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으로 사제직 박탈당한 전 추기경, 결국 법정에 선다 [세계N]

김재성 기자 (kimsorry@dailian.co.kr)
입력 2021.07.30 19:31
수정 2021.07.30 17:24

미성년자 성 학대 사건으로 사제직을 박탈당한 미국의 전 추기경이 결국 성폭력 등의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30일(현지 시간) BBC 방송과 AP 통신에 따르면 시어도어 매캐릭(91세) 전 추기경은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성추행과 구타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과거 1970년대 한 16세 소년을 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피해자는 조사 과정에서 매캐릭 전 추기경이 가족의 친한 지인이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1974년에 열린 형제의 결혼 피로연 중 매케릭 전 추기경에게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매캐릭 전 추기경이 자신을 방으로 유인한 뒤 몸을 만졌고, 이후 자신의 죄를 구원받기 위해 기도문을 외우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매캐릭 전 추기경은 다음 달 매사추세츠의 법정에 출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피해자 측 변호사는 그가 미국 가톨릭계에서 성폭력 혐의로 형사 처벌에 직면한 최고위직 사제라고 밝혔다.


그러나 매캐릭 전 추기경은 제기된 혐의와 관련한 “그런 기억이 없다”고 이미 부인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매캐릭 전 추기경은 1970년대 어린 신학생들과 동침하고 사제들과 성관계를 했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돼 추기경직에서 면직됐다. 2019년 초에는 교회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돼 사제직마저 박탈당했다.


교황청은 매캐릭 전 추기경의 비행 의혹에 대해 2년간의 진상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를 지난해 11월 공개했다.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는 매캐릭 전 추기경 관련 의혹을 인지하고서도 진상 파악 등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요한 바오로 2세는 매캐릭 전 추기경이 자신에게 개인적으로 보낸 편지에서 “사제와 동침한 것은 사실이나 성관계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미국 일부 대주교 및 주교들의 반대에도 2000년 매캐릭 전 추기경을 미국 워싱턴DC 대주교로 임명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가톨릭 교계제도에서 교황 다음으로 높은 추기경직으로 승진시키는 등 절대적으로 신임했다.


보고서는 매캐릭 전 추기경과의 개인적인 관계가 요한 바오로 2세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다음 교황으로 즉위한 베네딕토 16세 역시 학대와 관련한 “신뢰할만한 주장이 없다”면서 조사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재성 기자 (kimsorr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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