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태의 빨간맛] '재난지원금', 북한도 신청하면 줘라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1.07.29 07:00
수정 2021.07.29 04:46

재난지원금, '신청' 국민에만 지급

미신청 국민은 '기부' 처리

대북 인도지원도 '요청'시 추진해야

여당이 추석 전까지 5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1인당 25만원씩 지급되는 이번 지원금은 직접 신청해야 받을 수 있다.


거저 주는 '돈'을 누가 마다할까 싶은데, 그런 국민이 생각보다 많다. 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차 전국민재난지원금을 못 받은 가구는 73만 5627가구에 달한다. 이들 중 15만 7335가구(21.4%)는 직접 기부 의사를 밝혔지만, 나머지 57만 8292가구(78.6%)는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지원금 미신청 가구에 대해서도 일률적으로 '기부'로 판단해 국고로 환원했다.


57만 8292가구 중 기부 의도를 갖고 지원금 신청을 안 한 이들도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청 대상자인지 미처 몰랐거나 신청 방법을 몰라 지원금을 받지 못한 '사각지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 주변만 해도 부모님·조부모님이 받을 지원금을 대신 신청해줬다는 이들이 태반이다. 청년세대에겐 스마트폰 쥐어 들고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될 일이지만, 중장년층·고령층에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일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도 이 같은 사정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원금 미신청 가구의 연령, 거주환경 등을 따져 신청 의사를 묻지 않았다.


'신청해야 지원한다'는 정부 원칙에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사각지대에 놓여있을지 모를 국민은 외면해도 북한만큼은 숟가락으로 떠먹여 주길 마다치 않는다. 정부는 지난해 북한의 의도적 외면에도 쌀 지원 등을 추진한 바 있다.


남북관계 개선에 '올인' 중인 정부는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을 계기로 '심리적 문턱'이 낮은 인도적 지원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식량난과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미국 역시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인도적 지원은 기꺼이 용인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정권의 착취로 어려움에 처한 북한 주민을 위해서라면 지원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같은 맥락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북측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도 인도적 지원과 별개로 접근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다만 모든 지원 절차는 북한의 공식적 요청을 첫머리에 둬야 한다. 신청하지 않았다고 대국민 지원금까지 국고로 환원시킨 정부가 북한에만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혈세가 김정은 위원장의 '은혜 베풀기'로 둔갑되는 꼴을 달가워 할 국민도 없다. 북한 체면 챙겨주기 전에 국민 심정부터 헤아리길 바란다. 내년 대선을 겨냥한 '대북쇼' 오명을 뒤집어 쓰고 싶지 않다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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