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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북관계 개선 여지…북한이 호응할까?

워싱턴=공동취재단·서울=데일리안 고수정 기자, 강현태 기자(trustme@dailian.co.kr)
입력 2021.05.24 04:00
수정 2021.05.23 21:02

바이든 "南北 대화·협력 지지"

정의용 "상당한 의미…정책적 여유 생겨"

대북 인도지원·금강산 관광 추진할 듯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각) 미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관여 의지를 재확인하며 남북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국내외 여건상 미국이 선제적으로 협상 유인책을 제공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만큼, 문재인 정부 운신 폭을 어느 정도 인정해준 모양새다.


한미 정상이 지난 21일(현지시각) 채택한 공동성명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 대화와 관여·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아무런 부대 표현 없이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간의 대화·협력·관여를 지지한다' 문장 하나가 포함됐다"며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북한과 협력해 나가는 데 있어 정책적 공간과 여유가 그만큼 생겼다"고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데 동의하고,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을 계속 촉진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남북 이산가족 상봉 촉진을 지원한다는 양측의 의지를 공유"하기도 했다.


문 정부가 남북협력 관련 독자 운신 폭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향후 △대북 인도적 지원 △이산가족 상봉 추진 등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앞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 개최된 국내의 한 포럼 축사에서 "코로나 방역을 포함한 인도적 협력과 쌀·비료 등의 민생 협력, 그리고 (북한) 개별방문 등의 사안은 제재와 상관없이 북한의 호응만 있으면 바로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독자 대북 드라이브를 시사한 이 장관은 오는 6월말 방미를 계획 중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향후 한미 논의 진척 여부에 따라 대북 인도지원과 이산가족 상봉을 매개로 한 북한 방문 및 금강산 관광 재개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재미 이산가족 상봉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어 북측에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대북접근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소인수 회담 전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미국이 한국의 독자 운신 폭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해도 '유엔 안보리 결의(대북제재)에 대한 완전한 이행'을 강조하고 있어 관련 구상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제니 타운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위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남북협력 지지 표명과 관련해 "대북 제재 완화를 거부해 온 미국이 한국에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 한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협력 사업에 대한 미국의 동의를 받지는 못했다"며 "현 정부가 남북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북한이 자력갱생을 견지하며 대화재개 조건으로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남한의 적극적 구애에 화답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실제로 문 정부가 독자 영역으로 사실상 추인받은 대북 인도지원과 이산가족 상봉은 모두 북한이 '비본질적 이슈'로 일축한 사안들이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정부 희망대로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 방미 결과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며 "(북한은) 문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 의사를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결국 북한이 남북관계의 '본질적 이슈'로 콕 집어 거론한 한미연합훈련 이슈가 한반도 정세를 가르는 변곡점이 될 거란 관측이다.


미 싱크탱크들은 그간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견제 차원에서 강도 높은 연합훈련을 벌일 것으로 예상해왔다. 하지만 정작 미 국방부에선 연합훈련 조정 가능성이 제기되는 분위기다.


앞서 폴 라카메라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는 미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연합훈련과 관련해 "실제 훈련이 컴퓨터 모의 훈련보다 훨씬 더 좋다"면서도 "연합훈련이 (대북)협상의 잠재적 카드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미 국방부 역시 "연합훈련은 동맹국의 준비태세를 보장하는 주요 방법"이라면서도 "훈련 범위·규모·시기는 양국의 여러 요소를 염두에 두고 결정된다"고 밝혔다.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오는 8월 개최 예정인 "연합훈련을 조정해 7월쯤 북한 대응을 끌어내는 게 초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헬기 등 군장비들이 계류돼있는 모습(자료사진) ⓒ뉴시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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