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식품업계, ‘소비기한’ 도입 놓고 찬반논쟁 팽팽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1.06.01 07:08 수정 2021.06.01 10:32

유통기한→소비기한 바꿔 보관기간 연장 추진

식약처, 냉장 환경 개선…“연내 법 통과 목표”

유업계, 소비 이후 책임소재 등 구체적 가이드라인 필요

전문가들 “궁극적으로 소비자 중심으로 개선돼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뉴시스

정부가 식품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꿔 보관기간을 늘리는 ‘소비기한표시법’을 추진하면서 업체별 입장이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지만 유업계 등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제법 커 난항이 예상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30일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식품·의약품 분야의 주요 제도 개선 내용을 발표했다.


우선 식품에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표시하도록 식품표시광고법 등 관련 규정을 개정할 방침이다. 소비기한은 규정된 보관 조건에서 소비할 경우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을 말한다.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유통·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인 유통기한보다 기간이 길다.


쉽게 말해 제조사가 표기한 유통기한이 지나도 음식물 섭취가 가능하지만 유통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폐기돼 자원이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셈이다.


그간 식품 소비기한표시법 도입은 주로 환경단체들이 주장해 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매년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은 600만톤에 달한다. 매년 평균 2.3%씩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해부터의 증가율은 더욱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역시 1985년 도입된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표시하자고 10여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지난해 7월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며 21대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유통기한이 지나도 일정 기간 섭취가 가능하지만, 소비자는 이를 폐기 시점으로 인식해 소비할 수 있는 식품을 폐기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한다”며 “소비기한 표시제를 도입하면 식품 폐기량과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지속 가능한 지구 환경 보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서 시민들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뉴시스

이와 관련 식품업계에서는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단연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업체들은 다양한 이유를 배경으로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업계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소비자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 유제품 유통 체계가 소비기한을 도입한 다른 국가들에 비해 미비점이 많은 데다, 제품의 포장 방식 등에 따른 신선도 차이가 있어 소비기한을 일괄 적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가령, 국내 유통 채널에서 대부분의 유제품은 냉장 온도 5~10도 선에서 외부에 오픈된 채 진열이 되지만, 소비기한을 도입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외부와 단절된 냉장고에 우유를 보관한다. 보관 온도 역시 0~5도 사이로 국내 기준 대비 다소 낮게 관리되는 게 일반적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콜드체인 시스템 보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한 이후 제품을 컨트롤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며 “유통기한이 지난 이후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에 대한 모호함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단순히 소비기한을 적용하고 그칠 것이 아니라, 피해 책임소재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함께 제시해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장기적으로 우유 제품 대비 안전한 캔 제품들을 먼저 적용하고, 순차적으로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소비기한표기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서 시민들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뉴시스

반면, 학계에서는 소비기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비기한이 명확히 정해진다면 버려지는 식재료 양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이유가 절대적으로 크다.


이미 일부 편의점 CU, 세븐일레븐 등을 중심으로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방식을 도입해 소비를 촉진하고 있지만, 이를 식품산업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제도 도입에 앞서 업계의 충분한 의견을 수렴하는 등 소통이 뒷받침 돼야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유통구조 개선과 소비자 인식 교육 등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뒤따랐다.


권오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궁극적으로 제품에 유통기한이 아닌 소비기한을 표기해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해 나가는 것이 옳다”며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구분하지 못 해 버려지는 식품이 많다는 점에서 환경오염 뿐 아니라, 경제적인 손실도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향후 소비기한을 표기법을 바꾸는 것에서 나아가, 소비자들이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에 대해서 명확히 구분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소비기한으로 바뀌면 소비자에게도 분명한 책임이 뒤따른다는 점을 인지시키고, 교육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