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주의보④] "文정부, 돈풀기 유혹 벗어나야 인플레 막을 수 있다"
입력 2021.05.28 07:06
수정 2021.05.31 00:13
미국을 비롯 각국 테이퍼링 나서는 판국에
한국은 선거 앞두고 돈 풀기에 여전히 집착
원자재 가격 오르며 스테그플레이션에 빠져
부동산·주식 등 자산가치 상승이 인플레 자극
한국경제가 인플레이션에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급망이 회복이 안 된 채 소비가 회복되고 있는 데다 미국 등 경기 회복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끼지 일어나고 있어서다.
전반적으로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옴에도 정치권에서 선거를 앞두고 돈을 계속 풀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어 정부의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인플레이션 대비책으로 정부가 '공급망 회복'을 꾀하는 동시에 양적완화 정책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테이퍼링'을 병행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제시한다.
"文정부 양적 완화 정책 자제해야 인플레이션 대비할 수 있어"
김원식 전 한국재정학회장은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회복이 되면 물가는 다시 안정될 것이라고 보고는 있는데 다른 측면에서 돈이 너무 많이 풀려서 문제"라며 "각국도 돈이 너무 많이 풀렸다는 걸 인식하고 테이퍼링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선거를 앞두고 이 정부가 계속 돈을 푸는 중이라 인플레 우려가 나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테이퍼링은 양적완화 정책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나가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랜들 퀄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은 최근 "미국 경제가 지금 예상하는 강력한 흐름을 보인다면 연준 위원들이 채권매입 부양책 속도를 늦추는 것에 대해 생각할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4%대 성장률' 마중물 차원에서 확장 재정 기조를 견지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 말을 종합하면 기획재정부는 방역 상황이 기대보다 빠르게 나아질 경우 별도 재정 정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소비진작을 위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및 2차 추경안 편성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김원식 전 회장은 한국 인플레이션은 결국 국내적 요인에 의해 촉발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정부 차원에서 2가지 방안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회장은 "한 가지는 공급체계를 빨리 확립할 수 있는 시스템, 즉 기업이 생산활동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투자를 하는 민간 부분을 활성화하는 것"라며 "다른 한 가지는 정부 지출을 함께 줄여나가는 것으로, 두 가지를 병행해나가야 인플레를 감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하며 스테그플레이션 빠진 한국…치유 힘들어"
최근 인플레이션 원인은 수요보다는 공급 측면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시각이 많다. 철강 등 원자재 및 유가 상승, 차량용 배터리 부족 사태 등이 대표적이다. 재정당국도 원자재값 상승이 소비자가격에 반영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공급 측면 안정화가 회복되지 않는 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은 "최근 수입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한 '코스트푸시 인플레이션'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며 "공급망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았는데 미국 등 다른 나라 경기 회복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오 원장은 현재 한국이 처한 상황을 '스테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라고 요약해 진단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는 "스테그플레이션은 치유하기가 굉장히 힘들다"며 "물가 잡으려고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위축되고, 그렇다고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더 올라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모습이다. 폐업하거나 가동을 중단하는 공장이 늘어나는 등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물가상승압력을 받고 있다. 오 원장은 "작년 마이너스 성장으로 인한 기저효과에 힘입어 4% 달성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단 4%를 달성하더라도 코로나 이전 정상적인 수준으로 되돌리기는 어렵다고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부동산·주식 등 급등한 자산가치가 인플레이션 자극"
그런가 하면 주식가격, 부동산 등 급등한 자산가치가 인플레이션을 촉발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물은 그대로인데 정부가 코로나 극복을 위해 많은 양의 통화를 풀면서 자연스레 실물가격이 오른 것이다. 실제로 2020년 한 해 동안 수도권 전 지역 부동산 가격은 15~20% 상승했고, 종합주가지수도 올해 들어 3000p를 돌파했다.
김상겸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전반적으로는 경기가 안 좋았지만 주식과 부동산이 오르며 자산 가치가 급등했다"며 "이미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여건은 조성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어느 정도 수준일지를 예측하고 대비해야 하는 문제이지 인플레는 분명일어날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어 "자산가격 상승은 분명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며 "자산가격이 오르면 자산 소유자가 소비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많은 연구 결과에 따라 증명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