM(삼라마이다스)그룹, 전기버스 전문 업체 에디슨모터스, 전기 스쿠터 업체인 케이팝모터스 등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힌다.


이들 대다수는SM그룹을 제외하고는 매출 규모가 영세해 자금 조달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듀크 헤일 회장이 운영하다 청산 절차를 진행 중인 HAAH오토모티브의 2019년 연 매출은 230억원이다.


케이팝모터스는 쌍용차 인수에서 정상화까지 약 4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실제 확보 자금은 그 10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에디슨 모터스는 사모펀드 키스톤PE·KCGI와 손잡고 인수자금 1조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나 이후 투입될 신차 개발 비용 및 운영 자금 규모까지는 구체화하지 않았다.


쌍용차가 새 투자자를 만나 전기차 업체로 전환해 나가더라도 그 사이 기존 내연기관차 신차를 출시해 모델 노후화에 따른 물량 감소를 보완해줄 지가 관건이다.


통상 신차 개발에는 3000억원 가량의 비용이 투입된다. 쌍용차는 완성차 라인업이 티볼리, 코란도, G4렉스턴, 렉스턴 스포츠 등 4종으로매년 1종씩의 신차 출시가 필요한 데, 이를 뒷받침할 자금을 끌어올 수 있어야 한다.


7년째 '적자의 늪'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GM도 판매 부진·노사갈등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GM의 1~7월 내수 판매량은 반도체 수급난 여파로 3만8046대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0.9% 감소했다. 트레일블레이저, 스파크 등을 제외하고는 유의미한 성적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수출 역시 10% 이상 빠지면서 합산 판매량은 13.3% 적은 17만3998대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모기업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의 신차 배정이 최대 과제로 손꼽힌다. GM은 2035년까지 차량 라인업을 모두 전동화 차량으로 전환하고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힌 뒤 글로벌 사업장 재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GM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GM의 전기차 물량을 약속 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안정적인 비용 구조와 높은 생산력이 필수적이나, 반복되는 노사갈등으로 한국GM이 해외 생산기지로서 경쟁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GM은 최근 2차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잠정합의안이 노조의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되면 임협은 타결된다. 두 번째 합의안마저 부결되면 교섭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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