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는 신세계로…신동빈의 ‘디지털 전환(DT)’ 다음 카드는?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1.06.18 06:37
수정 2021.06.17 15:39

‘롯데온’ 만으론 제대로 된 경쟁 어려워…인수합병 적극 나설 듯

‘요기요’ 인수전 참전 비롯해 주요 이커머스 업체와 동맹 가능성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신세계가 유력 후보로 급부상하면서 맞수인 롯데의 다음 전략에 유통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룹 내 유통 계열사의 온라인 사업 역량을 한 데 모은 롯데온 육성에 집중하고 있지만,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경우 거래액이나 규모 면에서 양사의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질 수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추가적인 M&A를 비롯해 온라인 플랫폼 등과의 전략적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이베이 본사는 15일(현지시간) 진행된 이사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를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입찰에서 맞붙은 롯데와 신세계의 향배를 승부를 가른 것은 가격이었다. 롯데그룹은 4조원대를 제시한 신세계그룹보다 1조원 낮은 3조원 중반대를 써내면서 경쟁에서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마트 측은 “이베이와 논의를 진행 중이고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신세계가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이베이 측이 원했던 5조원대에 비해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이 1조원가량 낮아진데다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SKT, MBK파트너스 등이 본입찰에 나서지 않으면서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탓이다. 본입찰에 나섰던 롯데 역시 인수전 패배를 공식화한 점도 신세계의 인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최종 계약이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이대로 매각이 진행될 경우 온라인 사업 역량에서 양사의 격차는 한층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롯데온의 연간 거래액이 7조원대, SSG닷컴이 4조원대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지만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신세계는 24조원대로 롯데온에 비해 3배 이상 몸집을 불리게 된다. 작년 기준 거래액으로만 보면 쿠팡을 제치고 네이버에 이어 이커머스 업계 2위로 순위가 껑충 뛰게 된다.


그동안 백화점을 비롯해 대형마트, 편의점, 면세점 등 주요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최대 경쟁자로 활약했지만 온라인 사업에서는 신세계가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작년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유통 시장이 전체 유통산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급격하게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전체 유통시장의 순위 변동까지 가능한 셈이다.


이 때문에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이후 롯데도 온라인 사업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무적 역량은 충분, 향후 M&A 적극 나설 듯


그동안 신동빈 롯데 회장은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Digital Transformation)을 강조해왔다.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참여도 DT 전환을 위한 주요 사업 중 하나였던 셈이다.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관련 롯데그룹 측은 "검토 결과 당초 기대보다 당사와의 시너지가 크지 않고, 인수 이후 추가 투자 및 시장 경쟁 비용도 많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보수적 관점에서 인수 적정 금액을 산정했다"며 "이커머스 시장에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가치 창출 방안을 지속 모색하고 M&A를 비롯한 외부와의 협업 등도 계속해서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롯데가 향후에도 이커머스 업체나 온라인 플랫폼 매물이 나올 경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직 다른 이커머스 업체에 비해 부진을 겪고 있는 롯데온 만으로는 3강에 들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후보로는 당초 17일에서 일주일가량 본입찰 일정이 미뤄진 배달앱 요기요부터 앞서 딜이 진행됐던 티몬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요기요의 경우 신세계(SSG닷컴)가 유력 인수후보로 이름을 올렸지만 이베이코리아와 동시에 인수 작업을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오히려 롯데가 깜짝 등판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요기요가 갖고 있는 라스트마일(최종 소비자에게 제품을 배송하는 마지막 단계) 물류망은 롯데, 신세계 모두 필요한 부분이다. 롯데의 경우 그룹 내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물류기업을 두고 있지만 최근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라스트마일 관련 인프라는 아직 갖추지 못했다.


요기요 몸값이 2조원대로 추정되는 점도 롯데의 참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3조원 이상을 써낸 만큼 재무적 역량은 충분하다는 의미다.


티몬과는 지난 2019년 롯데와 몇차례 딜이 진행된 바 있다. 현재 티몬은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주주가 사모펀드인 만큼 가격에 따라 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반쿠팡 연대 나선 ‘신세계-네이버’처럼 이커머스 업체와 동맹 가능성도


SKT(11번가), 티몬, 위메프 등 이커머스 업체와의 전략적 협력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커머스 업계 재편을 놓고 오프라인 유통기업과 온라인 플랫폼의 합종연횡이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평가다. 이미 신세계와 네이버는 동맹을 맺고 쿠팡 견제에 나선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롯데를 중심으로 SKT(11번가), 티몬, 위메프 등 이커머스 업체가 전략적 협력을 통해 쿠팡, 신세계-네이버와 함께 3강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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