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조국 회고록'으로 '조국의 강'에 다시 빠지나
입력 2021.05.30 01:15
수정 2021.05.30 09:11
송영길, '조국 사태' 사과 관측 나오던 중에
조국, 다음달 1일 '조국의 시간' 출간 예고
與대권주자들 앞 다퉈 '응원'…이재명, 無언급
당내 "내분 우려…대선 악영향" 목소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회고록 '조국의 시간' 출간을 예고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내분에 휩싸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송영길 당 대표가 내달 2일 '조국 사태' 등을 직접 거론하며 사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던 와중에 조 전 장관이 회고록 출간을 알렸고, 여권의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둔 대권주자들이 앞 다퉈 조 전 장관을 향해 '응원 메시지'를 쏟아내면서다.
송 대표는 지난 25일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청년과의 간담회에서 "(청년들이) 조국 사태를 지적해줬는데, 날카로운 비판을 다 공유하고 6월 1일까지 경청한 뒤 당을 대표해 정리한 것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간담회 직후 취재진이 '조국·박원순·오거돈 사태'와 관련해 사과할 계획이 있는지를 묻자 송 대표는 "한번 들어보고요. 예"라고 했다.
이틀 뒤인 27일 조 전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랜 성찰과 자숙의 시간을 보내며 조심스럽게 책을 준비했다. 촛불시민들께 이 책을 바친다"며 다음달 1일 출간 소식을 알렸다.
그러자 당내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둔 대권주자들은 당내 선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을 겨냥한 '친조국' 메시지를 잇달아 내놨다. 다만 여권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조국 회고록과 관련된 별다른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이낙연 전 대표는 27일 "'가족의 피에 펜을 찍어 써내려가는 심정'이었다는 소회, 조 전 장관께서 그간의 일을 어떻게 떠올리고 어떻게 집필했을지 쉽지 않다"며 "가족이 수감되고 스스로 유배 같은 시간을 보내는데도 정치적 격랑은 그의 이름을 수없이 소환한다. 참으로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께서 고난 속에 기반을 놓은 우리 정부의 개혁 과제들, 특히 검찰개혁의 완성에 저도 힘을 바치겠다"고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28일 "조국의 시간은 역사의 고갯길이었다. 공인이라는 이름으로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발가벗겨지고 상처 입은 그 가족의 피로 쓴 책이라는 글귀에 자식을 둔 아버지로, 아내를 둔 남편으로, 가슴이 아린다"며 "부디, 조국의 시간이 법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그 진실이 밝혀지길 기원한다"고 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이날 "'조국의 시간'은 우리의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며 "조국의 시련은 촛불개혁의 시작인 검찰개혁이 결코 중단되어서는 안됨을 일깨우는 촛불시민 개혁사(史)"라고 했다. 이어 "온가족과 함께 시련과 모욕의 시간을 견디어 내고 있는 그에게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과 여론재판의 불화살 받이가 된 그에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중단없는 개혁으로 성큼 성큼 나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당내 이같은 분위기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당내 대선 후보 경선 때는 '친조국' 메시지가 친문 지지층을 결집하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내년 대선에선 오히려 야권에 공격의 빌미를 줘 우리당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지금 당 지도부가 나름대로 쇄신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데, '조국 논란'이 재점화 돼 당이 내분에 휩싸일까봐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한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9일 "민주당이 골치 아프게 됐네"라며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려면 조국기(조국+태극기) 부대에 아부해야 하고 그러면 당심과 민심의 괴리는 커지고"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