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안보보좌관 "북한이 '협상 시작하자'고 말하길 기대"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1.06.21 10:42 수정 2021.06.21 11:51

北의 '先행동' 거듭 요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와 '대결'을 동시에 강조한 가운데 미국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협상 테이블 복귀 의사를 분명히 밝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대화 여지를 남기며 미국의 구체적 협상 유인책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하며 또다시 북한에 공을 넘긴 모양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일(현지시각) 미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대화·대결을 모두 언급한 것과 관련해 "흥미로운 신호로 본다"면서도 "우리는 그들이 앞으로 나아갈 잠정적인 길에 대해 우리에게 어떤 종류의 더 직접적인 의사소통 같은 후속조치를 취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우리 국가의 존엄과 자주적인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평화적 환경과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자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중요한 국제·지역 문제들에 관한 대외 정책적 입장과 원칙들을 표명하며 "시시각각 변화되는 상황에 예민하고 기민하게 반응·대응하며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는 데 주력해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을 고려해 대외정책을 구체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목표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북핵 프로그램의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북한과 원칙에 입각한 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북한이 "그 방향(협상)으로 일을 시작하기 위해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됐는지 여부에 대한 평양의 분명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며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정확히 무엇을 기대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들이 보낼 수 있는 분명한 신호는 '예스, 해보자, 앉아서 협상을 시작하자'고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화 가능성을 내비친 북한이 보다 적극적이고 분명하게 대화 의지를 피력하길 기다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그는 "이란과 북한의 핵 문제는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진전을 이루기 시작하는 외교를 대신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궁극적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재차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이 미국의 대북 협상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북한의 협상 테이블 복귀가 우선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함에 따라 방한 중인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공개적으로 '전향적 유인책'을 내놓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미국이 한반도 정세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대북 유화 메시지는 발신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직을 맡고 있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북한이 대화 쪽으로 나올 수 있도록 미국이 사인을 줘야 한다"며 "기왕 한국까지 왔으니 판문점에서 비대면 형식이라도 북쪽 당국자와 만날 수 있다는 식의 메시지가 나간다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협상 물꼬가 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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