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더 낮춰라" vs. "수용못해"…수요자·중개사 모두 만족 못한 '복비 개편'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입력 2021.08.17 16:46 수정 2021.08.17 16:47

7년만의 중개보수 개편…9억원 이상 고가주택 손볼 듯

중개업계 "집값 올려 부담 높인 건 정부, 책임 전가 말라"

6억원 미만 수수요율 변동없어…"정액제 도입" 목소리도

"우리가 개편안을 냈으니 무조건 따르라는 태도가 맞나요. 우린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집값을 올린 것은 정부인데, 중개사들한테만 책임을 미룬다는 게 말이 되나요."


17일 찾은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중개 수수료 개편을 묻는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상담석으로 안내한 뒤 상기된 표정으로 한동안 하소연을 늘어놨다.


중개 수수료가 비싸다고 느낄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그렇게 만든 것은 정부가 올린 집값이라고 했다. 중개 수수료는 매매 혹은 임대금액에 따라 달라지는데, 과거 저가에 속했던 아파트들이 요율이 높게 적용되는 구간대의 금액으로 진입하면서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B중개업소 관계자는 "수요자 입장에선 최근 수수료가 비싸다고 느껴질 수 있다"며 "하지만 이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최근 집값이 급등했기 때문인데, 이를 중개사보고 전부 책임지라고 하는 것이 온당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사는 "지금 중개 한건만 잘해도 수천만원의 보수를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15억원 이상의 거래"라며 "그런 거래는 극히 드물고, 이쪽(노원구)에는 그런 매물 자체가 없다. 지금처럼 거래량이 줄었을 때 수수료까지 내려버리면 타격이 크다"고 한탄했다.


이날 찾은 공인중개업소엔 손님도, 문의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중개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전화는 한번도 울리 질 않았다.


통계상으로도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줄어드는 추세다. 5월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걷던 거래량은 이달 기준 348건으로 '거래절벽'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노원구는 이날까지 거래된 건수가 12건에 불과하다.


정부가 중개보수 개편에 나선 것은 2014년 이후 7년여 만이다. 집값이 치솟자 중개 수수료도 덩달아 뛰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국민권익위원회가 개편을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개편안은 세 가지다. 계산 방식은 거래액에 수수료율을 곱한 금액 내에서 정하는 것으로 현행 방식과 동일하다. 주택 매매가 9억원 이상에 적용되는 상한 요율은 기존 0.9%에서 0.4∼0.7%로 많게는 절반 이상으로 낮아진다. 한 예로 10억원짜리 주택을 살 때 지불해야 하는 부동산 중개수수료 상한액이 현행 900만원에서 400만∼500만원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다만 여전히 수요자들은 중개보수에 대한 부담이 높다고 지적한다. 실수요자들이 접근할만한 6억원 미만의 주택에는 동일한 보수 요율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날 중개업소 앞에서 만난 정모씨는 6억원 미만의 수수료는 동일하다는 것을 알려준 뒤 의견을 묻자 "서민들이 살 수 있는 집에 대해선 요율을 유지하면 개편이 무슨 의미가 있냐. 더 내려야 한다"고 답했다.


매매거래 1건당 50만원 혹은 100만원 등 정액제로 아예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높은 가격의 집을 중개한다고 서비스가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집값에 따라 수수료를 달리 책정하는 방식은 비합리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개편안에 담긴 요율도 높다", "또 집값이 오르면 문제가 된다. 이참에 정액제로 바꾸어야 한다"는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개 수수료 개편이 필요하다고 봤지만, 정액제 도입은 무리라고 설명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본래 금액 구간별 중개수수요율은 저가에는 낮은 수수료를 고가주택에는 높게 적용했던 것인데, 전반적으로 집값이 오르면서 종전의 중저가 주택이 적용받던 구간이 달라지면서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단순히 수수료 인하가 아니라 금액구간을 현 시점에 맞춰 변경할 필요가 있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표준화된 중개물건이면 건당 정액제를 검토할 수 있지만, 주택은 얼마 상가는 얼마라는 식의 획일적용은 무리가 있다. 중개사도 비싼 지역에 사무실을 내면 고정비가 많이 드는 등 변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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