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예능 콘텐츠가 된 공황장애…'가벼운 농담' 될까 우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1.07.02 14:32
수정 2021.07.02 15:29

"가벼운 농담에 그치는 분위기 관철 우려"

"무조건적인 오해와 낙인을 약화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공황장애를 비롯한 정신질환을 무조건 심각하고, 무겁게 다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많은 연예인들이 우울증,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면서 정신과에 대한 장벽을 낮추는 긍정적인 역할도 했다. 다만 지나칠 경우에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지난달 23일 공개된 카카오TV 예능 '찐경규'에서 이경규가 '공황장애 캠프'를 열고 이를 앓고 있는 유재환과 솔비, 류승수를 초대했다. 첫 회에서는 출연진들이 공황장애를 겪게 된 계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마피아 게임과 미술 치유 시간 등을 통해 조금 더 쉽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공개된 '공황장애 캠프' 두 번째 이야기에서도 이들은 함께 식사를 하고, '불멍'을 하며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이일준도 함께 참석해 이들의 대화와 발언 사이 적절한 조언을 하고 정보를 제공했다. 병원에 쉽게 가지 못하는 사례를 포함, 환우들의 사연도 함께 고민하면서 해결법을 나누기도 했다.


공황장애는 그동안 다수의 연예인들이 예능프로그램에서 이를 앓고 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면서 화제를 모은 바 있었다. 정신질환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를 하면서 부정적인 편견을 지우고, 정신과에 대한 장벽을 낮췄다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였다.


다만 이것이 반복되고, 또 성급하게 예능 문법과 결합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최근 예능프로그램에서 공황장애가 가벼운 농담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사례들이 생기면서 자칫 병의 심각성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줄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이어지고 있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유현재 교수는 "초기에 일부 연예인들에 의해 회자되는 분위기는 매우 긍정적으로 판단했지만 이후 다양한 부작용들 즉 선을 넘는 발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어떠한 고민을 털어놓을 때 덮어놓고 '그거 공황이야', '약 먹어', '눈물은 안 나나?' 등의 가벼운 농담에 그치는 분위기가 관철되며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건강프로그램이 아닌 예능의 경우 더욱 조심성이 요구된다. 웃음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칫 질환을 가볍게 다루게 될 수도 있고,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될 경우 잘못된 편견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도 의도치 않게 정신질환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조장한 사례가 생겼었다. 지난 2019년 tvN '대탈출2'에서 정신병원을 무대로 삼아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당시 정신병원을 탈출해야 하는 곳, 마치 공포스러운 곳처럼 표현해 편견을 조장할 수도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유 교수는 건강프로그램이 아닌 곳에서 건강을 '스낵컬처'의 수단으로 몰아버리는 것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미디어에 의해 정신질환 관련 사안이 다루어지게 됨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공익의 실현은 두 가지 정도다. 첫 번째는 일부 정보 소비자들이 심각한 단계로 옮아가기 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등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데 변수가 됐으면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특정한 정신질환에 있어서 무조건적인 오해와 낙인을 약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양쪽 모두 해당되지 않고, 그저 예능에 자주 등장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조합에 대한 근거로만 사용되는 것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프로그램 콘텐츠에 대한 자문을 담당하는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등을 기용한다든지 해서 혹시 모를 시나리오에 대비했으면 좋겠다. 더불어 웹 예능을 중심으로 최근 기존 미디어에서는 시도하지 않는 문법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는데, 일부는 선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 공익적 측면에서는 꼭 짚어야 할 사안이 아닌가 싶다"고도 지적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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