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 ①] 車업계, 전동화 전환보다 원자재價 부담이 문제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1.08.06 10:50
수정 2021.08.06 12:41

현대차‧기아, 유럽 등 2030년 내연기관 퇴출 스케줄 대응 준비

시나리오 3안 '2050년 전동화 비율 97%' 충분히 달성 가능

철강‧화학發 원자재가 상승시 비용 경쟁력 약화 우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지난 5일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시나리오’ 초안과 관련, 완성차 업계는 전동화 스케줄과 관련해서는 당장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의 내연기관차 퇴출 스케줄이 그보다 한참 앞서기 때문이다.


다만 급진적인 탄소배출 규제로 철강과 화학업체들의 생산비용이 올라갈 경우 자동차용 강판 및 내장재 등 각종 원자재 비용 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당초 2040년을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의 전 라인업 전동화 시기로 잡았던 스케줄을 앞당겨 지역별로 빠르게는 2030년부터 전기차로의 라인업 변경을 추진할 예정이다.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지역에서의 내연기관 퇴출 스케줄이 2030~2035년 사이로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언급된 ‘수송부문 전기‧수소차 비중’을 76%로 잡은 1‧2안이나 97%로 잡은 3안 모두 현대차‧기아가 대응하기에는 충분한 여유가 있다.


현대차‧기아는 2030년부터 우선 유럽, 중국, 미국 등 핵심시장에서 단계적으로 전기차로의 라인업 변경을 추진하고,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의 경우에도 점진적으로 전기차 보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지역별 규제 강도와 시기에 따라 탄력적으로 선제 대응이 가능토록 준비해 가장 빠른 퇴출 스케줄을 택한 국가에서의 판매에도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유럽이 2030~2035년을 기준으로 내연기관차 퇴출을 추진하고 있고, 우리 역시 그에 맞춰 전기‧수소차 위주의 신차 개발계획을 세워나가고 있다”면서 “국내 전동화 전환 목표 시점이 2050년이라고 한다면 목표치가 97%라고 해도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를 ‘전기차 전환 원년’으로 선언하고 전기차 라인업 확대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올해 아이오닉 5 출시를 시작으로 아이오닉 6, 아이오닉 7 등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전기차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파생 전기차를 포함해 2025년까지 총 12종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해 연간 56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것을 목표로 세웠다.


제네시스 브랜드도 올해 G80 전동화 모델 출시에 이어 E-GMP 기반 전기차인 제네시스 엑스 콘셉트카의 양산형 모델을 출시해 럭셔리 친환경차 시장을 공략한다.


기아 역시 올해 출시된 EV6를 시작으로 2026년까지 전용 전기차 7종과 파생 전기차 4종 등 총 11종의 전기차 풀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2030년에는 연간 88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목표도 수립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2025년부터는 일부 신흥국 수요를 제외하고는 실질적으로 내연기관차를 개발할 게 많지 않다”면서 “이 때부터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를 중심으로 신차 개발이 이뤄질 것이고, 국내를 포함한 주요 시장별 규제 속도를 맞추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중견 완성차 3사의 경우 아직 국내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전기차가 전무한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2050년 이후까지 내연기관차만 생산하며 버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쌍용차의 경우 이미 자체 개발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을 지난 6월부터 평택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EU 환경규제 대응이 시급한 관계로 오는 10월 유럽 시장부터 출시하기 위해 이달부터 선적을 시작할 예정이며, 국내시장에도 반도체 등 부품수급 상황이 개선되며 판매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쌍용차는 회생 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으로, 지난달 30일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투자자 대부분이 전기차 전환을 통한 쌍용차 경영정상화를 청사진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주력 차종인 내연기관 SUV들을 전기차로 변경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새 투자자와 함께 경영정상화에 성공한다면 2050년까지 전동화 전환은 어려운 목표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은 모기업 제너럴모터스(GM)와 르노그룹의 전기차 전환 전략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록 지금은 GM과 르노의 전기차 생산 네트워크에서 국내 공장들이 소외돼 있지만 이들이 한국에서의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한 장기적으로 한국GM 부평‧창원공장과 르노삼성 부산공장도 전기차 생산라인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완성차 업체들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상의 전동화 전환 스케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탄소배출 규제에 따른 부품‧소재 분야에서의 생산비용 상승과 같은 간접 영향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 강판이나 내장재 등 소재를 공급하는 철강‧화학업체들이 탄소배출 규제로 원가상승 부담을 안게 될 경우 완성차 업체들에게도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동화 전환으로 철강과 같은 금속 계열 원자재 사용이 줄더라도, 중량을 버티는 뼈대 등에는 여전히 철강재가 사용되는 만큼 가격 인상은 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면서 “엔지니어링플라스틱과 같은 대체 소재도 탄소배출 규제의 영향을 받는 만큼 원자재 가격 부담은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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